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아시안게임 응원단 파견 철회...노림수 있나
입력 2014.08.29 12:01
수정 2014.08.29 19:11
리설주 이슈화에 대한 두려움? 남한사회 충격 고려?
북한이 오는 9월에 열리는 인천아시안게임에 응원단을 파견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은 남한에 대한 압박 효과를 노리는 것일 수도 있지만, 그것보다 북한 자체적인 득실관계를 고려한 결정인 것으로 분석된다.
손광호 북한 올림픽위원회 부위원장은 28일 조선중앙TV에 출연해 “남측이 우리 응원단이 나가는 것을 우려하면서 시비하고 바라지 않는 조건에서 우리는 제17차 아시아경기대회에 응원단을 내보내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손 부위원장은 지난달 17일 북한 선수단 및 응원단의 인천아시안게임 참가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남북 실무접촉에 북측 단장으로 참석했었다.
그는 “남측은 우리 응원단이 나가는 데 대해 대남 정치공작대니, 남남갈등 조성이니 뭐니 하면서 노골적으로 험담하다 못해 지어 지난 7월 진행된 북남 실무회담에서는 우리 응원단의 규모가 어떻다느니, 우리 응원단이 응원할 공화국의 크기가 크다느니 작다느니 하면서 시비를 걸고 지어 우리가 입 밖에도 내지 않은 비용 문제까지 꺼내들면서 북남 실무회담을 끝끝내 결렬시키고 말았다”고 했다.
그는 또 “지난 8월20일 남조선 인천에서 진행된 제17차 아시아경기대회 추첨식과 국제체육학술토론회에 참가한 우리 대표단이 아시아경기대회 조직위원회 관계자들과 남측 당국 관계자들에게도 이에 대해 이미 통지했다”고 말했다.
북한의 응원단 파견 취소와 관련해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남한과의 실무접촉에서 성과가 없다고 판단하고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사실 북한의 입장에서도 응원단 파견이 양날의 칼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고 교수는 “북한의 미녀 응원단이 파견되면 큰 관심을 끌겠지만 동시에 남한에서 리설주와 관련된 얘기도 많이 언급될 것을 경계한 결과일 수도 있고, 동시에 300여명의 응원단이 남측에 와서 남북 간 차이를 목격하고 받을 충격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정은 정권 들어 북한이 유난히 전력을 내세우며 권위를 과시해온 것을 볼 때 응원단 파견 비용 문제를 놓고 뜨뜻미지근한 태도를 보이는 남한과 협상을 이어갈 마음을 접은 것이라는 판단이다.
또 김정은 정권에서 탈북자를 봉쇄하기 위해 북중 국경지대를 조직적으로 관리하는 등 이탈 현상을 크게 경계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앞서 인천아시안게임에 북측이 참가하는 문제를 논의하는 실무접촉이 한차례 열렸을 때 응원단 파견 문제를 놓고 협의가 원활하지 않았었다. 이후에도 정부는 최근 들어 “응원단 파견 문제는 국제관례와 함께 남북관계를 고려한 전례를 고려하겠다”며 다소 유연한 태도를 보였지만 여전히 북측에 응원단 파견을 먼저 제안하는 등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아왔다.
전문가들은 이번 북한의 응원단 파견이 불발됐다고 하더라도 우리측이 제안한 2차 고위급 접촉이나 추석 계기 이산가족상봉 등에 대한 논의는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향후 고위급 접촉 등이 이뤄지고 회담에서 성과가 있을 경우 응원단 파견 문제가 다시 논의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정부는 지난 조추첨 행사에 참가한 북측 대표단이 응원단 불참 입장을 전달했다는 사실을 그동안 공개하지 않았다. 22일 조추첨에 참가한 북측 대표단이 우리 측에 서한을 전달해 인천아시안게임에 273명의 선수단을 보낼 것이라고 통보한 사실을 공개할 때나 26일 우리측 회신 전통문을 북측에 전달했을 때에도 “북측이 응원단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고만 전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당시 북한의 통보가 서면이 아닌 구두에 의한 것으로 진의를 좀 더 파악할 필요가 있어 공개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