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방=시청률 저조' 애꿎은 시청자만 '분통'
입력 2014.06.16 08:59
수정 2014.06.16 09:42
시청률에 좌지우지, 잇단 축소 방송 눈살
작품성 여부 상관없는 일방적 방침에 비난
“김명민 스케줄 탓” VS “시청률 저조, 제작 환경 탓”
누구를 위한 조기종영인가. 결국 시청률이 또 하나의 웰메이드 작품에 찬물을 끼얹나.
불의의 사고로 기억을 잃게 된 한 변호사의 고민과 갈등을 그린 법정 드라마로 신선한 극전개와 김명민 등 연기파 배우들의 열연으로 호평을 얻고 있는 MBC 수목드라마 '개과천선'이 때아닌 조기종영 논란에 휩싸였다.
당초 전해졌던 18회에서 2회 줄어든 16회로 26일 종영할 예정이라는 것이 MBC 측의 공식 입장이다. MBC는 “월드컵 출정식 중계와 6.4 지방선거 개표 방송 등으로 결방되면서 당초 예정된 18회에서 16회를 끝으로 마무리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특히 2회 축소 원인으로 주인공 김석주 역을 연기하는 김명민의 개인 스케줄 때문이라고 언급해 이목이 집중됐다. MBC 측은 "주연배우 김명민 씨가 다음 작품을 준비하면서 추가 촬영이 어려운 상태고 후속작 '운명처럼 널 사랑해'가 방송 준비를 마친 상태여서 회차를 줄이는데 합의했다“고 전했다.
갑작스런 축소 방송 예고에 당황한 건 시청자들이다. 탄탄한 스토리에 흡입력 높이는 연출, '연기의 본좌' 김명민의 맹활약 등 삼박자를 고루 갖춰 시청자들의 호평이 끊이지 않는 ‘개과천선’이 돌연 조기종영 한다는 소식에 게시판은 연일 MBC를 비난하는 글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더욱이 수목극 대전이 10%대 안팎으로 방송 3사 모두 이렇다 할 대박 드라마가 없는 상태에서 10%대를 훌쩍 넘으며 잘 나가던 ‘개과천선’이 예고도 없이 잇단 결방을 하면서 그 여파로 시청률 하락세를 보였고 결국 시청률 저조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제작진도 배우 김명민 탓도 아닌 상태에서 돌연 “배우의 스케줄 탓”이라며 조기 종영을 언급한 MBC 측에 대한 비난이 이어지는 이유다. 때문에 시청률 저조 탓에 축소 방송을 결정한 것 아니냐는 의견 역시 만만치 않다.
이에 김명민 측은 공식 팬카페를 통해 '개과천선' 조기종영과 관련, "기사만 보면 비단 김명민의 후속작품 스케줄로 인해 그렇게 결정된 것 같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이번 사태에 대해 언급했다.
소속사 측은 "'개과천선' 출연을 결정하기 앞서 이미 오래전부터 약속이 돼있던 영화 스케줄이 있었다. 해서 양측에 누가 되지 않기 위해 이 문제로 제작사와 방송사와 처음부터 이 문제로 협의를 했었다"면서 "세월호 침몰, 월드컵 출정식, 6.4지방선거로 총 4회분 방송이 결방되면서 불가피하게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고 경위를 덧붙였다.
이어 “결방이 늘어난 만큼 시간이 생기니 미뤄진 일정만큼 촬영시간이 충분했을 텐데 왜 조기종영을 택해야했나 의문을 많이 가지셨을 거다. 결방이 되면서 촬영을 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가 늘어날 수 있다는 기대에 그만큼 열심히 찍으면 충분히 소화 가능한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드라마 제작현실을 그리 녹록치 않았다"며 제작 현실을 꼬집었다.
3회부터 드라마는 거의 생방송 일정이었고 촬영팀은 A, B팀이 있지만 배우는 한 명이라 며칠을 밤샘촬영 하면서 수차례 병원을 오가는 투혼을 발휘했다는 것.
소속사 측은 "유종의 미를 거두고자 극도의 피로와 스트레스 속에서도 고군분투하려했던 배우에게 모든 잘못의 굴레가 씌워지는 듯 한 모양새는 옳지 않은 것 같다. 연기만 하고 싶어 하는 배우가 이런 일련의 소란스러운 과정 때문에 아직 남은 기간 동안 연기하는데 방해가 될까 걱정스러운 마음이 앞선다. 마지막까지 ‘개과천선’이 여러분 마음속에 깊이 각인될 수 있는 작품이 될 수 있도록, 그렇게 연기할 수 있도록 서포트하겠다"고 전했다.
시청률 저조로 인한 조기종영은 어제 오늘 일만은 아니다. 백제 무령왕의 딸 수백향의 일대기를 다룬 사극 MBC 일일극 '제왕의 딸 수백향'은 퀄리티 높은 사극이라는 호평에도 불구하고 10% 초반대 시청률과 소치 동계올림픽 중계방송으로 인한 연속 결방 사태 등이 이어지면서 12회나 축소 방송 됐다.
MBC 아침드라마 '잘났어 정말' 역시 하희라 컴백작으로 기대를 모은 작품으로, 당초 120부작으로 기획됐지만 저조한 시청률로 결국 12회 축소된 108회로 종영했다. 메이저리거 류현진 선수의 경기중계로 2회 결방, 종영 날짜를 맞추기 위해 108회로 축소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물론 ‘개과천선’은 시청률 저조 탓이 아니라는 ‘궁색한 변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20%대가 훌쩍 넘었더라면, 아니 드라마 제목 앞에 ‘시청률 1위’라는 타이틀이 걸렸다면 과연 이번 같은 결정을 했을 것인가 라는 의문을 제기한다.
때문에 잇단 시청률 저조로 인한 조기종영에 시청자들은 불만은 터뜨리고 있다. 더욱이 잘 나가던 작품이 돌연 결방 사태 등의 여파로 흐름이 끊기거나 이로 인한 시청률 저조 등의 이유로 ‘더 보고 싶은’ 시청자들의 바람을 외면한 방송사의 횡포라는 지적까지 이어지고 있다.
어찌됐건 12회까지 마친 ‘개과천선’은 당초 남은 6회분이 아닌, 4회분으로 축소 제작을 해야 한다. 작가 입장에서는 준비된 스토리와 캐릭터를 요약해야 하고 배우입장에서도 적지 않은 부담감을 안게 됐다. 제작진, 배우의 몫이 됐다는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결국 모든 몫은 시청자들의 것이 됐다. 그런 ‘개과천선’의 모습을 마지막까지 지켜봐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