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쟁점 피하고 민생행보? 김무성의 '한 수'
입력 2014.09.04 11:34
수정 2014.09.04 11:39
이완구에 협상공간 확보해주고 청와대와 관계형성 '두마리 토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정기국회를 앞둔 시점부터 민생행보에 전념하고 있다. 스스로는 침체된 경제를 살려 국민이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게 최우선이라는 입장이지만 정치권에서는 ‘다목적 포석’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달 26일과 28일 연이어 부산을 방문한 데 이어 27일에는 경기도 과천시의 한 주민센터를 방문해 복지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민생현장 점검에 나섰다. 이후에도 노동계와 재계를 잇따라 방문하고, 서민 임대주택을 둘러보는 등 민생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김 대표 측 핵심관계자는 3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당 대표는 민생을, 원내대표는 국회를 책임지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가 민생 행보에 집중하는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청와대와 껄끄러운 관계를 형성할 수 있을 소지를 사전에 방지하고 당 대표로서 민생이라는 보다 큰 국민적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겠다는 의도로 보고 있다.
세월호특별위원회 청문회 증인 채택 문제와 특별법 처리 문제는 하나의 문제로 다뤄지고 있다. 특위에서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과 정호성 제1부속실 비서관을 증인으로 요구하는 상황에서 김 대표가 특별법 문제 해결에 나설 경우 청와대와 껄끄러운 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
당 대표 임기 초기에 청와대와 관계가 틀어지면 전당대회 이후 숨 죽이며 지내고 있는 친박계에게 공격의 빌미를 줄 소지도 다분하다. 하지만 민생 행보를 택함으로써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힘을 실어주는 것은 물론 청와대와 껄끄러운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특별법 문제에서도 거리를 둘 수 있다.
또 하나는 협상의 주체인 이완구 원내대표에게 협상공간을 확보해주는 것과 동시에 야당을 압박해 세월호 국면을 벗어나려는 의도가 깔려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대표 측 관계자는 “철도파업은 정치적 문제였지만, 세월호는 법적인 문제가 더 크기 때문에 두 개를 비교하는 건 무리가 있다”며 “또 명백히 협상의 주체는 원내대표로 규정돼 있기 때문에 김 대표가 나설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그간 김 대표의 행보를 살펴봐도 본인이 전면에 나서기보다는 이 원내대표에게 힘을 실어주는 경향이 강했다.
지난 8월 18일 세월호유가족을 처음 만난 자리에서도 김 대표는 “지금 원내대표간 협상이 무르익어가고 있으니까 여러분의 뜻을 잘 전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본인의 역할을 ‘협상’이 아닌 ‘소통’으로 무게추를 실은 것이다.
여야 원내대표간 2차 합의가 이뤄진 지난달 19일에도 김 대표는 “이 원내대표가 그동안 너무 큰 고생을 하고 어렵게 합의본 내용을 추인해주는 게 여당으로서 할 일”이라며 당내 일각에서 제기되는 불만을 목소리를 잠재워 재합의안이 추인되는 데 결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했다.
김 대표가 협상에 개입할 의지가 있다고 해도 뚜렷한 명분을 찾기가 힘들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세월호 참사 발생 당시 당 대표가 아니었고, 전당대회 이후에는 코앞에 닥친 7·30 재보궐선거에 집중했다. 특별법 문제에 대해서는 “내가 아직 파악이 안 됐다”며 거리를 뒀다. 더구나 현 상황이 여당에게 크게 불리하지 않기 때문에 무작정 기존의 입장을 뒤집고 협상 테이블에 올라서기도 애매하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김 대표가 나서는 순간 이 원내대표가 협상을 제대로 이끌어오지 못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게 되고, 이로 인해 양측 관계에 균열이 발생할 수도 있다”면서 “또 특별법은 한순간의 판단 미스로 여당에게 대형악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김 대표가 먼저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