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특별법 '3차 합의안', 야당서도 특검 실효성 의문
입력 2014.10.01 19:22
수정 2014.10.01 19:31
정치권이 추천위에 앞서 일방적 특검 후보 선출, "쟁점 자체를 잘못 잡았다"
여야가 지난 30일 세월호특별법과 관련해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특별검사 후보군 4명을 선출해 특검후보추천위원회에 제시하는 내용의 합의안을 도출한 가운데, 야당 내부에서조차 특검의 실효성 자체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날 여야 원내대표단은 지난 8월19일 합의 내용에 특검 후보 추천 관련 내용을 덧붙인 ‘3차 합의안’을 발표했다. 당초 추천위원 7인 중 국회 몫인 4인에 대해 여당이 야당과 유가족의 사전 동의를 받아 2인을 임명키로 한 2차 합의안에 더해, 이에 앞서 여야가 특검 후보 4인을 선출한 후 추천위에 ‘2인 선출권’을 주는 것이다. 다만, 추천 과정에서 유족 참여 여부는 추후 논의키로 했다.
문제는 해당 합의안이 지난 3월 제정한 특검법의 취지에 반하는 데다, 특검의 추천 과정상 능력검증보다 ‘무색무취’ 인물 찾기가 우선이 되는 탓에 제대로 된 특검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여야는 앞서 지난 3월 추천위가 과반수 의결로 2인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최종 1인을 선출하는 방식의 특검법을 제정한 바 있다. 명시된 내용에 따르면, 추천위원은 총 7인으로, 여야가 각 2인씩 추천한 4인을 비롯해 법무부 차관, 법원행정처 차장 그리고 대한변협회장으로 구성된다.
특검이 입법부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것은 맞지만, 입법권 과잉을 막기 위한 장치로 사법권도 투입해 정치적 독립성을 보장하고 물리적 균형을 이루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번 3차 합의안으로 이러한 균형은 깨진 셈이 됐다. 특검법에 따라 추천위가 가져야할 권한을 여야 정치권이 가로채 4인의 풀(Pool)을 짜놓겠다는 것인데, 사실상 법조인 3명은 거수기 역할에 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양당 합의문에 “특별검사후보군 선정에 있어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할 수 없는 후보는 배제한다”는 내용을 명시했지만, 추천 주체가 정치권인 상태에서 해당 문구 하나로 독립성을 얻을 리 만무하다.
게다가 이러한 추천 과정은 특검에 대한 능력검증보다 정치적 색채를 따지는 또 다른 논쟁의 장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판사 출신의 4선 국회의원인 추미애 새정치연합 의원은 1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정치권이 쟁점 자체를 잘못 만졌다”고 일갈했다.
추 의원은 “특검추천위원회니 특검 후보니 등의 추천 과정은 사실 쟁점도 아니고 쟁점이 될 필요가 없는 것이었다”며 “정치권이 엉뚱한 쟁점을 만들고 유족의 메시지를 잘 전달하기는 커녕 원래 뜻을 왜곡시켜 놓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유족들은 누차 수사권한의 독립성, 충분한 조사 기간, 조사·수사·기소 간 유기적 연계를 요구했다. 특별법에는 이 세 가지 원칙이 반영돼야한다”라며 “그런데 괜히 특검추천위원회니 뭐니 하는 바람에 마치 이러한 형식들이 핵심 쟁점인 것처럼 되어버렸다. 우선적으로 야당의 잘못이 크다”고 강조했다.
추 의원은 아울러 “2차 합의안은 그래도 추천위가 상대적으로 폭넓게 사람을 볼 수 있었는데, 3차 합의안은 오로지 정치권끼리 합의해서 4인을 추천위에 주기 때문에 인재의 폭이 좁아진다”며 “정치적으로 이 사람은 된다, 안 된다 품평을 다 해놓으니 결국 능력보단 정치적으로 어디에 가깝냐가 기준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과적으로 능력검증보다는 무색무취한 사람이 돼버릴 가능성 많다”며 “특검 시늉만 할 뿐, 결론이 시원하게 나오지도 못하고 진실과는 거리가 멀어지게 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한편 단원고 유가족 대책위가 전날 여야의 3차 합의안에 대해 거부 입장을 밝히면서 새정치연합 내부에서 유가족에 대한 설득 작업을 이어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지만, 이 역시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책위 측이 워낙 완강히 거부 의사를 밝힌 데다 “야당이 특검의 중립성을 해쳤다”며 “새정치연합에 뒤통수를 맞았다”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설득 가능성에 대해서도 추 의원은 “설득이 되겠나. 설득하다는 말 자체가…”라고 운을 뗀 후, “설득이 아니고 기만을 했네 유족들을”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그러면서 “(야당이)차라리 솔직히 두 손 들고 ‘우린 못하겠다. 어떻게든 풀어보려 하는데 여당이 우리를 국정파트너로도 취급하지 않고 이도저도 안 된다고만 하는데 진실을 밝힐 수 있겠나. 이제 여당과 청와대가 나서서 풀라’고 선언하고 등원했어야한다”며 “그렇게 대응했다면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