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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짓고 가던 제주도 이젠 짝짓기 장소로... 왜?

김헌식 문화평론가 (codessss@hanmail.net)
입력 2014.07.27 10:18
수정 2014.07.27 10:21

<김헌식의 문화 꼬기>고민 많은 20대 숙박 저렴해 홀로 여행 많아져

제주도 올레 14코스 한림읍 금능리 해안.ⓒ연합뉴스

예전에 제주도는 짝을 지어 여행을 가는 곳이었다. 여기에서 짝을 짓는 것은 연인의 관계가 아니라 결혼을 의미한다. 제주도는 신혼 여행지 였다면, 이제 대한민국의 신혼부부는 해외여행을 선호할 뿐이다. 매체의 보도를 보면 제주도를 찾는 이들은 이제 짝을 지은 사람들이 아니라 짝을 찾는 사람들이 몰려드는 공간이 된 듯싶다. 현상을 보면 맞는 일이다. 하지만 정말 그것만 있는 것일까.

이전에는 신혼부부가 되어야 큰 마음을 먹고 갈 수 있었던 곳을 20-30대의 미혼 청춘들이 수시로 갈 수 있게 된 이유는 아무래도 제주도에 관한 접근성이 매우 발달한 현실이 작용하고 있는 듯싶다. 이제 제주도 여행은 마음만 먹으면 88세대도 능히 가능해진 것 같다. 그만큼 교통과 숙박이 저렴해진 것이다. 그러니 더욱 일생에 한 번 간다는 신혼 여행지로 부적합할 수도 있겠다. 제주도에서 만나 결혼하고 신혼여행은 해외로 가는 수순이 그 가치와 의미에 부합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제주도에 젊은 남녀들이 모여드는 이유는 단지 저렴한 편이성 때문만은 아니다. 일단 콘텐츠가 확실한 여행과 체험이 존재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제주도의 확고한 콘텐츠는 바로 자연 풍광이다. 제주도 천혜의 자연 환경은 여행의 최고 적지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솔로들의 여행은 외로움을 더 증대 강화 시킬 수도 있다. 물론 혼자 여행하기에 아직 질리지 않은 사람들은 예외적이지만 말이다. 적어도 좀 더 나은 추억을 만드는 것은 경험과 체험의 공유에 기반을 두어야 더 즐겁다.

이런 점을 정확하게 파고든 것이 바로 게스트 하우스이다. 제주도의 게스트 하우스들은 단지 숙박 시설로만 머문 것이 아니라 공유의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낮에는 각자 여행을 즐기게 개인의 라이프 패턴을 유지하게 하고 저녁에는 파티나 대화 자리를 통해 집단생활의 재미도 배가 시키고 있다, 게스트 하우스가 셰어 하우스로 개인의 사생활과 집단생활의 공유 문화를 적절하게 조율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친해지는 사람들이 생겨난다. 물론 그 친함은 인간적인 관계를 벗어나는 수준으로 진전되기도 한다. 제주도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육지에 돌아와서도 만남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이렇게만 보면 제주도가 짝짓기 천국으로 보인다. 따라서 짝을 찾고 싶은 사람들은 당장에 짐을 싸서 게스트 하우스로 가야할 듯싶다. 게스트 하우스만 가면 자신이 원하는 이성을 구할 수 있을 것 같다. 낭만과 로맨스의 공간은 여름철을 맞이하여 더욱 설레게 만들 수도 있겠다. 하지만 짝 찾기의 천국이라는 컨셉의 많은 보도에서 놓친 점은 분명히 있어 보인다. 그것은 제주도를 찾는 사람들의 심리적인 이유이다. 제주도를 찾는 이들의 공통점은 호시주의 때문에 방문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은 아픈 사람들이다. 여기에서 아프다는 것은 정신적으로 아프다는 의미가 더 크겠지만 몸도 아픈 상태이다. 말 그대로 심신이 아프고 피폐해진 사람들이 가는 곳이 제주도이다. 말 그대로 상처의 힐링을 위해 찾아가는 제주도이다. 그러나 혼자만 있다가 다시 온다면 그 상처가 그대로 알 수도 있다. 상처의 치유는 혼자 스스로 하기보다 다른 사람과 상처를 공유하고 공감과 유대를 통해 극복할 수도 있다. 그것을 자임한 것이 바로 제주도의 게스트 하우스이다.

제주도에는 이제 상처를 입은 사람들이 치유를 위해 방문하는 곳이다. 20-30대의 젊은이들이 사회 생활을 통해 갖게 된 상처와 고통을 어루만지고 삶의 희망과 방향을 찾기 위해 찾는 공간이 되었다. 삶의 의미와 가치를 다시금 찾으려는 이들이 서로 게스트 하우스에 모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동일한 동기와 마음을 가지고 있을수록 더욱 잘 어울릴 수 있다. 그리고 공감과 그로인한 유대감을 더 잘 쌓을 수 있다. 이런 과정에서 연인들이 탄생할 수 있는 일이다. 그곳에서는 직업이나 지위, 재산, 학력 등등 사회적 배경은 부차적이다. 사람과 사람이 자연의 풍광 앞에 놓여 있을 뿐이다.

미디어 매체에서는 제주도를 남녀가 짝을 짓는 낭만과 로맨스의 공간으로만 그려내려는 듯하다. 하지만 수많은 젊은이들이 짝을 찾기 위해서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연인이 되는 사례에만 집중한다. 물론 이는 주객이 전도된 일이고 본질에서 벗어난 일이기도 하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왜 상처를 받고 있는지, 제주도에 의지하려고하는 사회구조의 모순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특히 제주도가 아니고 일상 공간에서는 그것을 채워 줄 수 없는 것인지, 그런 점을 살펴야 한다. 왜냐하면 제주도의 공간들을 벗어난다면 그것의 유대와 정서적 친밀감은 언제든지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제주도 짝짓기가 가지고 있는 근본 한계를 말해주는 것일지 모른다. 아무래도 제주도에 상처받는 영혼들이 함께 모이는 곳이라는 점이 우선이다. 그럴 때 성적인 호기심 차원에서 접근할 때 생기는 상처를 방지할 수 있다.

글/김헌식 문학평론가

김헌식 기자 (codess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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