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퀸’ 김연아 그리움…떠났지만 떠난 게 아니다
입력 2014.09.09 14:21
수정 2014.09.10 00:04
현역 시절 빛나는 업적 불구 올림픽 2연패 무산 아쉬움
피겨 시즌 다가오자 다시금 팬들 추억 자극 ‘진정한 퀸’
김연아는 은퇴했지만, 팬들은 여전히 김연아를 그리워하고 있다. ⓒ 연합뉴스
“꿀을 모으기 위해 이 꽃 저 꽃 사뿐히 날아다니는 벌을 보는 듯하다.”
불멸의 피겨 퀸 김연아(24)에 대한 외신의 평가다. 김연아를 보면 서양화가 밥 로스가 습관처럼 하던 말 “참 쉽지요”가 떠오른다.
그만큼 김연아는 참 쉽게 기술을 구사했다. 열연을 마친 김연아는 땀에 젖지도 않은 채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매년 이맘때쯤 김연아는 그랑프리 시리즈 준비로 바빴다. 배경음악과 테마, 안무 등 일거수일투족이 관심사였다. 그러나 이제는 볼 수가 없다. 김연아는 소치올림픽을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했다.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김연아는 피겨 스케이팅에 혜성처럼 등장해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 피겨 전통의 강국 일본 선수들과 일당백으로 싸워 연전연승했다. 국제빙상연맹(ISU)은 김연아 독주에 제동을 걸기 바빴다. 불리한 룰을 만들고 가산점까지 짜게 줬다. 너무 잘해서 핸디캡을 준다는 뒷말이 나올 정도로 심판진마저 김연아의 기술에 흠집을 냈다.
그럼에도 그 누구도 김연아를 멈추지 못했다. 불멸의 피겨퀸은 그랑프리 시리즈에서 아사다 마오를 수차례 누르고 정상에 등극했다. 기세를 탄 김연아는 2009 세계 선수권서 ‘정점’을 찍었다. 그해 ‘죽음의 무도’는 역대 프로그램 중 가장 완성도 높은 역작으로 평가받았다.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쏘아 올린 사뿐하고 강력한 점프-스텝은 전율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김연아는 2010 밴쿠버올림픽에서 세계신기록을 작성했다. 총점 228.56점이 전광판에 찍히자 외신들은 “오 맙소사”를 연발하며 경이적인 점수에 “당연하다. 김연아라면 저 점수도 낮다. 통합 점수는 피겨 룰이 바뀌지 않는 이상 절대 깰 수 없다”고 단언했다.
김연아의 불같은 기세는 밴쿠버에서 끝나지 않았다. 2013 세계선수권서 ‘레미제라블’ 여주인공이 돼 열연을 펼쳤다. 전광판엔 다시 한 번 경이적인 숫자 218.31점(쇼트 69.97+프리 148.34)이 찍혔다. 밴쿠버올림픽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점수다.
자연스럽게 올림픽 2연패가 현실로 다가왔다. 유럽 도박사들은 소치올림픽에서 김연아 2연패 배당률을 ‘1.1’로 매겼다. 1.1은 월드컵 축구로 비유하면 브라질 vs 일본, 올림픽 농구로 치면 미국 vs 일본 수준의 배당률이다.
그러나 말도 안 되는 장난이 벌어졌다. 올림픽 조 추점에서 결장한 리프니츠카야 대신 대기표까지 뽑아줬던 ‘들러리’ 소트니코바가 깜짝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연아가 예약한 금메달을 빼앗다시피 가져갔다. 홈 어드밴티지를 넘은 몰아주기에 올림픽 두 번째 클린 연기를 펼친 김연아마저 쓴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김연아는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예정된 은퇴지만,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하고 떠났다면 피겨 팬들의 미련도 덜 했을 것이다. 국제빙상연맹은 악수를 뒀다. 피겨의 가치를 드높인 ‘복덩이’ 김연아를 예우하기는커녕 발로 찼다.
결국, 김연아는 다 이뤘지만, 다 이루지 못했다. 재능에 비해 영광을 덜 누렸다. 100년에 한 번 나온 피겨 인재마저 파워게임에 희생당했다. 대기실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던 김연아에게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시 찾아온 그랑프리 시리즈, 안타깝게 떠나보낸 김연아가 그리운 요즘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