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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산부 못앉는 지하철 임산부 석 왜 만들었나요?

조성완 기자/목용재 기자
입력 2014.10.11 08:36
수정 2014.10.11 08:56

간신히 앉으면 노인들 눈총에,,,청년들은 딴청에...

임산부의 날 10년째, 임산부 위한 배려 점수는 여전히...

서울시가 2일부터 지하철 1∼8호선 열차 1칸마다 2석씩을 '임산부 배려석'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임산부들은 정작 마음 편히 못앉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자료사진)ⓒ연합뉴스

“임신부석은 워낙 임신부 아닌 분들이 많이 앉아있죠, 아예 앉아 있지 말란 이야기가 아니죠. 다만 임산부가 오면 양보해 달라 그뿐이죠. 그런데 아무리 지하철에서 홍보동영상 틀고 캠페인 하면 뭐하나요? 정작 현실은 임산부석에 앉아 자는 사람, 아니면 스마트폰에 빠져 모르고, 혹은 일부러 못 본 척 자리 앉아있는 사람들이 태반이죠. 이건 문제가 있다고 봐요.

그냥 임산부 배지 자체에 기능을 넣어서 그 자리는 임산부가 배지를 찍고 앉을 수 있는 자리로 만들든가 아님 근처에 임산부 배지든 임산부가 오면 ‘임산부에게 자리를 양보해 주세요’라는 음성 지원이 되게 했으면 좋겠어요. 앉지 못하는 임산부석은 오히려 있음으로 인해 더 맥 빠지게 만드네요.”


“요즘은 배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보건소에서 받은 ‘임산부 먼저’라는 카드집을 꺼내놓고 노약자와 임산부 자리를 이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어르신이 먼저인 우리나라 정서상 앉아 있음에도 서서 가는 것만 못하는 가시방석입니다. 주위 어르신들의 눈치와 대놓고 젊은 아가씨는 일어서서 가라는 아주머니들. 임산부라는 글씨가 너무 조그마한 것인지, 겉옷을 벗어서 나온 배를 보이며 임산부임을 티내야 하는 것인지 막말 하시는 할머니 아주머니 한두분이 아닙니다.

출퇴근길 지하철을 이용하시는 맘들. 저만 이런 상황을 자주 겪는건지 아님 3호선에서 유난히 그러는건지. 노약부와 임산부 서로 심기 불편한 일. 방금 서울메트로에 전화를 걸어 제발 좀 임산부와 노약자 좌석을 좀 분리해 달라고 건의했습니다.”


매년 10월 10일은 임산부의 날이다. 풍요와 수확을 상징하는 10월과 임신기간 10개월을 의미하는 이날은 임신과 출산을 사회적으로 배려하고 출산, 양육의 어려움을 해결하자는 취지로 지난 2005년 제정됐다.

하지만 임산부의 날이 제정된 이후 각종 행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임산부에 대한 우리 사회의 배려심은 아직까지 만족할만한 수준이 아니다. 이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은 바로 임산부의 지하철 이용사례다.

“교통약자 배려석? 어르신들 볼멘소리 듣는 게 이제는 익숙하다”

10일 현재 인터넷 포탈 ‘네이버’의 카페 ‘맘스홀릭’에서는 지하철 이용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글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해당 카페는 약 220만명의 회원수를 보유한 국내 최대의 임신, 출산 육아 커뮤니티로 여성만 가입할 수 있다.

임산부들이 문제제기를 하는 부분은 크게 두 가지로 그 중 하나는 지하철에 마련된 교통약자 지정석의 이용 대상자임에도 사사건건 주위의 따가운 눈총에 시달리는 것이다. 말 그대로 가시방석이 따로 없다는 주장이다.

전동차 내부에 마련된 교통약자 배려석은 △몸이 불편하신 분 △어린이를 안고 계신 분 △임산부 △나이 든 어르신들을 위해 마련된 좌석이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배려석은 어르신들의 ‘지정석’이 돼 버렸다.

