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 경기’ 삼성·NC…누구를 위한 9회였나
입력 2014.09.03 10:12
수정 2014.09.04 15:11
거센 빗줄기 속에 경기 중단 없이 9회 진행
결국 드라마틱한 막장극 펼쳐지며 심판 빈축
경기 중단 타이밍을 놓쳐버린 심판진의 결정이 역대급 진흙탕 싸움을 만들어내고 말았다.
2일 대구 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NC의 경기는 거센 빗줄기로 인해 9회말 10-10 동점 상황에서 심판의 경기 중단 선언이 나왔고, 그대로 무승부로 마무리됐다.
사실 이날 경기는 시작 전부터 비가 내렸지만 노게임을 선언하기에는 애매한 강우량이었다. 게다가 KBO 역시 아시안게임 브레이크 등 빡빡한 일정을 감안해 경기를 진행시키기로 결정한다.
문제는 나란히 연패에 빠져있는 삼성과 NC의 상황이었다. 양 팀은 연패 탈출을 위해 처진 분위기를 애써 추슬렀지만 좋지 않은 그라운드 사정으로 인해 오히려 부담이 가중되는 모습이었다.
경기는 2회 선취점을 뽑은 NC가 곧바로 역전을 허용했고, 선발이 무너진 삼성 역시 6회 2점을 내주며 1점 차 접전 양상으로 흘렀다. 그리고 8회 등판한 삼성 마무리 임창용은 권희동에게 적시타를 내주며 블론세이브를 기록, 결국 원점이 돼버렸다.
여기까지는 그럭저럭 괜찮았다. 정작 문제는 빗줄기가 굵어진 8회말 이후 상황이었다. 6-6 동점 상황에서 충분히 콜드게임을 선언할 수 있었지만 심판진의 선택은 경기 속개였다. 그리고 막장 드라마가 시작됐다.
마운드는 비에 흠뻑 젖어 정상적인 투구가 어려워보였다. 임창용 역시 딛는 발의 중심을 잡기 힘든 듯 급격히 제구가 흔들렸고 무사 만루 위기에 몰렸다. 결국 임창용은 이승재에게 싹쓸이 3루타를 얻어맞았고, 타자 주자까지 홈을 밟으며 NC가 순식간에 4점을 따냈다.
막장의 완성은 삼성의 마지막 공격이 펼쳐진 9회말이었다. 빗줄기는 더욱 굵어졌지만 심판진은 경기 중단을 선언할 수 없었다. 급기야 마운드 정비를 위해 심판들이 직접 삽을 들고 보수 작업을 하는 촌극이 펼쳐지기도 했다.
삼성은 박한이의 2점 홈런과 비로 눈을 뜰 수 없었던 NC 야수들의 수비, 그리고 손에서 공이 미끄러진 손민한의 폭투로 끝내 동점을 만들어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심판은 경기 중단을 선언, 찜찜한 무승부로 길고 길었던 5시간 2분의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NC와 삼성 모두 억울하기는 마찬가지다. 역전에 성공한 NC는 9회말 정상적인 경기가 불가능했음에도 요지부동인 심판으로 인해 거센 비를 맞으며 어려운 수비를 해야 했고, 삼성 역시 폭투 이후 1사 2루의 찬스가 계속됐지만 더 이상의 기회를 얻지 못했다.
이날 경기는 오훈규, 박기택, 이민호, 문동균 심판에 의해 진행됐다. 오훈규 심판은 지난 4월 한화와 두산의 경기서 몸에 맞는 공에 대한 판정을 신속하게 처리하지 못해 경기를 지연시켰고, 최초 판정을 번복해 운영상의 혼란을 초래, 엄중 경고를 받은 바 있다. 베테랑 박기태 심판 역시 지난 7월 삼성과 NC 경기 때 두 차례의 오심이 합의 판정으로 번복되는 머쓱한 상황에 놓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