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주의 버린 임성한 작가, 조심해야 할 것
입력 2014.08.03 09:56
수정 2014.08.07 09:29
'신기생뎐'·'오로라 공주' 등 막장 드라마 논란
시청자 관심 속 방송국과 대화 통해 편견 깨야
임성한 작가가 오는 10월 방송되는 MBC 새 일일드라마를 통해 돌아온다. 전작 '오로라 공주'가 워낙 시청자들의 강한 비난에 휘말렸던 터라 네티즌들 사이에서 임 작가의 컴백작을 두고 다양한 논란이 오가고 있다.
어찌됐던 아직 첫방송을 두 달 이상 남은 새 일일 드라마가 벌써부터 화제가 되고 있다는 부분이 임 작가와 MBC 입장에선 호재일 수도 있다. 문제는 이런 화제성이 얼마나 새 일일 드라마의 시청률로 연결되느냐다.
방송사에서도 임 작가의 새 일일드라마는 화제가 되고 있다. 특히 임 작가의 달라진 모습이 큰 화제가 되고 있다. 과거 임 작가는 대표적인 신비주의 작가였다. 아니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신비주의 작가다.
방영 직전까지 주요 출연진을 공개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인데다 대부분 주인공은 신인이다. 출연 배우들조차 대략적인 드라마의 내용이 담긴 시놉시스를 받지 못하는데 그러다 보니 자신이 어떤 캐릭터인지 조자 모르고 드라마 첫 촬영을 맞는 배우들도 있었다.
언론 홍보 역시 사절이다. 방송국에서 보도 자료를 내는 것조차 반대해 방송 담당 기자들 역시 임 작가의 신작 드라마에 대해선 아는 게 거의 없을 정도인 경우가 많다. 담당 기자들이 방송국 홍보실에 문의도 하고 항의도 하지만, 홍보실조차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기에는 아는 게 많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벌써 출연 배우들에게 새 일일드라마의 시놉시스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우들과 방송 관계자들을 통해 알려진 임 작가의 새 일일드라마는 방송국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가족 드라마라고 한다. 기존의 어두운 내용이 아닌 밝고 통통 튀는 드라마가 될 것이라고 한다.
네티즌들 사이에선 임 작가가 쓰는 밝은 분위기의 가족 드라마가 쉽게 상상이 가지 않는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그렇지만 임 작가의 작품 가운데 건강한 가족 드라마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많은 이들이 그의 대표적으로 기억하는 드라마는 단연 2002년부터 2003년까지 방영한 ‘인어아가씨’다. 장서희를 일약 스타덤에 올려놓은 이 드라마는 ‘임성한 식 막장 드라마’의 시작점으로 볼 수 있는 드라마다.
그렇지만 임 작가의 진정한 대표작은 98년부터 99년까지 방영된 드라마 '보고 또 보고'다. 엄청난 시청률을 기록한 이 드라마 역시 당시 기준에선 막장 요소를 분명히 가지고 있다. 바로 겹사돈 문제를 건드렸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 드라마는 막장 드라마보다는 가족 드라마의 요소가 더욱 강력했고 그가 최고 수준의 일일드라마 작가로 발돋움하는 데 지대한 역할을 했다.
그 다음 드라마인 2000년부터 2001년까지 방영된 '온달 왕자들' 역시 가족 드라마로 분류할 수 있는 드라마다. '오로라 공주' 방영 초기에는 '온달 왕자들'과 비슷한 형태의 드라마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지만 중반 이후 드라마는 기존 출연진을 대거 하차시키며 '온달 왕자들'과는 전혀 다른 방향의 드라마가 되고 말았다.
물론 '인어 아가씨' 이후 임 작가의 드라마에선 막장 코드가 자주 활용됐다. 2005년부터 2006년 아시 방영된 '하늘이시여'를 통해 자신이 버린 딸을 며느리로 받아들이는 설정으로 막장의 진수를 선보인 임 작가는 '신기생뎐'에서 막장의 절정에 다다른다.
심지어 눈에서 레이저 광선이 나가는 희대의 설정이 등장했을 정도다. 또한 2009년부터 2010년까지 방영된 '보석비빔밥'은 막장 코드를 줄인 가족 드라마로 많은 사랑을 받기도 했다.
