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지폐와 함께 사라지다" 고액권 교체 속내는…
입력 2014.08.02 14:45
수정 2014.08.02 14:54
부유층 은닉재산 파악 및 무력화...지배 체제 공고화
김정은 '개방적 이미지' 대내외 알리려는 선전용
북한이 기존 최고액권인 5000원 짜리 지폐를 새로 발행하면서 일부 구권지폐의 유통을 금지하는 화폐개혁을 단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신권에는 종전의 김일성 초상화가 빠져 그 배경에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달 31일 비공개로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이 최근 기존 최고액원인 5000원권을 새로 발행했다"며 "신권에는 구권 앞면에 있던 김일성 초상을 빼고 그 자리에 김일성 생가 '만경대 고향집'을, 뒷면에는 묘향산 '국제친선전람관'을 새로 넣었다"고 밝혔다.
그동안 북한이 새로운 화폐를 발행할 때마다 고액권에 김일성 초상화를 넣은 것과 비교하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아울러 북한당국은 구권을 신권으로 바꿔야만 사용할 수 있도록 제한을 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대표적인 우상화 장소를 실어 백두혈통을 강조하고 경제적으로는 지하자금을 양성화함으로써 국가재정에 도움이 되는 측면도 노렸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집권 3년차를 맞은 김정은이 당·정·군을 모두 장악하면서 김정일 체제에서 벗어나 '홀로서기'를 굳히는 한편, 구권을 더 이상 활용하지 못하게 해 집안에 숨겨놓은 재산을 무력화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다.
특히, 북한 주민 상당수의 월급이 3~4000원인 점을 고려하면 북한 돈 중 최고권액인 5000원권을 갖고 있을 고위층·부유층의 은닉 재산을 파악해 부정축재를 처벌하며 지배 체제를 공고히 하겠다는 속셈이다.
아울러 이번 신권발행을 통해 대내외에 김정은의 '개방적 이미지 알리기'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되어 있는 김정은이 개방적 이미지가 강한 '국제친선전람관'을 새롭게 넣으면서 정상적인 국가의 이미지를 선전하기 위한 의도라는 관측이다.
국제친선전람관은 북한을 방문한 해외인사들이 김일성에게 전달한 선물 등을 전시하는 곳으로 북한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의 필수 관광코스 중에 하나인 만큼 해외에 잘 알려진 곳이다.
앞서 북한은 지난 2009년 화폐개혁을 단행한 바 있다. 당시 화폐개혁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권력 세습 공고화, 치솟은 인플레이션 억제 및 체제 단속을 목적으로 실시됐다.
화폐 교환비율을 100대 1로 해 기존 화폐 100원을 신권 1원으로 교환했고, 부족한 국가 재정난을 메꾸기 위해 저금소(은행)에 저축돼 있는 돈은 10대 1의 비율로 바꿔주는 특혜를 주기도 했다.
하지만 북한당국의 화폐 개혁은 곧 실패로 돌아갔고 높은 인플레이션과 함께 현재 환율은 1달러에 북한돈으로 약 7500원 정도다.
이 때문에 1달러 가치도 채 되지 않은 북한 최고권액에 김일성 얼굴은 두는 것은 훼손의 의미가 있는 것으로 우려해 뺏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