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광호 부결'에 새누리 욕하는 새정치연 '진짜 쩐다'
입력 2014.09.04 11:40
수정 2014.09.04 11:53
<기자수첩>오죽하면 문재인도 '할말 없다'하는데...
지난 3일 국회 정기회 본회의에서 송광호 새누리당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문제를 놓고 ‘방탄국회’ 논란이 뜨겁다. 기득권을 내려놓겠다고 외치던 정치인들이 또 다시 불체포특권이라는 기득권을 사수했기 때문이다. 1년 내내 서로 헐뜯고 싸우다가도 밥그릇을 지켜야 할 땐 기가 막히게 잘 뭉친다.
그런데 체포동의안 부결을 둘러싼 모든 비판의 화살이 새누리당에만 쏠리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에선 유은혜 원내대변인, 한정애 대변인, 김영근 대변인, 박범계 원내대변인이 번갈아가며 정론관을 찾아 새누리당을 비판했다. 체포동의안 부결은 새누리당의 조직적 반대표 때문이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었다.
하지만 총 223표 중 찬성이 73표, 반대는 118표, 기권은 8표, 무효는 24표인데, 투표에 참여한 의원들은 122명이 새누리당, 96명이 새정치연합, 5명이 정의당 소속인 것으로 알려졌다. 찬성 73표가 모두 새정치연합 의원들의 표라고 해도, 당내에서 23명은 반대, 기권, 무효표를 던졌다는 말이 된다.
특히 새누리당 내에서도 상당수는 찬성표를 던졌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 안팎의 관측이다. 또 정의당 측은 소속 의원 5명이 전원 찬성에 투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새누리당 내 찬성표가 10표만 돼도, 40명 내외의 새정치연합 의원들이 사실상 체포동의안 처리를 반대했다고 볼 수 있다.
설사 반대에 투표한 새정치연합 의원들이 한 명도 없다고 해도 책임은 피해갈 수 없다. 본회의 표결에서 무효·기권표가 반대표로 집계되는 것은 아니지만, 안건의 부결 가능성을 높이는 변수로 작용한다. 안건이 의결되려면 과반의 찬성이 있어야 하는데, 찬성표의 기준에선 무효·기권표 또한 반대표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론 비율만 차이가 있을 뿐, 새정치연합 역시 새누리당과 함께 송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부결되는 데에 일조했다. 투표에 참여한 새정치연합과 정의당 의원 101명이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고 해도 반대표보다 적어 부결될 상황이었지만, 이마저도 이탈표가 생기면서 예상보다 훨씬 큰 격차로 부결됐다.
그러나 새정치연합 측은 체포동의안 부결을 오로지 새누리당만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 모든 것은 새누리당 의원들의 조직적 반대표 때문이요, 일부 새정치연합 의원들의 반대표는 개별 의원의 판단이다.
김영근 대변인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의원 각자가 판단한 문제에 대해서 뭐라고 드릴 말씀이 없다”고 발언한 데 대해 “뻔뻔함의 극치“라며 사과를 요구했다. 잣대는 같아야 한다. 만약 새정치연합에서 한 명이라도 반대표를 던졌다면, 개별 의원 운운할 게 아니라 당 지도부가 국민에 사과를 해야 할 것이다.
당 대권주자로 꼽히는 문재인 의원조차 표결 결과에 대해 “우리 당에서도 일부 부결에 가세한 것으로 보이니 할 말이 없다”고 하지 않았는가. 할 말이 없는 상황에서 상대방만 물어뜯는 것이야말로 김 대변인의 말처럼 ‘뻔뻔함의 극치’다.
새누리당 내 개별 의원들의 선택으로 정당이 비판받아야 한다면, 그건 새정치연합도 마찬가지다. 누구는 숫자가 많다고 해서 조직적 행동이 되고, 누구는 숫자가 적다고 개별 의원들의 일탈이 되는 문제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