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감독의 침묵, 미스터리로 남은 '원 팀'
입력 2014.07.07 10:24
수정 2014.07.08 11:03
최악의 월드컵 결과..허세만 남고 실체 없어
거취에 대한 책임도 해명도 없는 답답한 현실
홍명보호는 2014 브라질 월드컵 본선에서 1무 2패로 초라하게 탈락했다. 결과도 내용도 모두 엉망이었다. ⓒ 연합뉴스
한때 네티즌들 사이에서 ‘아모세(아무도 모르는 세 가지)’라는 유행어가 돌았다.
공통점은 하나같이 대상은 있는데 구체적인 실체나 내용이 명확하지 않고 모호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축구대표팀에서도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 홍명보 감독은 지난해 7월 대표팀 취임 일성부터 ‘원 팀, 원 골, 원 스피릿’을 대표팀의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한국형 축구를 통해 세계무대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그로부터 1년이 흘렀다. 한국은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1무 2패로 초라하게 탈락했다. 결과도 내용도 모두 엉망이었다. 더욱 미스터리한 것은 결과가 모두 나온 지금까지도 홍명보 감독이 말한 ‘원팀’과 ‘한국형 축구’의 실체가 대체 무엇인지, 아무도 모른다는 점이다.
돌이켜보면 홍명보 감독의 화법은 항상 그랬다. “내겐 칼이 있다” “박주영이 군대에 안가면 내가 대신 가겠다” 등 어딘지 추상적이고 두루뭉술한 표현들을 남발했다. 하지만 정작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현역 시절의 카리스마 넘치고 진중한 이미지와 맞물려 홍명보 감독의 화법은 일종의 신비주의처럼 포장됐다. 평가전에서 극도의 부진과 대표팀 운영에 대한 의문부호를 품던 시점에도 “그래도 월드컵에서는 뭔가 있겠지”라는 막연한 기대를 갖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정작 뚜껑을 열자 홍명보호는 말 그대로 아무 것도 없었다.
선수도 전술도 매 경기 똑같았고 비장의 카드나 홍명보호만의 색깔도 없었다. 홍명보 감독의 원 팀과 한국형 축구는 그저 슬로건만 있을 뿐 콘텐츠가 전무했다.
홍명보 감독이 끝내 설명하지 못한 ‘원 팀’의 롤 모델은 오히려 이번 월드컵에서 칠레나 코스타리카 같은 다른 팀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탄탄하고 조직적인 수비, 지치지 않는 체력, 포기를 모르는 불굴의 정신력까지.
스리백을 통한 중원압박과 수비 뒷공간을 파고드는 빠른 역습처럼 자신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고유의 스타일을 구축했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차이점은 한국형 축구는 없어도 코스타리카형 축구, 칠레형 축구, 미국형 축구는 존재했다는 것이다.
한국축구도 2002년에는 이런 모습을 보여줬다. 당시 거스 히딩크 감독은 무수한 어록을 남겼지만, 적어도 그의 이야기 속에서는 항상 분명한 비전과 구체적인 계획이 있었다. 히딩크 감독이 체력, 압박, 멀티 플레이어 등을 화두로 내던졌을 때 많은 이들은 그의 의중을 이해하지 못해 반신반의했지만, 결국 월드컵을 통해 히딩크는 자신이 추구한 길이 무엇인지를 결과로서 보여줬다.
12년이 흐른 지금, 히딩크의 제자였던 홍명보 감독은 스승으로부터 그 정수는 깨닫지 못한 듯하다. 홍명보 감독은 월드컵이 실패로 끝난 직후 침묵하고 있다. 귀국 기자회견에서는 자신의 거취에 모르쇠로 일관했고, 며칠 뒤 축구협회는 홍명보 감독의 유임을 발표했다.
홍명보 감독은 지금까지 월드컵의 실패와 자신의 거취에 대한 어떠한 책임도, 해명도 하지 않고 있다. 누구도 알 수 없는 홍명보 감독의 속마음은 자신이 증명하지 못한 원 팀, 한국형 축구와 더불어 이번 월드컵의 ‘아홍세(아무도 모르는 홍명보호 세 가지)’로 축구사에 남을지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