기본적으로 전작들을 통해 볼 때 임 작가의 드라마는 가족 드라마가 기본이다. 여기에 보다 강력한 설정을 도입하다 보니 막장의 대가라는 인식을 갖게 된 것일 뿐이다. 겹사돈을 다룬 '보고 또 보고' 방영 당시 막장 코드라는 비난이 집중됐지만 요즘 드라마에서 겹사돈은 흔히 쓰이는 설정 일 뿐이다.
'하늘이시여'의 자신의 딸을 며느리로 들이는 설정 역시 이후 막장 드마라에서 매우 흔히 쓰이는 설정이 됐다.
어찌 보면 임 작가의 막장 코드는 시청자다 드라마에 몰입할 수 있는 하나의 화제 포인트로 분류할 수도 있다. 다만 너무 시대를 앞서가고 너무 극적인 터라 지나치게 화제가 되면서 막장 논란에 휩싸인 것일 수도 있다.
한 지상파 방송국 드라마국 관계자는 “일일 드라마를 쓰는 작가는 6개월 이상 매일 방송되는 드라마를 끌고 갈 수 있는 힘이 있어야 된다”라며 “비록 논란의 여지가 다분히 있는 전작들로 구설에 오르긴 했지만 임성한 작가만큼 방송국이 걱정하지 않아도 될 만큼 일일드라마를 확실하게 집필할 수 있는 드라마 작가는 많지 않다. 방송국이 임 작가에게 거듭 일일드라마 집필의 기회를 줄 수밖에 없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말한다.
다만 방송가에서 진정한 문제로 지적되는 부분은 임 작가에게 너무 많은 힘이 실려 있다는 부분이다. 방송국들이 임성한이라면 전권을 주는 부분이 문제라는 것.
이번에는 조금 달라졌다곤 하지만 과거 임 작가는 주요 출연진과 시놉시스조차 공개하지 않고도 일일 드라마 편성을 받았다. 홍보를 위한 일체의 행위도 금지됐다. 자신의 드라마에 출연하는 배우들의 언론 인터뷰까지 금지시킨 적도 있다.
그러다 보니 '오로라 공주'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드라마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애초 설정과는 전혀 다른 내용의 드라마가 되고, 그 과정에서 주요 출연진의 상당수가 하차당하는 일이 생겨도 브레이크가 전혀 없었다. 황당한 이유로 하차한 배우들 사이에선 볼 멘 소리가 이어지기도 했다.
하차의 이유도 설득력이 없었다. 돌연 주조연급 캐릭터들이 해외 이민을 핑계로 중도 하차했고 캐릭터가 사망하는 설정으로 하차한 이들도 있는데 주요 출연진의 하차도 다소 황당하게 그려졌다. 이로 인해 하차 당한 배우들은 ‘합의에 의한 것으로 괜찮다’는 입장을 보였음에도 시청자들이 임 작가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반면 중요한 캐릭터가 아니던 배우들이 주연급으로 급부상하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주조연급 배우들이 대거 중도 하차하면서 그들이 그 공백을 메운 셈인데 이를 두고도 의혹과 비난의 눈초리가 많았다.
심지어 임 작가의 드라마마다 단골 출연하는 배우 백옥담이 임 작가의 조카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특혜설까지 제기됐다. 특혜설이 더욱 문제가 된 부분은 신작 드라마마다 신인들을 대거 기용하는 임 작가의 캐스팅 방식까지 의혹의 눈초리가 확대된 부분이다.
'오로라 공주'의 학습 효과 때문인지 시청자들은 벌써부터 ‘이번 드라마에선 누가 가장 먼저 하차할까?’ ‘이번에는 또 얼마나 황당하게 사망하는 캐릭터가 등장할 지 궁금하다’ ‘임 작가 새 드라마 출연진들은 정말 가을 낙엽도 조심해야 할 듯’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임 작가가 막장 논란보다 더 조심해야하는 부분이 바로 이런 시청자들의 편견일 것이다. 방송 관계자들 역시 이런 논란에서 자유롭기 위해서라도 임 작가가 이번 드라마에선 방송국 측과 보다 많은 대화를 나누고 서로 합의해서 드라마를 만드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