임신 4개월 차에 접어든 직장인 박모 씨(30)는 이날 ‘데일리안’의 통화에서 “출퇴근길에 노약자석을 앉을 경우 회사에 도착할 때까지 눈을 감고 있는 게 일상사”라며 “간혹 나이 드신 분들이 앞에 서서 ‘요즘 젊은 것들은...’이라며 혀를 찰 때마다 참 억울한 심정”이라고 털어놨다.

임신 7개월 차인 김모 씨(33)도 “노약자석에 앉아 있다가 어르신들의 볼멘소리를 듣는 게 이제는 익숙하다”면서 “그럴 때마다 뭐라고 한마디 받아치고 싶지만 괜히 일을 크게 만들기도 싫고, 아기한테도 나쁠까봐 그러려니 하고 참는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유명무실한 임산부 배려석, 서울시는 책임 떠넘기기?

임산부들이 문제제기를 하는 두 번째는 사실상 이름만 존재하는 ‘임산부 배려석’의 운영에 대한 부분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10월 지하철 1~8호선 열차 1칸당 중앙석 양끝 2석을 ‘임산부 배려석’으로 지정하고, 그해 12월부터 본격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유산의 위험, 입덧과 구토, 피로감을 겪는 임산부지만 사실상 경로석으로 굳어진 기존 ‘교통약자 보호석’을 충분히 이용하지 못하는 데 따른 배려 차원이다.

시행 1년이 된 현재 임산부 배려석은 아직까지 ‘일반석’으로 인식되고 있다. 승객들의 배려심, 홍보부족 등의 문제도 있지만 임산부 배려석이 일반인 좌석과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는 탓도 크다.

노약자석이 별도로 분리돼 있는 것과 달리 임산부 배려석은 일반석과 같이 자리하고 있으며 의자 색도 동일하다. 좌석 상단에 가로·세로 30㎝의 임산부 배려석 마크가 부착돼 있지만 승객이 앉을 경우 가려지는 게 일상사다.

서울시 홈페이지에는 시행 직후부터 임산부 배려석과 일반석을 구분해 달라는 요구가 심심찮게 제기되고 있다.

아이디 ‘dhs***’은 “(임산부 배려석을) 핑크색으로 도색하고 버스는 시트커버를 바꿔 임산부들이 편하게 전용좌석을 이용하도록 배려가 필요하다”며 “현재의 그림 표시로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꼴이라 얼굴 두꺼운 인간들은 눈앞에 임산부가 서있는걸 보고도 일부러 자는 척 눈 감는 게 오늘날 지하철 문화”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시민은 “(임산부 배려석에) 사람들이 앉아 있으면 ‘임산부 먼저’라는 스티커가 가려져 보이지가 않고 또 임산부가 그 자리로 와서 앉으려는 시도도 잘 하지 않는다”면서 “임산부에게 제 자리를 찾아주기를 희망한다. 승객들이 임산부 좌석임을 쉽게 인지하고 그래서 그 자리에 앉아 있다가도 임산부가 앞에 오면 일어나서 자리를 비켜 줄 수 있게 좀 더 눈에 뜨이는 표지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이와 관련, 서울시 도시철도팀 관계자는 “서울시가 임산부 배려석 운영을 하는 건 맞지 않다”며 “우리가 지원을 하고 있기 때문에 스티커 붙여주는 것을 같이 하고 있지만 엄밀히 말하면 주무부서는 보건복지부”라고 주장했다.

해당 관계자는 다만 “서울시장 공약 사업의 일환으로 지하철 자체에 대해서 (임산부 배려석을 운영)하고 있다”면서 “예산을 별도로 편성해서 전체적으로 개선작업을 하고 있고, 공식적으로는 내년부터 2년간 전반적으로 (개선)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조성완 기자 (csw4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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