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 회장 후보 면면 보니…회추위의 최후 선택은?
입력 2014.10.16 19:58
수정 2014.10.17 17:02
'내부출신' 김기홍·윤종규·지동현 '외부출신' 하영구 정면승부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가 16일 차기 회장 후보를 4명으로 압축하면서 KB수장 한 자리를 둘러싼 결선레이스에 총성이 울렸다.
회추위는 이날 오후 서울 명동 KB금융 본점에서 4차 회의를 열고 7명의 1차 후보군 중에서 김기홍 전 KB국민은행 수석부행장, 윤종규 전 KB금융지주 부사장, 지동현 전 KB국민카드 부사장, 하영구 전 한국씨티은행장 등 4인의 후보를 발표했다.
후보군은 내부출신 3인과 외부출신 1인의 대결로 압축됐다. 회추위는 앞서 1차 후보군 7명을 상대로 한 외부 전문기관의 평판조회를 바탕으로 후보군을 4배수로 줄였다.
회추위는 이날 2차 후보 4명을 상대로 개별 심층면접 등을 벌이고 이달말 재적 위원 3분의 2 이상의 지지로 최종 후보 1명을 결정한다.
우선 김기홍 전 수석부행장은 ‘내부출신 후보’ 가운데 유력한 후보로 손꼽힌다. 김 전 수석부행장은 학계와 민간 연구소, 금융감독원 등을 두루 거친 금융전문가로 지난 2005년 국민은행 수석부행장을 역임했다. 김 전 수석부행장은 KB금융 내부 신망도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윤종규 전 부사장은 4명의 후보자 가운데 KB금융에 몸담은 기간이 7년으로 가장 길다. 삼일회계법인에서 근무하다 고 김정태 전 행장에게 통합 국민은행의 1기 경영진으로 영입됐다. 2004년 10월 KB를 떠났지만 2010년 어윤대 전 회장 취임과 함께 다시 지주사로 복귀했다. 호남출신으로 ‘TK-PK’가 독주 중인 금융권의 ‘지역안배’를 기대할 수 있다.
지동현 전 부사장은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출신으로, 조흥은행 부행장과 LG카드 부사장 등을 역임했다. KB금융과의 인연은 2006년 국민은행 연구소 소장을 시작으로 KB금융 전략담당 부사장, KB금융 카드사설립기획단 부단장 등으로 이어졌다. 만 56세로 후보자 가운데 가장 나이가 어려 ‘젊은KB’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하영구 전 한국씨티은행장은 4인의 후보자 가운데 유일한 외부인사로 2016년 3월까지 보장된 씨티은행장 자리를 박차고 나와 KB회장에 도전했다. 하 전 행장은 2001년부터 씨티은행에서 다섯 번 연임으로 최장수 은행장 기록을 쓰던 중이었다. 금융권에서는 하 행장을 유력한 후보로 거론하며 “임기가 보장된 자리에서 나온 것은 그만큼 자신 있다는 것 아니겠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번 후보압축으로 KB금융 차기 회장에 ‘내부출신’이 오를지 여전히 뜨거운 관심이다. KB금융 내에서는 KB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이 낙하산 인사에 있는 만큼, 이번이 ‘회장=내부 승진’공식을 뿌리내릴 수 있는 기회라는 기대감이 어느때보다 큰 상황이다.
금융권에서는 ‘회장=외부, 행장=내부’에 대한 전망이 여전히 우세하다. 다만 KB금융 내부여론이 확산돼 외부인사 회장후보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강해질 경우 내부인사에게 기회가 돌아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국민은행 노조는 “차기 회장과 은행장은 내부출신 인사가 돼야 한다”는 내용의 직원 1만1287명의 서명을 이사회에 전달했고, 회추위에 참석해 “내부출신 회장에 대한 직원들의 열망을 반영해 달라”고 당부했다.
낙하산 논란에 '보이지 않는 손' 작아졌나?
KB사태에서 파생된 ‘낙하산 인사’ 논란의 여파로 인해 차기 회장 선임 과정에는 과거와 다른 미묘한 분위기도 감지된다. 특히 그동안 인사 외압의 근원지로 알려진 청와대를 비롯한 윗선에서도 ‘관망’으로 자세를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이번에 (청와대 등에서) 노골적으로 ‘회장은 누구다’라고 찍어내리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회장 선임을 좌지우지해온 ‘보이지 않는 손’이 예전과 달리 힘을 발휘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얘기다.
이미 금융권에서는 정권과 가까운 후보자가 거론되거나 특정 계파에서 ‘누구를 밀고 있다’는 등 물밑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치권이나 청와대 핵심 인사와의 친분을 내세우는 등 실력 보다는 인맥을 중시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완전히 끊이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 KB금융 이사회는 특정후보가 유력한 인사로 부각되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회추위는 지난달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마친 뒤 “과도한 지지활동을 하는 후보에 대해서는 평가 등을 통해 불이익을 주겠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