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요정 넘어 퀸으로’ 손연재, 안방 바이러스 웃어넘겼다

김윤일 기자
입력 2014.10.02 22:28
수정 2014.10.03 12:34

홈에서의 폭발적인 관심 속에도 의연하게 연기 펼쳐

김연아-박태환도 극복 어려웠던 '안방 역효과' 떨쳐

손연재는 2일 인천 남동체육관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리듬체조 개인종합 결선 3개 종목에서 18점대를 돌파하는 절정의 연기로 압도적인 1위(금메달)를 차지했다. ⓒ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손연재(20)가 이제는 요정을 넘어 퀸으로 시상대 맨 꼭대기에 태극기를 두르고 우뚝 섰다.

손연재가 한국 리듬체조 사상 최초의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획득했다.

손연재는 2일 인천 남동체육관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리듬체조 개인종합 결선 3개 종목에서 18점대를 돌파하는 절정의 연기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전날 개인종합 예선을 겸한 팀 결선에서 은메달이라는 사상 최고의 성적을 이끈 손연재는 개인종합 결선에서는 기어코 금메달을 목에 걸며 ‘멀티 메달’에도 성공했다.

16명의 선수들이 결선에 나선 가운데 7번째로 포디움에 선 손연재는 첫 순서로 나선 곤봉 종목에서 18.100점을 따내며 산뜻한 출발을 알렸다. 이어진 리본 종목에서도 18.083점의 고득점, 주종목 후프에서 18.216점을 받아 금메달을 예감했다.

마지막으로 나선 볼 종목에서는 연기 도중 공을 놓치는 실수를 범해 17.300점에 그쳤지만 손연재의 금메달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강력한 라이벌로 꼽혔던 중국의 덩썬웨(22)가 마지막 곤봉 연기를 치르기 전 이미 19.233점의격차 때문에 현실에서 이미 손연재의 금메달은 사실상 확정됐다. 덩썬웨는 곤봉 종목에서 17.866점을 얻으며 합계 70.332점으로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손연재는 힘겨운 자기 자신과의 사투 끝에 여기까지 왔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최초로 개인전 동메달을 목에 건 손연재는 이후 4년의 시간을 보내는 동안 구슬땀을 흘리며 기량을 끌어올렸다. 말 그대로 급성장이었다. 올해 리스본에서 열린 월드컵에서는 사상 첫 금메달을 따내 한국 리듬체조의 역사를 다시 썼고, 이번 대회 개인종합 금메달로 지긋지긋하던 논란을 잠재웠다.

또 다른 적도 있었다. 바로 홈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이었다. 2010년 이후 국가대표 선발전과 전국체전 정도를 제외하면 줄곧 해외에서 연기를 펼쳐온 손연재다. 낯선 환경이었지만 그만큼 주목을 덜 받았기에 부담 없이 경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세계선수권을 마친 뒤 귀국하자 스포트라이트가 모아졌고, 경기를 치를 남동체육관은 이미 대회 시작 전 매진이었다. 단체전을 치렀던 전날에도 손연재가 등장하자 우레와 같은 함성이 쏟아졌다. 급기야 연기 중에는 자신을 찍기 위해 반짝거리는 카메라 플래시와도 마주해야 했다.

홈팬들의 응원이 독이 된 사례는 과거에도 수차례 있었다. 2008년 경기도 고양에서 그랑프리 파이널을 치른 ‘피겨 여왕’ 김연아가 대표적이다. 이 대회는 김연아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경험한 국제대회다. 예매 시작 1시간도 되지 않아 표가 모두 팔릴 정도로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고, 급기야 쇼트프로그램 연기를 마친 뒤에는 무수한 꽃다발과 인형 선물이 쏟아져 화동들이 난처했을 정도다.

김연아 역시 크게 당황한 듯 “팬들이 많은 응원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상상 이상이었다”며 “긴장하지 말자고 다짐했는데 생각보다 압박이 심했다. 고국에서 더 잘하고 싶었는데 결정적인 실수를 해 눈물이 나왔다”고 토로했다. 결국, 김연아는 아사다 마오에게 금메달을 내주고 말았다.

김연아뿐만이 아니다. 박태환 역시 이번 대회에서 3연속 3연패를 노렸지만 은메달 하나와 동메달 5개에 그치고 말았다. ‘도마의 신’ 양학선 역시 부상 투혼을 발휘했지만 금메달을 놓친 뒤 왈칵 눈물을 쏟았다. 모두 국내에서의 메인이벤트가 처음이었으며 일방적인 응원에 부담을 느낀 사례다.

이 모든 것을 이겨낸 손연재다. 아시아 정상에 오른 손연재는 다음 목표로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정조준하고 있다. 첫 출전이었던 2012 런던 올림픽에서는 개인종합 5위로 가능성을 내비쳤다. 러시아의 강세가 여전하지만 부족한 부분을 보완한다면 세계무대 시상대에 서는 것도 그저 꿈만은 아니다. 손연재의 미래는 여전히 밝고 창창하게 열려있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