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대표 "새누리는 적, 야당 빠져라" 박영선 "..."
입력 2014.08.21 00:24
수정 2014.08.21 08:30
세월호 가족대책위 총회 열고 재합의안 공식 거부
박영선 "너무 세면 부러져" 설득 불구 "총알받이"
세월호 참사 유가족 모임인 가족대책위원회가 20일 여야 원내대표 간 재합의안에 대해 ‘수용 불가’를 선언했다. 이로써 두 번에 걸친 세월호특별법 여야 합의가 또다시 무산됐다.
가족대책위는 이날 오후 7시 안산 합동분향소 내 위치한 경기도미술관에서 가족 총회를 연 결과, ‘특별검사추천위원 중 여당의 몫인 2명을 유가족과 야당의 사전 동의를 거쳐 추천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여야 재합의안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앞서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이날 가족총회 전 안산 합동분향소를 방문, 세월호 유가족들을 만나 새누리당과의 세월호 특별법 재합의안에 대한 배경을 설명하며 설득에 나섰지만 유가족들의 거센 항의에 부딪쳤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분향소 내 위치한 경기도미술관에서 가족대책위 임원 및 가족 20여 명과 만나 “유가족 마음을 편안히 못 해드린 것에 대해 굉장히 죄송하게 생각한다. 유민 아빠에게도 말씀드렸지만 우리가 잘못했다. 용서해달라고 말하러 왔다”며 처음부터 몸을 낮췄다.
박 원내대표는 이어 “이완구 대표와 우리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유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 하고 서로 이게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어제 협상을 한 것”이라면서 “유가족들이 의심하실 수밖에 없기 때문에 사전 동의도 반드시 ‘하여야 한다’로 고쳤다. 이완구 원내대표 본인이 직을 걸고 하는 거라고까지 말했다”라고 재차 이해를 구했다.
하지만 박 원내대표에 대한 김병권 가족대책위 위원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김 위원장은 “지금 적(敵 새누리당을 지칭)을 이해하는 거냐”라며 “적으로 봐야한다. 그 사람을 안 죽이면 내가 죽는다는 개념을 갖고 그 사람과 싸웠어야 했는데, 가족은 하나도 찬성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김 위원장은 특히 “새정치연합은 지금까지 한 게 소파역할 뿐이다. 여당에 붙어 가족들을 소파처럼 막고 있다. 왜 그렇게 총알받이를 하느냐”라며 “야당이 한계가 있으면 (협상에서) 빠져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에 박 원내대표가 “너무 극단적으로 생각하시면 안된다. 가족들이 사회에 대한 불신이 쌓여 걱정하시는 것 같다”라며 “합의가 돼야 추천이 가능한데 거기서 더 고집하시면 이제 부러져버린다”고 맞서자, 분노와 울음이 뒤섞인 일부 유가족들이 짧은 욕설과 함께 의자를 거칠게 치우며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렸다.
결국 박 원내대표는 “더 들을 것도 없다”는 유족들의 차가운 반응을 뒤로한 채 굳은 표정으로 돌아갔다.
유족총회에서 불가입장이 밝혀지면서 새누리당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이제 파국을 막는 길은 민생법안의 우선 처리밖에 없다”면서 “세월호특별법과 경제살리기 법안의 분리 처리는 세워호 정국의 늪에서 빠져나와 미래로 가는 유일한 출구”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재재협상은 절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 셈이다.
이에 따라 올해 첫 실시하기로 여야가 합의한 분리 국감과 단원고 3학년생들의 정원 외 입학특례 법안 역시 물 건너 간 셈이 됐다. 아울러 경제 관련 민생 법안은 물론 세월호 참사 재발방지를 위한 정부조직개편과 관피아 척결 법안 등 산적한 현안 역시 처리가 불투명해질 전망이다.
한편 새정치연합은 이날 오전 광화문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 고 김유민 양의 아버지 김영오 씨의 단식 중단을 설득하며 박근혜 대통령과의 면담을 촉구한 데 이어 오후에는 노웅래, 최민희, 배재정, 유은혜 의원 등도 광화문을 찾아 농성 중인 유가족에게 이해를 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