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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색무취’ 아시아 공멸?…월드컵 출전권 줄어드나

김윤일 기자
입력 2014.06.22 07:53
수정 2014.06.22 17:49

조별리그 7경기서 3무 4패 부진, 멀어지는 16강

FIFA 내에서 아시아 출전권 줄이자는 목소리 나와

뚜렷한 색깔을 내지 못하는 아시아 축구가 공멸 위기에 놓여있다. ⓒ 게티이미지

최근 월드컵에서 발전하는 모습이 뚜렷했던 아시아 축구가 브라질에서 유독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이란은 22일(한국시간) 브라질 벨루오리존치에 위치한 에할스타디오 미네이랑에서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 F조 조별리그 2차전 아르헨티나와의 경기서 종료 직전 리오넬 메시에게 결승골을 얻어맞아 0-1 패했다.

AFC(아시아축구연맹)에 속해 이번 월드컵에 출전한 국가는 한국과 이란, 일본, 그리고 호주까지 모두 4개국. 하지만 조별리그 7경기를 치른 가운데 여태 승리가 없는 대륙(3무 4패)이라 자존심을 구기고 있다.

먼저 4강 진출이라는 허황된 목표를 설정한 일본은 코트디부아르전 역전패에 이어 그리스에서도 졸전을 이어가 1무 1패로 사실상 16강 진출이 무산된 상황이다. 최종전을 반드시 승리한 뒤 상황을 지켜봐야 하지만 하필이면 마지막 상대가 C조 최강자 콜롬비아라 무승부조차 어려워 보이는 일본이다.

이란 역시 일본과 마찬가지로 1무 1패를 기록 중이지만 최악의 경기력이라는 날선 비판과 마주하고 있다. 이란은 나이지리아전에 이어 이번 아르헨티나전에서도 일명 ‘10백’ 전술로 수비 위주의 플레이로 축구의 재미를 반감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나마 ‘탈 아시아 피지컬’의 호주가 화끈한 공격력을 선보이며 주목을 받았지만 정작 수비가 무너지며 2전 전패로 가장 먼저 16강 탈락이 확정됐다. 특히 호주는 강호 네덜란드전에서 2골을 몰아치며 최대 이변을 만드는 듯 했지만 결국 승점을 손에 쥐지 못해 명승부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이번 브라질 월드컵의 가장 큰 특징은 역대급 골 잔치로 전개된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팀들이 안정된 공수 밸런스를 바탕으로 공격 위주의 전술을 펼쳐 경기당 3골이라는 유례없는 골 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아시아 국가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말이다. 실제로 해외 언론들은 현재 진행 중인 조별리그서 ‘가장 지루한 경기’들을 꼽고 있는데 일본-그리스, 이란-나이지리아, 한국-러시아 등 아시아 팀들의 경기가 재미없다고 평가했다.

아시아 축구가 공멸 사태로 가는 이유는 ‘무색무취’ 스타일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은 티키타카를 모방한 ‘스시타카’로 패스의 질을 끌어올렸지만 정작 골 결정력이 부족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아예 잠그기로 나선 이란은 말할 것도 없다.

한국도 이렇다 할 색깔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최근 트렌드인 4-2-3-1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지만 지난 러시아전에서 나타났듯 수비 위주의 지지 않는 경기는 이란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무엇보다 아직까지 경기력이 올라오지 않고 있는 박주영은 해외 언론으로부터 ‘행운의 사나이’라는 조롱까지 받고 있다.

아시아 축구가 이번 대회서 전원 조별리그 탈락에 몰린다면 월드컵 출전권 배분에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번 월드컵은 개최국을 제외한 31개국이 대륙별 최종예선을 거쳐 본선에 오른다. 유럽이 13장으로 가장 많은 가운데 남미 5.5장, 아프리카 5장, 아시아 4.5장, 북중미 3.5장, 그리고 오세아니아(호주 제외) 0.5장으로 배정돼 있다.

만약 아시아-남미 플레이오프에서 요르단이 우루과이를 꺾었다면, 아시아 축구는 역대 최다인 5개국이 본선에 오를 뻔했다. 전 세계 축구팬들은 루이스 수아레즈를 앞세운 우승 후보 우루과이 대신 요르단의 지루한 침대축구를 볼 수도 있었다는 이야기다.

공교롭게도 FIFA 내에서는 경기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아시아의 출전권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물론 이에 대해 제프 블래터 FIFA 회장은 “조금 더 세계화된 월드컵을 위해 오히려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출전권을 늘려야 한다”며 반대의 뜻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아시아 축구의 졸전이 이어진다면 블래터 회장도 입장을 바꿔야 할 상황에 놓일 수 있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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