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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집단자위권' 불법 행위대처한다는 낙도는 독도?

김수정 기자
입력 2014.07.02 10:38
수정 2014.07.02 10:57

정부 "예의주시" 미국은 환영 일색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 모인 전쟁반대평화실현국민행동과 민주노총, 평통사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집단적 자위권 행사 용인을 위한 일본 아베정부의 각의 결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내각이 1일 헌법 해석 변경을 통한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결정한 것을 두고 한미의 시각이 미묘하게 갈리는 양상이다.

집단적 자위권은 자국이 공격받지 않아도 동맹국 등이 공격받았다는 이유로 공격한 국가에 반격할 수 있는 권리다. 그동안 일본은 전쟁·교전권·군대 보유를 부정하는 평화헌법 제9조 제약에 의해 유엔이 인정하고 있는 집단적 자위권의 ‘권리’는 갖되 ‘행사’는 하지 못하게 돼 있다.

하지만 일본은 아베 총리가 정권을 잡으면서 평화헌법 개정을 통한 자위대의 ‘국방군’ 전환과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 등을 전 방위적으로 추진, 끝내 1일 오후 임시 내각 회의를 열어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위한 헌법 해석 변경을 결정했다. 이로써 일본은 2차 대전 패전(敗戰) 69년 만에 ‘공격받지 않아도 공격할 수 있는 나라’로 돌아가면서 사실상 전쟁이 가능한 나라로 변모했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동북아시아 안보 질서의 ‘새로운 현상 변화’라는 점에서 파장을 예의주시하는 반면, 미국은 “환영한다”는 입장을 공식 발표했다.

정부는 1일 외교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전후 방위안보정책의 중대한 변경’으로 규정하는 동시에 한반도 안보와 우리 국익에 대한 영향은 ‘불용’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한, 일본이 이날 집단적 자위권 행사 사례로 제시한 낙도(외딴섬)에서의 불법 행위 대처 관련 내용은 ‘독도와는 전혀 상관없는 별도의 문제’라고 일축했다.

또 성명을 통해 집단적 자위권 행사 범위를 ‘미·일 안보 동맹의 틀’로 제한해야 한다고 밝힌 것은 후속 조치로 일본과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 개정에 나선 미국을 향한 메시지로 보인다. 미일 방위협력지침은 일본 및 주변 지역에서의 유사시 자위대와 미군의 역할을 규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진정으로 과거의 침략 역사를 청산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본이 전후 체제의 탈피를 시도하는 건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정부는 우리 요청 없이 한반도에서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는 건 한미일 3국 모두 불가능하다고 본다는 데 이견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럼에도 주일 미군이 주한 미군의 후방기지 역할을 하는 현실과 유사시 한반도 내 일본인 보호를 명분으로 일본의 군사적 개입이 정당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는 경계를 놓치 않는 모양새다.

반면, 미국은 1일(현지시각) 일본 각의가 집단자위권 행사 추진을 의결한 것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공표했다.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집단자위권과 관련한 일본의 새로운 정책을 환영한다”면서 “이는 일본 자위대의 광범위한 작전 참가를 가능하게 하고 미일동맹을 훨씬 더 효율적으로 만들 것”이라고 전했다.

헤이글 장관은 또 “이번 결정은 일본이 세계와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더 크게 기여하는데 중요한 걸음이 될 것이다”며 “미일 방위지침 개정을 통해 동맹을 현대화하는 지속적 노력에도 힘을 보탤 것”이라고 덧붙였다.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은 이날 외신기자클럽 기자회견을 통해 “일본이 집단자위권과 관련해 전향적 결정을 내린 것을 매우 환영한다”며 “미일동맹의 성숙함을 보여주고 추가 협력의 길을 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고, 마리 하프 국무부 부대변인 역시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우리는 집단자위권 행사와 관련 안보사항에 대한 일본의 새로운 정책을 환영한다”는 등 일본 내각의 결정을 적극 환영했다.

실제로 미국은 그동안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문제와 관련 일관적으로 지지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특히, 최근 심각한 재정위기에 놓인 미국이 국방비 삭감 기조 속에 아태지역 방위를 위한 동맹국의 기여확대 측면에서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을 지지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베정권이 자국 내 여론의 반대에도 무리하게 이번 결정을 감행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미일동맹을 통한 안보확충’이라는 명분도 적잖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도 일본의 집단자위권 추진이 또 다른 주요동맹인 한국과 역내 패권을 강화하는 중국 등 주변국들을 자극하지 않도록 투명하고 개방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적극적인 환영의사를 내비친 미국과 달리 한중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을 두고 공조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어 향후 이를 두고 한미일 동맹과 중국과의 역학관계 및 동북아 질서의 어떤 변화가 이뤄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일본 정부와 여당은 자국 내 강렬한 여론 반대에도 불구하고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뒷받침할 후속 입법 개정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정부가 가을 임시 국회에 자위대법 개정안 등 관련 법안 제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더불어 아베 총리가 집단적 자위권 해석 변경에 이어 평화헌법 자체를 바꾸는 명문 개헌에 나설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김수정 기자 (hoho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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