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배영수, 굴곡진 야구인생 뚫고 120승 ‘그가 곧 역사다’

이경현 객원기자
입력 2014.06.26 17:13
수정 2014.06.26 17:16

대구 넥센전서 3371만에 완투승

실패·재기 반복하며 일궈낸 빛나는 기록

배영수는 오직 한 팀에서 120승 고지를 밟으며 프로야구의 새 역사를 창조하고 있다. ⓒ 삼성 라이온즈

'푸른 피의 사자' 배영수(33·삼성)가 3371일 만의 완투승으로 개인 통산 120승의 금자탑을 세웠다.

배영수는 25일 대구구장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홈경기에 선발 등판, 9이닝 5피안타 3실점 호투를 펼치며 14-3 대승을 이끌었다.

배영수는 지난달 21일 대구 롯데전 승리 이후 4경기 연속 승리를 추가하지 못했다. 이날도 2회 김민성에게 투런 홈런을 맞는 등 초반 출발은 다소 험난했다. 그러나 이닝을 거듭할수록 특유의 안정된 위기관리 능력과 20안타를 몰아치며 14점을 뽑아낸 타선의 든든한 지원에 힘입어 120번째 승리를 올 시즌 첫 완투에 성공했다.

통산 120승은 한국 프로야구 역대 열두 번째다. 프로야구 현역 최다승 투수이기도 한 배영수는 한용덕(전 한화)과 함께 개인 통산 다승 공동 11위에 올라있다.

120승을 오로지 삼성 한 팀에서만 따냈다는 것도 의미가 크다. 2000년 삼성의 1차 지명 선수로 선발된 이래 부상으로 건너뛴 2007년을 제외하고 배영수는 14시즌 째 오직 사자군단의 유니폼만을 입고 있다.

배영수는 지난해 8월 8일 한화전에서 112승을 달성하며 김시진 롯데 감독(111승)을 제치고 역대 삼성 투수 최다승 기록을 세웠고 지금도 매번 승리 때마다 새 기록을 경신해가고 있다.

오랜 세월 마운드를 지켜온 경험만큼이나 배영수만큼 야구팬들에게 이야깃거리가 많은 선수도 드물다. 배영수는 2000년대 초반 손민한·박명환(이상 NC) 등과 함께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우완투수로 명성을 떨쳤다. 만 23세 때인 2004년에는 17승으로 다승 선두에 오르며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를 거머쥐기도 했다.

하지만 굴곡도 컸다. 배영수는 2007년 1월 오른 팔꿈치 부상으로 수술대에 올랐다. 인대접합 수술을 받고 마운드에 복귀했지만 타자들을 압도하던 구속을 잃어버린 배영수는 강속구를 던지던 파워투수에서 기교파로의 변신에 적응해야 했다. 2009년 1승 12패에 평균자책점 7.26이라는 최악의 성적을 남기면서 재기 불능의 기로에 몰리기도 했다.

그러나 배영수는 포기하지 않았다. 에이스의 자리는 후배들에게 물려줘야 했지만 묵묵히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거듭하며 재기를 노렸다. 2010년과 2011년 연이어 6승을 거뒀고, 2012년 8월 26일 잠실 LG전에서는 7년 만에 두 자릿수 승리(시즌 12승)와 함께 통산 100승-1000탈삼진을 동시에 달성하기도 했다.

배영수하면 마운드에서 떠오르는 타자들과의 해프닝도 적지 않다. 2001년 외국인 타자 펠렉스 호세와의 충돌에서 빚어진 벤치 클리어링 사건, 국가대표로도 발탁돼 첫 출전한 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일본의 간판타자 스즈키 이치로에게 빈볼을 맞혀 '배열사'라는 애칭을 얻은 사건은 지금도 간간이 회자되고 있다.

이제는 어느덧 베테랑의 반열에 접어든 배영수지만, 두꺼운 마운드를 구축하고 있는 삼성에서 10년 넘게 여전히 선발진의 한축을 담당하고 있다. 배영수는 부단한 노력과 변화를 통해 꾸준히 자신의 자리를 지켜왔다. 떨어진 구속은 특유의 완급조절로 메웠고, 다양한 구종을 장착하며 무기를 늘렸다.

올 시즌 프로야구에서 배영수는 4승 3패 평균자책점 5.19로 예년보다 고전하고 있지만 타고투저 돌풍이 강한 13번의 등판에서 6번의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는 효율적인 활약으로 여전히 경쟁력 있는 투수로 인정받고 있다.

배영수의 야구인생에 남은 목표는 팀의 승리와 함께 선발투수로서 최대한 많은 이닝을 소화하는 것이다. 현재 통산 1780.1이닝을 소화하고 있다. 부상이 없다면 당장 다음시즌에는 2000이닝 돌파도 가능하다.

하지만 배영수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은퇴 전까지 송진우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3000이닝 돌파라는 원대한 목표를 간직하고 있다. 쉽지 않은 도전이지만 꿈이 있기에 배영수의 야구가 아직 끝날 수 없는 이유다.

한두 해 반짝 좋은 성적을 올리거나 한두 시즌 부진하면 조용히 사라지는 젊은 투수들과 비교해 산전수전을 다 겪고 지금도 꾸준히 자신만의 역사를 써내려가는 배영수의 행보는 많은 후배투수들의 귀감이 될 만하다.

이경현 기자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