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티키타카' 공략법은 스리백이었다
입력 2014.06.14 16:59
수정 2014.06.14 17:04
이탈리아, 이미 스페인 맞서 스리백 카드 실험
판할 감독도 스페인과 맞서기 위해 스리백 조련
스페인의 '티키타카'를 깰 수 있는 방법은 역시 스리백이었다.
루이스 판할 감독이 이끄는 네덜란드는 14일(한국시간) 브라질 사우바도르 아레타 폰테 노바에서 벌어진 스페인과 2014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B조 첫 경기에서 로빈 판 페르시와 아르옌 로번이 두 골씩 넣는데 힘입어 5-1 대승을 거뒀다.
5-1이라는 결과는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점수다. 4년 전 남아공 월드컵 결승전에서 만났던 사이인 데다 스페인이 연장 접전 끝에 1-0으로 이겨 우승컵을 들어 올렸기 때문에 네덜란드가 칼을 갈고 나왔다고 하더라도 잘해야 접전이 될 것으로 봤다.
많은 사람들은 오히려 스페인의 우세를 점쳤다. 티키타카가 여전히 유효한데다 네덜란드는 판 페르시나 로번, 베슬러이 스네이더르 등 몇몇 선수들을 제외하면 젊은 선수들로 구성된 리빌딩 진행 단계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략가' 판할 감독은 이런 예상을 너무나 가볍게 뒤집었다. 물론 디에고 코스타에 파울을 범해 페널티킥으로 사비 알론소에게 선제골을 내주긴 했지만 끝까지 자신의 전략을 밀고 나갔고 이것이 스페인을 대파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판할 감독의 '티키타카 공략법'은 바로 스리백이었다. 판할 감독은 론 플라르를 중심으로 브루누 마르팅스 인디, 스테판 더프레이를 양옆에 두는 스리백 시스템을 썼다. 여기에 달레이 블린트와 다릴 얀마트를 윙백으로 기용, 때에 따라서는 파이브백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성공적이었다. 빠른 공수 전환으로 스페인의 미드필드진을 무력화시켰고 빠른 역습으로 스페인의 뒷공간을 노리며 단숨에 2골을 넣었다. 판 페르시와 로번의 동점골과 역전 결승골 모두 블린트의 발끝에서 시작된 역습에서 비롯됐다.
이에 대해 판할 감독은 스리백 시스템이 스페인 공략법의 중심이었다며 오랜 기간 스리백을 조련한 것이 큰 효과를 봤다고 전했다.
하지만 판할 감독이 스페인을 공략하기 위해 스리백을 채용한 첫 감독이 아니다. 이미 이전에도 체자레 프란델리 이탈리아 감독이 스페인을 상대하기 위해 스리백을 쓴 적이 있다.
이탈리아는 2012년 유럽축구선수권(유로 2012) 조별리그 1차전 당시 스페인을 상대로 스리백 시스템을 가동, 1-1로 비겼다. 그러나 포백을 가동했던 결승전에서는 0-4로 완패했다. 이 때문에 '스리백으로 스페인을 상대했어야 헀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지난해 FIFA 컨페더레이션스컵 준결승에서 프란델리 감독은 스페인을 상대로 스리백 카드를 꺼내들었다.
안드레아 바르찰리와 레오나르도 보누치, 조르조 키엘리니를 스리백으로 기용했고 그 앞의 허리진에 안드레아 피를로)와 다니엘레 데로시를 포진시켜 스페인의 공세를 막고자 했다.
그리고 이는 성공적이었다. 비록 이탈리아가 골을 넣지 못했고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아쉽게 결승 진출에 실패하긴 했지만, 스페인의 공격을 완벽하게 막아내며 스리백 시스템이 티키타카를 공략하는데 큰 효과가 있음을 입증했다.
판할 감독은 여기에 판페르시와 로번의 공격력이 빛을 발할 수 있도록 양 측면 윙백인 블린트와 얀마트에 대한 책임을 강조했다. 또 스네이더르 역시 판페르시와 로번의 공격력을 지원하면서 스페인의 수비를 뚫을 수 있도록 했다.
주제 무리뉴 감독은 인터밀란 사령탑 재직 시절 FC 바르셀로나의 티키타카를 막기 위해 '안티 풋볼'을 들고 나왔다. 수비 지향적인 전술을 구사함으로써 바르셀로나의 예봉을 막았고 이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이어졌다.
재미없는 축구를 구사했다는 비난이 나오긴 했지만 티키타카를 막기 위해서는 역시 수비를 더욱 튼튼히 하면서 역습으로 받아쳐야 한다는 것을 네덜란드가 다시 한 번 입증했다. 판할 감독은 단지 수비 지향의 축구에 재미와 공격의 파괴력만 더 얹은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