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오 단식철회에 '뻘쭘' 새정연 "출구가 안보여..."
입력 2014.08.28 17:28
수정 2014.08.28 17:32
유가족은 새누리로, 새정치만 홀로 “3자 협의체”
문재인 정청래 등 동조 단식 의원들도 '눈치'
세월호 참사 단원고 희생자인 고 김유민 양의 아버지 김영오 씨가 28일 단식농성을 철회하면서 그간 장외투쟁을 벌이던 새정치민주연합이 궁색한 처지에 놓였다.
새정치연합은 지난 25일부터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세월호 특별법 3자 협의체 구성 및 김 씨와 면담을 촉구하며 장외투쟁을 벌여왔다. 이 과정에서 새정치연합은 “박근혜 대통령은 김영오 님을 면담하라”, “박근혜 대통령은 김영오 님을 살려달라“고 외치며 김 씨의 단식을 투쟁 구실로 활용했다.
하지만 희생자 유가족 측이 새누리당과 직접 협상으로 투쟁 방향을 선회하고, 김 씨가 단식을 중단하면서 더 이상의 장외투쟁은 명분이 사라졌다. 여야와 유가족 대표단이 한 자리에 참석하는 3자 협의체는 아니지만 사실상 상시 협상 테이블이 마련됐고, 김 씨 역시 다른 형태로 투쟁 방향을 틀었기 때문이다.
당 안팎에서도 새정치연합의 국회 복귀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유경근 단원고 희생자 유가족 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이날 김 씨의 단식농성 중단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야당 의원들도 단식을 중단하고 국회로 들어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해달라“고 촉구했다.
당 중진인 박지원 의원도 트위터를 통해 “문재인 의원도 단식을 중단하길 권고하며, 이를 계기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의 고리가 풀리기를 기대한다”면서 새정치연합에 대해서도 장외투쟁을 중단을 권고했다.
유가족은 새누리로, 새정치만 홀로 “3자 협의체”
새정치연합은 당초 장외투쟁의 명분으로 유가족들과 대화를 내걸었다.
새정치연합은 투쟁 이튿날인 지난 28일 결의대회에서 △새누리당은 3자 협의체 구성에 동의하고, 대화에 조속히 참여하길 촉구하고 △지금 국회 최고의 민생법안은 세월호 특별법임을 천명하고 △정부 여당이 세월호 특별법에 대해 유족이 동의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할 때까지 강력히 투쟁할 것을 결의했다.
3자 협의체는 희생자 유가족들의 법률자문을 맡았던 대한변호사협회가 처음 제안했던 안이었다. 이는 새누리당 측이 세월호 특별법 공청회 참석을 비롯한 유가족들과 변협의 대화 요청을 거부한 데 따른 조치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새정치연합은 새누리당과 협상 과정에서 유가족들의 입장을 대변해왔다.
하지만 두 차례에 걸친 여야 원내대표간 합의에 유가족들의 요구가 반영되지 않으면서 유가족들은 협상에 직접 뛰어들었다. 마침 새누리당이 지난 25일부터 전향적으로 태도를 바꿔 단원고 유가족들과 대화에 나섰고, 유가족들은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새정치연합을 통하지 않고 새누리당 측에 직접 전달했다.
이 과정에서 새정치연합은 자연스럽게 소외됐다. 단원고 유가족 측은 지난 27일 새누리당 원내지도부와 면담을 가진 뒤 새정치연합 지도부와도 만날 예정이었으나, 피곤하다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새정치연합 지도부와 약속을 취소했다. 새정치연합 측은 새누리당과 유가족들간 면담 종료만 기다리던 상황이었다.
특히 단원고 유가족 측은 그동안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간 협상 대상에서 특별법상 진상조사위원회에 기소권을 부여하는 문제가 제외됐던 사실을 몰랐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김재원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새정치연합은 애초에 기소권을 주장하지 않았음에도 이를 50일이 넘도록 몰랐다는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처럼 단원고 유가족 측이 새누리당과 단독 협상을 진행하고, 기존 여야간 합의 내용을 부정하는 것이 결과적으로는 새정치연합에 의존하던 방식에서 떠나 투쟁 중단의 명분을 얻으려는 일종의 출구전략으로 풀이된다. 현 상황에서 3자 협의체 구성을 요구하는 쪽은 사실상 새정치연합뿐이다.
반면, 새정치연합의 출구전략은 사실상 실패로 끝났다. 새정치연합은 의원총회 의결 시 유가족들의 반발과 부결 시 역풍을 고려해 여야 원내대표간 2차 협상안 추인을 미뤘다. 합의안을 수용한 것도, 거부한 것도 아닌 이 같은 조치는 새누리당과 유가족 모두를 등 돌리게 하는 결과만 낳았다.
김영오 단식 철회에 힘 빠졌지만 비상행동은 계속
김 씨의 단식농성 철회 역시 새정치연합 장외투쟁의 정당성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관측된다.
새정치연합은 그간 김 씨의 단식을 정부 여당을 압박하는 정치적 도구로 활용해왔다. 일부 의원들이 동조 단식농성을 벌이는가 하면, 지도부 차원에서는 김 씨가 입원 중인 병원을 찾았다. 또 “사람의 생명은 살려야 하지 않느냐”고 호소하며 연일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김 씨와 면담을 촉구했다.
하지만 김 씨의 단식 철회로 새정치연합의 중요한 구실이 사라졌다. 단원고 유가족 대책위원회는 28일 기자회견에서 김 씨의 단식농성 철회 이유로 건강 악화 및 가족과 국민의 염원을 들었지만, 그 이면에는 정치적 이해로 얽혀있는 새정치연합과 관계를 정리하겠다는 의지가 작용했을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새정치연합의 장외투쟁도 힘이 빠질 수밖에 없게 됐다. 당초 새정치연합의 요구가 3자 협의체 구성이었기에 명분이 없어진 것은 아니지만, 투쟁 구호와 대여 압박 수단의 절반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권은희 새누리당 대변인은 28일 브리핑에서 “새누리당은 지속적으로 세월호 유가족과 대화를 이어가고 있으며 타협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며 “김영오 씨의 단식 중단을 계기로 새정치연합도 장외투쟁을 중단하고 하루빨리 국회로 돌아와 민생 관련 법안 처리에 동참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다만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새정치연합은 장외투쟁, 이른바 비상행동을 계속해나간다는 방침이다.
박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일단 이번 주 토요일까지는 예정된 우리 계획대로 비상행동을 진행하고 9월 1일 정기국회 전에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게 새정치연합의 입장”이라며 “새누리당도 정기국회 전에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좀 더 적극적인 자세로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유은혜 원내대변인도 정론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오늘은 이미 고지한 바와 같이 전체 의원을 2개 조로 나누어서 11시 30분부터 12시 30분까지 명동 입구와 강남역 인근에서 세월호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을 위한 대국민 홍보활동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광화문 광장에서 단식투쟁을 진행 중인 문재인 의원과 정청래 의원에 대해 유 대변인은 “전체 의원의 이름으로 단식 중단을 요청하기로 했다”며 “오늘 김영오 씨도 단식을 중단한 만큼, 두 의원도 빨리 건강을 추스르고 새정치민주연합의 비상행동에 함께해줄 것을 바란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