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이 찾아간 '위성...' 정부도 언론도 헛짚었다
입력 2014.10.16 08:18
수정 2014.10.16 12:04
<단독>'인공위성'의 위성 아닌 '위성도시'의 위성
주택단지 거주 과학자들은 핵 연구 아닌 농업 부문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40일만에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방문한 곳은 평양시 은정구역에 새로 건설한 위성과학자주택지구이다. 노동신문 등 북한 관영매체는 14일 김정은 제1위원장이 “새로 일떠선 위성과학자주택지구를 현지지도하시었다”고 보도했다.
과학자 주택지구는 올해 1월 김정은의 지시에 따라 3월부터 건설을 시작해 불과 7개월만에 아파트 단지로 완공됐다.
오랜 잠적을 깨고 모습을 드러낸 김정은이 첫 시찰지로 ‘위성과학자주택지구’를 택하면서 시찰 장소에 대한 의미 분석도 뒤따라 나왔다.
우선 주택지구의 이름이 ‘위성과학자’로 붙은 것과 관련해 이 곳이 핵과 로켓 등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을 위한 주택지구라는 해석이 나왔다. 김정은이 등장하면서 시선이 쏠릴 것이 분명한데 시찰 장소로 이 곳을 선택함으로써 핵·경제 병진노선 추진을 강조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위성과학자주택지구의 ‘위성’은 그동안 북한에서 김일성 일가를 옹위하는 의미로 사용된 용어이며, 특히 평양의 ‘위성도시’로 지명된 평성시 국가과학원 소속 과학자들이 입주할 주택지구라서 붙여진 이름인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복수의 대북소식통들은 ‘위성’이라는 용어는 당 정책을 설명하는 강연회나 결의문 낭독에 자주 등장하는 것으로 김 씨 일가에 대한 충성을 다짐하는 “태양의 위성이 되자”는 구호도 있다고 했다.
또 북한 내부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평양을 둘러싸고 있는 평성, 남포, 사리원 세 곳을 '위성도시'로 지목해 발전적인 도시 건설을 추진 중이다. 평양을 둘러싸고 있는 이 세 도시는 평양을 더욱 번영시키는 한편, 유사 시 평양을 방어하는 목적도 갖고 있다.
소식통들은 “북한에서 위성도시에 붙인 ‘위성’(衛星)이라는 말은 한자어 뜻 그대로 ‘태양 주위를 도는 별’을 뜻한다. 김일성 주석을 태양에 비유하는 북한은 김일성 일가가 사는 평양을 옹위하기 위해 평성, 남포, 사리원 세 곳을 위성도시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위성도시는 과거 김정일의 지시로 추진됐다고 한다. 평성에는 북한 최대 규모의 국가과학원이 있으며, 남포는 항구도시로 긴요하고, 사리원은 방어도시로서 기능을 한다. 소식통은 “김정일은 평양을 더욱 번영시키고 방어할 목적으로 이 세 도시를 위성도시로 삼아 건설을 추진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정은이 시찰한 위성과학자주택지구는 평성에 있는 국가과학원 소속 과학자들을 위한 아파트로 알려졌다. 행정구역상 원래 평성시로 편성되어 있던 곳이다. 하지만 김정일의 지시로 이 아파트 단지만 평양시로 개편됐다고 한다.
평성은 평양과 바로 맞붙어 있는 도시이다. 소식통은 “국가과학원을 현지 시찰 나온 김정일에게 과학자들이 ‘평양시민이 되고 싶다’는 민원을 제기하자 김정일이 원래 평성시였던 이 구역을 평양시 은정구역으로 개편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했다.
따라서 은정구역의 위성과학자주택지구는 핵과 로켓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살 곳이 아니라 평성 국가과학원 소속 과학자들이 거주할 아파트이다. 국가과학원은 공업과 농업 분야를 연구한다. 다만 평성이 평양의 위성도시이므로 주택지구 이름에 ‘위성’ 자를 쓴 것이다.
한편으로는 북한의 수령을 위해 열심히 봉사하라는 의미로 주택지구 이름에 ‘위성’ 자를 썼을 가능성도 있다. 북한에서는 김일성의 생일도 ‘태양절’로 부른다. 소식통은 “평성이 위성도시인 것은 분명하고, 다만 위성과학자주택지구라는 이름을 정하면서 ‘위성’을 쓴 것은 충성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했다.
따라서 정부 당국자나 일부 전문가들의 분석처럼 김정은이 위성과학자주택단지를 찾은 이유가 핵·경제 병진노선을 강조하기보다는 주택지구 완공에 따라 자신의 치적을 내세우고 충성을 다짐받기 위한 의도일 가능성이 크다.
평성의 국가과학원에서는 공업, 농업 분야에 대한 연구를 담당하고 있으며, 핵·미사일과 로켓 등에 대한 연구는 제2자연과학원에서 별도로 전담하고 있다. 제2자연과학원 본부는 평양시 룡성구역에 있으며, 연구소들은 북한 전역에 분포돼있다.
한편, 그동안 김정은이 요양과 치료를 위해 머물렀다는 자모산 특각(전용 별장)도 국가과학원과 멀지 않은 평성시에 위치한다. 김정은은 지난 9월3일 모란봉악단 음악회 관람 이후 공개 활동을 하지 않아 그동안 통풍설, 발목 수술설에 뇌사설과 쿠데타설까지 각종 루머에 휩싸인 바 있다.
하지만 북한 매체는 김정은이 지팡이를 짚고 현지 시찰하는 모습을 내보내면서 확산되는 의혹을 불식시켰다. 특히 동영상없이 정사진만 보여준 북한 매체에서 김정은이 앉은 테이블 위에 담배와 재떨이가 놓인 모습도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