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련, 전당대회 앞두고 '또' 모바일투표 논란?
입력 2014.09.23 17:04
수정 2014.09.23 17:20
문희상 "모바일처럼 간단명료한 게 어딨나" 박지원 "발언 조심하라"
‘문희상 체제’에 돌입한 새정치민주연합이 전당대회를 약 4개월 앞둔 가운데, 또 다시 모바일 투표 문제로 논란을 빚을 조짐이다.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이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모바일투표 재도입 안을 언급한 것이 불씨가 된 것이다.
비상대책위원 중 한 명인 박지원 의원은 23일 오전 서울 현충원에서 고 김대중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후 기자들과 만나 문 위원장의 '모바일투표 재도입' 발언에 대해 “비대위가 막 출범하자마자 이렇게 예민한 문제가 얘기 되면 비대위가 제 구실을 하기도 전에 전당대회 문제로 불거진다”면서 “나는 모바일 투표제에 반대한다. 이미 우리가 반대했고 폐기된 것”이라고 못 박았다.
박 의원은 이날 오전에도 자신의 트위터에 “문희상 비대위원장에게 공·사석에서 발언을 조심하라고 말씀 드렸다”며 문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정면으로 불편함을 드러냈다.
그는 “언론에 의하면 (문 위원장이) 전당대회 모바일투표 (도입이) 문제없다(는 말을 했다)고 보도되고 있다”면서 “문제없는 게 아니라 가장 큰 문제다. 특히 비대위에서 논의도 안 됐고, 비대위 출범하자마자 이런 시비가 시작되면 안 된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앞서 문 위원장은 지난 22일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모바일 투표에 대해 비노(비노무현계) 진영은 반발하고 있다”는 질문에 “모바일 투표가 문제 있는 게 아니다. 모바일이 무슨 죄가 있느냐”라며 더 나아가 “모바일로 한꺼번에 전 국민에게 뽑아달라고 하면 끝인데 그것만큼 공정한 게 어디 있느냐”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문제는 모바일로 하면 특정 계파가 유리하다는 전제와 개표할 때 확인 작업이 까다롭고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어서 논란이 된 것”이라며 “그 문제만 풀고 여야가 법률로 제정하면 그처럼 간단명료한 게 어디 있느냐”고 재차 강조했다.
새정치연합이 모바일투표로 내분을 빚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전당대회 등 각종 선거에서 모바일투표가 당내 최대 계파인 친노 그룹에 가장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앞서 새정치연합은 지난 2007년 민주당 시절 대선 경선을 시작으로 2012년 1월과 6월 당 지도부 선거와 9월 대선 경선에서 모바일투표제를 적용했다. 그 결과, 2007년 정동영 당시 대선 후보가 선출된 것을 제외하고는 1월과 6월에 각각 한명숙, 이해찬 의원이 당 대표가 됐으며, 9월에는 문재인 의원이 대선 후보로 선출되면서 친노 그룹이 당 핵심 세력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반면 타 계파의 경우, 기존의 당원·대의원 조직 내에서 상대적으로 힘을 발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지난해에는 비노계 측에서 모바일투표제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제기되면서, 계파는 물론 호남 출신과 비호남 간 갈등으로 점화되기도 했다.
당원 대다수를 차지하는 호남 출신 의원들은 대중적 인지도에 비해 당내 기반이 탄탄하기 때문에 모바일투표보다는 당원을 상대로 한 기존의 투표 방식이 훨씬 유리하다. 따라서 당내 기반은 물론 대중적 인지도도 뛰어난 문재인 의원에게는 모바일투표와 당원·대의원 내 기존 투표를 병행하는 방식이 최고의 룰로 작용한다.
게다가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비서실장과 당시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 대표까지 지낸 문 위원장이 모바일투표에 대해 긍정적인 발언을 한 만큼, 박 의원을 비롯한 다른 계파들의 심기를 건드리기 충분하다는 것이 당 안팎의 지적이다. 차기 당권주자이자 대표적인 호남 출신인 박 의원이 문 위원장의 발언에 곧바로 불편한 심기를 표한 것 역시 이 때문으로 보인다.
한편 새정치연합은 지난달 13일 ‘튼튼한 당, 국민 네트워크 정당 어떻게 만들 것인가’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최근 모바일 분야에 적극적으로 힘을 실으면서, 모바일투표제 논란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당시 토론회에 참석한 문재인 의원은 ‘당내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는 의원들이 지적에 대해 “정치적 합의가 안 된 것이 아니다. 지난 대선 때 공약사항이었고 대선 이후 평가 과정에서 만들었던 당 혁신위에서도 주요 과제로 이미 나왔으며, 당내에서 충분히 이야기가 됐고 이미 대국민 약속도 됐지 않느냐”라고 반박한 바 있다.
문 의원은 이어 “그런데 정작 당면한 선거 등에 매몰돼서 실천을 안 했다. 실천의 문제지 정치적 합의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차기 집행부가 들어선 이후 시작하면 시기상 늦으니 지금 비대위에서 실행하는 게 제일 바람직하다고 본다. 비대위가 그런 권한을 이미 갖고 있다”고 조속한 추진을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