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도 3심제도 있지만 진짜 상소했다가는...
입력 2014.09.20 09:49
수정 2014.09.20 09:52
군재판소 → 시도재판소 → 최고재판소 3급 나뉘어
1심 판결 끝나면 상소권 포기 서약 강요
북한에서 억류 중인 미국인 세 명에 대한 재판이 차례로 열리고 있는 가운데 북한에서는 첫 판결 때 상소권 포기 서약이 강요되면서 사실상 1심재판으로 형이 확정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내부에 정통한 대북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에서는 범죄자를 체포하는 기관에 따라 군 재판소, 시·도 재판소, 최고재판소에서 재판을 받게 된다. 북한의 재판소가 3급으로 구분되지만, 체포된 지역에 따라 한 군데 재판소에서 단 한 번의 재판으로 사실상 형이 확정되는 실정이다.
즉 군 단위 보안부나 보위부에서 체포됐는지 아니면 시·도 단위나 중앙의 보안부나 보위부에서 체포됐는지에 따라서 해당 재판소에서 재판을 받는 식이다.
소식통은 “당초 시·도 재판소와 최고재판소가 있고, 지방의 군 단위에는 5개 구역을 합쳐서 지구재판소가 설치됐다가 범죄 건수가 점차 늘어나면서 2007년 이후 군 재판소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또 “북한 형법에는 다시 재판받을 ‘상소권’이 정해져 있긴 하지만 대개 재판부가 형을 선고하면서 곧바로 피고인으로부터 상소권 포기 서약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재판부가 형을 선고한 뒤 상소권 포기 서약을 받기 때문에 1심재판으로 끝이 난다고 봐야 하고, 간혹 상소하는 사람이 있기는 하지만 오히려 1심재판 때보다 더 많은 형기를 선고받기 일쑤”라는 것이다.
이번에 북한에서 억류 중인 미국인 중 케네스 배 씨가 ‘국가 전복 음모죄’로 15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은 것은 일반 형벌 중에 최고형이라고 한다.
15년형 다음으로 무기징역형이 있고, 그 다음 사형이다.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사람이 간혹 교화소의 통보를 통해 다시 재판을 받는 경우도 있다.
소식통은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사람 가운데 간혹 교화소로부터 통보를 받는 형식으로 다시 재판을 받는 경우가 있으며, 여기서 언도받은 형기를 더 복역하면 풀려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북한에서는 우리의 특별사면에 해당하는 ‘대사령’도 있다. 북한에서도 대사령은 특별히 크게 기념할 일에 맞춰서 이뤄진다. “하지만 이를 악용하는 사람들이 생겨나면서 최근에는 대사령 대상자를 형기를 절반 이상 채운 사람으로 제한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또 대사령에는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은 사람, 강도·강간·살인을 저지른 범죄자는 해당되지 않는다.
중앙 보위부, 중앙 보안부, 중앙 검찰소에서 체포된 대상자는 보안부 예심국을 거쳐 중앙재판소인 최고재판소에서 곧바로 재판을 받는다. 이곳에서 형을 선고받으면 아예 서약할 일도 없이 상소권 자체가 주어지지 않는다.
소식통은 “최고재판소에서 형을 선고하면서 아예 말미에 ‘상소권은 없다’를 선포한다”며 “다만 최고재판소 이후 중앙당에 신소(민원) 청원을 할 권리가 있는 것으로 되어 있으나 신소는 거의 하지 못하고,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재조사 지시도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은 매튜 토드 밀러 씨에 대한 재판을 지난 14일 진행하면서 평양 주재 스웨덴대사관 관계자의 방청을 허락하지 않은 사실이 전해진 바 있다.
평양에서 미국의 이익대표국 역할을 하는 스웨덴대사관의 영사는 지난 6월21일 이후 밀러 씨를 면담하지 못했다. 또 현재 15년형을 선고받고 10개월째 억류 중이 케네스 배 씨의 면담도 8월11일 이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