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농구, 약체 몽골에 혼쭐…무늬만 우승 후보?
입력 2014.09.25 09:42
수정 2014.09.25 09:46
90-67 승리했지만, 전반전 민망한 수준 경기력
중국·이란 상대하기엔 역부족, 정신무장 계기 돼야
유재학 감독이 이끄는 한국 농구 대표팀이 첫 경기부터 실망스런 경기력을 선보였다.ⓒ 연합뉴스
농구 월드컵의 후유증이었을까. 아니면 자만심이었을까.
한국 남자농구가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첫 경기부터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12년 만의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노린다는 목표가 민망할 정도로 수준 이하의 경기력을 드러냈다.
유재학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24일 경기도 화성종합경기타운 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12강 본선 조별리그 D조 1차전에서 몽골을 90-67로 제압했다.
전후반 경기력은 그야말로 극과 극이었다. 전반까지 한국은 39-38, 단 1점차로 앞섰다. 그나마도 내내 끌려 다니다가 막판에 어렵게 역전에 성공한 결과였다.
기본부터 제대로 되지 않았다. 빅맨들이 신장의 우위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며 골밑 장악에 실패했고 가드진은 예상치 못한 상대의 강력한 압박수비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몽골의 기량을 우습게 여겼던 한국은 1쿼터부터 몽골의 외곽포가 연이어 터지자 눈에 띄게 흔들렸다.
그나마 김선형과 오세근의 활약이 살아나며 한국은 위기를 넘겼다. 2쿼터부터 김선형을 중심으로 한 빠른 속공으로 연속 득점에 성공하며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오세근이 22점 8리바운드를 기록하며 골밑의 주도권을 가져왔다.
한국은 3쿼터부터 이번 대회 비장의 무기로 준비했던 3-2 드롭존 수비까지 꺼내들며 몽골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전반에 활동량이 많았던 몽골의 체력이 떨어지면서 실책이 이어졌고 한국이 분위기를 가져올 수 있었다.
인정해야 할 것은 몽골 농구의 성장이었다. 2002 부산 아시안게임 당시 최약체였던 몽골은 한국에 무려 145점을 내주며 완패했으나 이제는 전혀 다른 팀이 돼 있었다. 앞선 경기에서 중동의 복병 요르단을 83-74로 제압한 이변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증명했다.
하지만 몽골의 선전만큼이나 한국의 부진도 두드러진 경기였다. 농구월드컵에서 전패를 당하고 돌아온 뒤라 체력적 부담과 사기 저하의 문제도 있지만, 아시안게임 우승을 노린다는 팀의 수준에서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경기력이었다.
수개월째 아시안게임을 준비해왔고, 대회 직전까지 외국연합팀-프로팀과 훈련을 했음에도 선수들의 실전 감각과 컨디션이 기대 이하라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만일 이날 상대가 우승 경쟁자인 중국이나 이란이었다면 참패를 당했어도 이상하지 않을 경기였다.
첫 경기의 졸전이 선수들의 정신 무장을 다시 일깨우는 자극제가 된다면 전화위복이다. 그러나 몽골전에서 보여준 경기력이 반복된다면 한국은 이번 대회 절대 우승을 노리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