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띄우는 친박계, 도랑 치고 가재 잡고...
입력 2014.10.29 16:35
수정 2014.10.29 16:40
친박 주류모임 반기문 대권주자 가능성 논의
친박 내 대권주자 확보와 동시에 김무성 견제
새누리당 내 친박(친박근혜)가 차기 대권주자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연거푸 언급하고 나섰다. 친박계 내 뚜렷한 대권주자가 없다는 약점을 극복함과 동시에 김무성 대표를 견제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친박계 주류 의원들의 모임인 ‘국가경쟁력강화포럼’은 29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2017년 차기 대선 지지도 판세’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하고 반 사무총장의 차기 대선 출마 가능성 등 여러 변수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세미나에서 발제를 맡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이택수 대표는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서 반 사무총장이 압도적인 차이로 1위를 기록한 점을 언급하며 “이미 반 사무총장은 여당 후보로서 국민 여론에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반 사무총장은 현재 대권과 관련해 자신이 언급되는 데 대해 선을 긋고 있으나 오는 2016년을 끝으로 유엔 사무총장 임기를 끝내면 대선에 도전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현재 정당 지지율은 새누리당이 새정치민주연합보다 높지만, 대선 주자 인물로만 보면 야권 주자들이 두드러지기 때문에 반 사무총장을 여당 후보군에서 제외하면 새누리당의 정권 연장은 쉽지 않다”며 “‘반기문 변수’에 따라 야당의 정권교체, 여당의 정권연장이 좌우될 수 있기 때문에 ‘반기문 현상’은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친박계가 차기 대선주자 물색에 나선 것은 계파 내에서 내세울 뚜렷한 주자가 없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유력주자를 내세워 계파 결속을 다짐과 동시에 김 대표의 견제카드로 활용하겠다는 분석이다.
실제 새누리당의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김무성 대표, 김문수 보수혁신위원장, 정몽준 전 의원 등은 모두 정치권에서 비박계로 평가되고 있다. 차차기 대선까지 시야를 넓혀도 남경필 경기지사-원희룡 제주지사 등 비박계 주자만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반 사무총장이 수차례 대선 불출마 의사를 밝힌 데 이어 포럼 내부에서도 ‘반기문 대통령 후보’를 두고 의견이 엇갈려 실현 여부는 미지수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가 아직 3년이나 남은 상황이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괘씸죄’에 걸릴 수도 있기 때문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안홍준 의원은 “정치권에서, 특히 새누리당에서 반 사무총장을 (대선 주자로) 거론하지 않는 게 본인과 국익을 위해서 도움이 된다”면서도 “당이 영입할 인사가 없다면 정권재창출을 위해 반 사무총장을 영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태환 의원은 “박 대통령 임기가 아직 2년도 지나지 않았는데 우리 포럼이 ‘반기문 현상’을 심각하게 다루고 토론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주장했고, 다수 의원들도 이에 동의하는 뜻을 표시했다.
이에 포럼 총괄간사인 유기준 의원은 “정치에 있어서 ‘당위’와 ‘현실’은 구분돼야 한다”며 “차기 대선이 3년 이상 남은 시점에서 반 사무총장이 대선주자로 화두가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현실적으로 ‘반기문 현상’이 있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친박 좌장’ 서청원 “정치권이 할 일은 경제살리기에 올인하는 것”
한편, 친박의 좌장격인 서청원 최고위원은 이날 포럼에서 축사를 통해 최근 정치권에 탄력이 붙은 개헌론에 대해 “정치의 가장 기본적인 공식은 국민이 먹고사는 문제다. 대통령께서도 (시정연설) 40여분간 경제살리기의 말씀이 있었다”며 “정치권이 할 일은 경제살리기에 올인하는 것”이라고 비판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그는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해서는 “공무원연금 개혁은 가슴이 아프다. 봉사한 분들의 연금을 깎는 것이 그렇게 저거할(좋을) 건 없다”면서 “그러나 이것도 우리 시대가 가야할 절대절명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가 다같이 힘쓰면서 연금개혁 법안이 연말까지 통과되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연내 처리를 강조해 온 박 대통령에게 힘을 실었다.
이날 포럼에는 서 최고위원을 비롯해 간사인 유기준 의원과 홍문종, 윤상현, 유기준, 김태원, 정우택, 안홍준, 함진규, 이한성, 이완영, 김종훈, 경대수, 이우현, 박대동, 민병주, 손인춘, 박덕흠, 노철래, 박맹우, 신동우 의원 등 친박계 의원들이 대거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