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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러브 내던진 우규민…LG 분위기 뒷전?

김윤일 기자
입력 2014.06.03 14:20
수정 2014.06.03 14:24

만루서 내야안타 후 에러로 실점 늘자 불만표출

'팀 캐미스트리' 중시하는 야구에서 아쉬운 행동

우규민 ⓒ KBS N 스포츠 중계

LG 투수 우규민(29)이 팀 분위기를 저해시키는 행동으로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LG는 1일 목동 구장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넥센과의 원정경기서 4-8로 패했다. 이로써 LG는 하루 만에 다시 꼴찌로 떨어졌다.

지난 시즌 페넌트레이스 2위에 오르며 플레이오프에 올랐던 LG는 불과 한 시즌 만에 팀이 와해되고 있다. 시작은 성적 부진의 책임을 떠안고 개막 17경기 만에 사퇴 수순을 밟은 김기태 감독으로부터 비롯된다.

김 감독이 옷을 벗기 전, LG 선수들은 자진해서 삭발을 감행하는 등 분위기를 끌어올리려고 노력했지만 오히려 4월 20일 한화와의 경기 때 일명 정근우 빈볼 사건이 나오며 험악한 여론은 더욱 걷잡을 수 없이 번져나갔다.

이후 양상문 감독을 선임한 LG는 5월 들어 점차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양 감독이 부임하자마자 시즌 첫 연승에 성공, 8위 한화와의 격차를 좁혀나갔고 지난 주말 드디어 탈꼴찌에 성공했다. 하지만 상승기류를 타는 듯했던 LG는 우규민의 불미스러운 행동 하나로 다시 가라앉는 모양새다.

상황은 이렇다. LG는 2-3으로 뒤지던 5회말 1사 만루 위기서 선발 우규민이 윤석민에게 유격수 쪽의 깊은 내야안타를 내줬다. 이미 타자 주자를 잡을 수 없던 상황에서 유격수 오지환은 3루로 공을 뿌렸지만 아쉽게 뒤로 빠져나가며 순식간에 2점을 헌납하고 말았다.

중계 카메라에 잡힌 우규민은 평정심을 잃은 듯 몹시 흥분한 상태였고, 6년 후배 오지환은 어쩔 줄 모르는 표정으로 넋이 나간 모습이었다. 급기야 우규민은 당시 상황이 ‘안타 후 에러’로 판정받자 기록실을 향해 불만을 표출했고, 교체돼 더그아웃으로 물러난 뒤 글러브와 생수병을 집어던지는 볼썽사나운 장면을 연출했다.

야구는 다른 구기 종목에 비해 ‘팀 캐미스트리’, 즉 동료들 간의 감정적 화학작용을 중시하는 스포츠다. 축구, 농구처럼 팀원 전체가 한데 어우러지는 조직력을 논하긴 어렵지만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보이지 않는 끈끈함을 필수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벤치클리어링 시 선수들 모두가 더그아웃을 박차고 나와야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우규민의 행동은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글러브와 물병을 집어던진 장면은 자신에 대한 자책이 아닌 오지환 또는 기록원을 향한 불만으로 밖에 해석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상대가 오지환이었다면 팀원에 대한 불신이며, 후자의 경우라면 개인 기록(자책점)만 챙기는 이기적인 마인드에 불과하다.

지난 2012년 8월, 한화 에이스 류현진은 SK와의 문학 원정에서 7.2이닝동안 삼진 9개를 잡으며 호투했지만 5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된 바 있다. 하지만 야수들의 실책으로 인해 자책점은 2점에 불과했다. 한화의 공식적인 실책 개수는 2개였지만 미숙한 주루플레이, 송구 에러, 주자의 횡사 등 기록으로 드러나지 않는 실수가 속출한 경기였다.

그러나 류현진은 경기 내내 단 한 번도 찌푸린 얼굴을 하지 않았다. 한화 선수들의 미숙한 플레이로 인해 실점이 늘어나고 승리를 번번이 놓쳤음에도 류현진은 한결 같았다. 동료들의 실책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내가 맞지 않았어야 했다. 나의 실수다”라고 자책했다. 동료들을 존중하고 신뢰하는 팀 캐미스트리란 이런 부분에서 나오는 것이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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