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에선 지금...보안원이 소매치기범 등치며 돈벌이
입력 2014.08.17 09:53
수정 2014.08.17 09:55
소식통 "보안부가 소매치기단과 공생하며 범죄조직 키워"
"최근 소매치기범 자백으로 40명 보안원 체포돼"
북한이 최근 발행한 5천원권 신권에는 김일성의 초상화가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가 8일 입수한 5천원권 신권(사진) 앞면에는 평양시 만경대구역 '만경대 고향집'의 그림이, 뒷면에는 평안북도 향산군 소재 '국제친선전람관'의 그림이 그려져있다.ⓒ연합뉴스
북한에서 배급제가 끊어지면서 평양시에도 소매치기 범죄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고, 심지어 인민보안부가 뒷배를 봐주던 소매치기단이 검거된 사실이 있을 정도라고 한다.
최근 북한에서 제대군인을 중심으로 한 생계형 조직폭력배가 기승을 부려 보안부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는 국내 한 언론의 보도가 있었지만, 음지에서는 보안부가 소매치기단과 공생하면서 약탈한 돈을 나눠갖고, 범죄 조직을 키워왔다는 대북소식통의 전언이 최근 입수됐다.
북한 내부에 정통한 소식통은 “배급제가 끊어지자 평양시에도 범죄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고, 이를 당국이 외면하는 사이 인민보안원과 검찰소 검사들이 소매치기단과 합세하는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사실 평양시뿐 아니라 전국에서 크고 작은 각종 범죄조직들이 법기관의 보호 속에 활개를 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불과 4년 전인 2010년 특권층만 산다는 평양시내에서 사회통제기관의 보안원들이 범죄단과 결탁해 약탈을 벌인 일이어서 주목된다.
사실 북한에서 범죄가 급증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후반부터로 ‘고난의 행군’ 시기인 1990년대 중반을 거치면서 하나의 생활양식으로 자리를 잡았으며, 개인을 상대로 하는 것은 물론 국가 소유의 양곡 창고와 생필품 배급소, 공장의 부품과 자재, 농작물, 문화재도 약탈의 대상이 되고 있다.
소식통이 전한 사건에서 보안원들은 역 구내 등에서 주민들을 상대로 검열한 정보를 범죄단에 제공해 소매치기 행각을 도왔다고 한다. 소식통은 “평양시 보안국의 지하철도 보안원들은 지하철도 입구에 서서 오가는 사람들을 단속하다가 지방에서 올라온 것으로 보이거나 돈이 있어 보이는 사람들을 선별해 특별히 단속실로 데리고 들어가서 가방과 주머니 등을 검열했다”고 말했다.
보안원들은 이렇게 알아낸 정보를 소매치기범에게 알려주고, 훔친 돈을 절반씩 나눠가졌다. “당시 소매치기범의 본부가 서성구역에 있었는데 나중에는 매시간 훔친 물품을 서장과 정치부장에게 보고하고, 절반을 납부하는 식이었으며, 소매치기범들이 다른 보안원에 잡히는 경우에는 이미 일당이 된 보안원과 검사들이 구출하는 식으로 상부상조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심지어 이들의 규정에는 소매치기범은 훔친 지갑 안의 돈이 얼마나 들어있는지 확인하지 않고 상부에 바치게 했으며, 이를 어긴 범죄조직원은 보안원에게 통보돼 교화소로 보냈다”고 한다.
이들이 검거된 것도 적은 배분에 돌아오는 대가에 불만을 품고 있던 소매치기단 일원이 자신의 범죄 상대를 찾아가 폭로하고, 피해자가 호위국보위부에 밀고를 해 사건 일체가 드러나면서 가능했다.
당시 범죄 피해자는 호위사령부 산하 무역회사 부사장이었던 만큼 범죄 전모를 알게되자 곧바로 호위국보위부에 신고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소식통은 “피해자에게 밀고한 소매치기단 일원이 제발로 찾아오자 호위국보위부는 그를 3일간 고문을 해서 자백을 받아냈고, 야밤에 범죄단 본부를 기습해 30여명을 체포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인민보안부와 검찰국이 합동으로 이 사건을 3개월간 조사한 끝에 소매치기단 70여명, 서성구역 보안서장과 정치국장을 비롯한 40여명의 보안원이 체포됐다.”
“이들 중 7명은 형제산구역 하당시장에서 공개 총살됐으며, 보안서장과 정치국장은 해임돼 지방으로 추방당했고, 나머지 보안원들은 교화소로 보내졌다”고 한다.
소식통은 “북한의 일반 범죄자는 배급과 월급을 못 받아서 양산되는 측면이 크지만 치안유지 담당기관이 소매치기단과 결탁하는 일이 비일비재한 것을 볼 때 북한사회가 뿌리까지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