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이 공짜 전기 주겠다는데도 북한이 못받은 이유가...
입력 2014.08.28 08:12
수정 2014.08.28 08:16
2000년 40만kw 지원 제안받았으나 받을 변전소가 없어서
중국에 대신 받아서 분리 공급 요청했으나 거절당해
북한의 에너지 부족 문제는 식량난과 더불어 북한 경제회복의 최대 관건으로 인식되고 있다. 북한에서 화석에너지 공급량은 남한의 9% 수준에 불과하고, 북한의 전기 총생산량은 한국의 4% 수준밖에 안 된다.
최근 세계은행(World Bank)가 발표한 '2014년 세계발전지표(World Development Indicators)'에 따르면, 북한의 전기 총생산량은 2011년 기준 216억kWh로 전기를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주민은 전체인구의 26%에 불과하다.
이런 가운데 북한에서 2012년 자강도에 평양시민들만을 위한 30만kWh 급의 희천발전소를 건설할 당시 간부들 사이에서도 반대의견이 만만치 않았다고 한다.
26일 북한 내부에 정통한 대북소식통에 따르면, 희천발전소 건립 계획이 나오자 간부들 사이에서 원자력발전소를 세워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고 한다.
소식통은 “당시 간부들은 북한지역에 수력발전소가 부족해서 전기 공급이 안 되는 것이 아닌 만큼 이제 원자력발전소를 건립해야 한다면서 희천발전소 건립을 완강히 반대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희천발전소 건립은 그대로 추진돼 그해 4월에 완공됐고, 이곳에서 생산되는 전력은 평양에만 공급되는데도 산업정상화에 도움이 못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북한 전역 곳곳에 수력발전소와 화력발전소가 건립돼 있지만 필요한 전기의 10%도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의 전기 생산은 수력이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하지만 수력발전소가 원활하게 가동되지 못하는 이유는 그 만큼이 물을 저수지에 채우지 못하기 때문으로 실제 장마철 외에는 발전소 가동이 거의 안된다.
이렇다보니 여름에 비해 비가 덜 오는 겨울에는 더욱 전기가 부족한 실정이다. “화력발전소 역시 석탄을 이용해야 하는데 북한 당국은 외화벌이용으로 석탄을 내다파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보니 평양에 있는 평천화력발전소마저 절반만 가동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북한에서 특히 지방의 경우 주택과 공장·기업소에서도 하루 2~4시간밖에 전기 공급이 안된다. 이 때문에 “공장마다 교차 생산하는 방침까지 세워져있고, 심지어 중앙당 사무실에서도 각 층마다 불을 켜는 방과 못 켜는 방이 지정돼 있으며, 불을 켜는 방에 모여서 업무를 보는 식”이라고 한다.
게다가 북한에 공급되는 전기의 전압도 80~100V로 낮아서 그대로 사용할 수 없어 돈이 있는 주민들은 변압기를 구입해 220V로 전압을 끌어올려 사용하고 있다. 또 주민들은 자구책으로 배터리와 충전기를 구매해 사용하고 있으며, 공장이나 작업장 등에 공급되는 공공전기를 무단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이렇게 북한의 전기 사정은 지난 2000년대 초기 경제회복정책이 추진될 당시보다 떨어져 있는 셈이다. 당시 에너지 공급량은 수요량의 절반이 안 되는 수준이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2013년에 발간된 통일교육원 자료에 따르면, 2011년에도 북한 전역에서 발전소 가동률은 30% 내외로 알려져 있으며, 지금은 이보다 발전소 가동률이 더 떨어진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 대북 전문가들 사이의 중론이다.
이와 관련해 대북소식통은 “평양에 1년에 소모할 전기가 400만kWh가 필요하다. 하지만 여름에 수력발전소까지 동원해도 270만kWh 정도만 나오고, 수력발전소가 못 도는 겨울에는 130만kWh 정도밖에 안 나온다”고 했다.
북한의 화력발전소 경우 건설할 때부터 자재 부족으로 주로 자갈, 진흙, 모래 등을 사용하는 난립공사도 많았지만, 지금까지도 발전소 건설 당시의 설비 그대로인데다 부품 교체마저 잘 안되니 가동이 중단되는 실정이다.
최근에도 평양 아파트 붕괴사고 이후 전국적으로 진행한 안전검사에서 2007년 5월 완공된 양강도 삼수발전소의 댐에서 물이 새는 현상이 발견돼 전력생산이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역의 전기 공급이 끊기면서 우선 공장에서 강냉이를 잘게 부수는 공정도 중단돼 주민들의 음식 장만이 어려워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런 한편, 지난 2000년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이 북한에 40만Kw 전력을 무상 지원해주겠다고 했으나 북한 자체에 그 만한 용량을 받을 변전소가 없어 무산된 일도 있었다고 한다.
대북소식통은 “그해 7월 평양에서 김정일과 정상회담을 가진 푸틴 대통령이 전력 무상 지원을 제안했으나 변전소가 없어서 받지 못한 일이 있다”며 “당시 북한이 중국에 그 전기를 대신 받아서 분리 공급해줄 것으로 요청했으나 중국 정부가 거절하는 바람에 성사되지 못했다”고 전했다.
당시는 북한이 본격적으로 경제회복 정책을 추진하던 때로 북러 양국은 상호 협력가 북한 미사일 문제 등을 담은 ‘북러 공동선언’을 채택하기도 했다.
북한은 2003년~2005년을 목표로 하는 ‘에너지문제 해결 3개년 계획’을 세우고 북창, 평양 화력발전소 등 핵심 석탄 화력발전소들의 노후화된 발전 설비들의 교체와 설비 현대화 등을 시행했다.
하지만 북한이 전력문제 해결의 주요 핵심으로 의존하고 있는 수력발전소들은 강우량에 영향을 받아 안정적이지 못한 데다 화력발전소 역시 석탄의 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지금까지도 전력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소식통은 “최근 평양을 중심으로 고층아파트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아파트마다 난방관을 설치했으나 정작 온수가 안 나오는 바람에 겨울에는 난방관이 얼어터지기 일쑤”라면서 “아파트 난방관을 냉수로 순환시키다보니 집안 벽에 하얗게 성애가 돋고, 집안에서 자다가 동상에 걸릴 정도”라고 했다.
소식통은 이어 “거리에 상점과 식당은 즐비하지만 그 안에 화장실이 없어서 평양주민들에게 화장실은 길거리로 되어 있다”며 “겉으로 보이는 화려한 불빛과 깨끗한 거리는 외국인들의 관광 노선에 따라서만 꾸며져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에너지 부족 문제는 국제사회와 협력을 해야만 해결이 가능한 문제인데도 북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는 계속 어려운 문제로 남아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