경기 부양의 검은 부메랑…숨통 끊어지는 건설사
입력 2014.11.12 15:48
수정 2014.11.12 16:01
<기자의 눈>경기 부양책이던 SOC 사업…'입찰 담합' 부메랑으로 돌아와 존폐 위기
일률적 처벌보다 입찰 구조적 한계·현실 고려한 합리적 처벌 검토 필요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직후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는 침체된 내수 경기를 살리기 위한 타개책으로 대규모의 SOC(사회간접자본)사업을 추진했다. 2008년 대구도시철도와 부산지하철사업부터 2009년 4대강, 경인아라뱃길, 인천도시철도, 호남고속철도, 서울지하철 9호선 등의 사업이 대표적이다.
대규모 토목사업을 통해 내수 경기를 활성화시키는 ‘선순환 구조’에는 긍정적이었지만 뒤늦게 ‘입찰담합’이라는 불법행위가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당시 공사를 수주했던 건설사들중 담합이 적발돼 올해 공정위로부터 부과받은 과징금만 8000억원에 달하고 있다. 해당 건설사들의 손익 합산 영업이익(561억원)의 14배 수준이다.
특히 지금까지 적발된 업체만 70개에 육박하면서 웬만한 국내 대형·중견 건설업체는 다 포함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각 건설사마다 수억에서 수천억원의 과징금을 맞은데다 최장 2년간 정부 및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모든 공사의 참여까지 제한받는 등 이중 처벌이 가해지고 있다.
사실상 건설사들의 밥줄인 건설공사를 끊는 처벌로 존폐 위기론까지 거론되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현재 건설사들은 ‘과징금 부과 취소 소송’과 ‘입찰 참가 제한 가처분 및 취소 소송’ 등의 행정소송과 함께 현행 처벌제가 과도하다며 위헌심판(헌법소원)까지 줄줄이 나서는 모양새다.
물론 시장질서를 교란하고 나아가 부실 위험도 키울 수 있는 '담합'은 반드시 뿌리 뽑아야할 고질적 병폐며 용서받지 못할 부정행위다. 법적인 처분은 온당하지만 건설업계의 주장대로 당시 담합이 이뤄질 수 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와 현 상황을 고려해 보다 현실적인 처벌이 필요한 대목이다.
예컨데 수익률이 낮은 '최저가 입찰제'나, 과거 공사비를 기준으로 산정하는 '실적공사비제도' 등은 건설업계를 '담합'으로 내모는 구조였다. 정부도 이를 인정하고 최근 공사수행능력, 입찰가격 등을 합산해 선정하는 '종합심사낙찰제'를 시범 도입하고, 실적공사비 역시 적정공사비로 개선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해외 시장을 개척을 장려하는 정부의 움직임과 달리 해외 공사 수주에서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우려도 안고 있다. 실제 작년 말 브루나이 교량사업 발주처는 입찰에 참가한 한국업체들에게 4대강 입찰담합건으로 PQ를 탈락시키겠다는 구두통보를 하는 등 대외신인도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경기 침체시마다 가장 빠르고 쉬운 방법으로 건설 부동산 활성화 카드를 내놓았다. 하지만 정작 업계가 호소하는 애로사항과 불합리함에 대해서는 눈치보기에 바뻐 2차 후폭풍이 불고 나서야 부랴부랴 고치는 모습을 반복했다. 이 때문에 지금에라도 건설업계의 과징금 폭탄에 이어 ‘모든 공공공사의 입찰 참여제한’ 처벌이 적절한지 보다 면밀하고 현실적인 검토가 필요한 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