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 폄하" 튀니지 조르쥐…1998 DNA 잊었나
입력 2014.05.30 16:16
수정 2014.05.30 17:48
프랑스월드컵 벨기에 감독 출신 튀니지 조르쥐 감독 한국축구 폄하
승리 장담한 벨기에 축구, 한국 투혼에 말려 1-1 무승부 그쳐
![](https://cdnimage.dailian.co.kr/news/201405/news_1401434080_440224_m_1.jpg)
외신들은 한국축구를 평가할 때 “객관적인 실력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바로 정신력과 투혼이다. 한국은 정신력과 투혼을 바탕으로 월드컵에서 강팀들을 괴롭혔다. 1994미국월드컵 스페인과 2-2 무승부, 2002한일월드컵 이탈리아전 2-1 역전승, 2006독일월드컵 프랑스전 1-1 무승부는 월드컵 시즌마다 회자된다.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선제골을 넣으면 80% 이상의 승률을 자랑한다. 안정된 전력을 바탕으로 ‘전술적 완성도’가 더욱 높아진다.
그런데 한국은 객관적인 수치마저 넘어선다. 미국월드컵에서 스페인에 0-2 뒤진 상황에서 기어코 2-2 동점을 만들었다. 한일월드컵에서는 안정환(축구 해설위원)의 골든골로 이탈리아를 부쉈다. 독일월드컵에서도 준우승팀이자 지네딘 지단의 프랑스를 상대로 박지성이 동점골을 작렬했다.
튀니지 조르쥐 리켄스 감독(65·벨기에)의 한국축구 폄하 발언이 위험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객관적인 실력을 뒤집는 ‘저력의 한국’을 자극해야 벨기에에 좋을 게 없다.
조르쥐는 1998프랑스월드컵에서 벨기에 감독을 맡아 한국과 인연이 깊다. 당시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한국과 1-1 무승부를 기록한 바 있다.
튀니지 조르쥐 감독은 지난 28일 한국-튀니지 평가전 승리 직후 한국과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H조에 속한 벨기에의 언론과 인터뷰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조르쥐 감독은 “한국은 벨기에에 전혀 문젯거리가 되지 않는다”며 “벨기에가 월드컵에서 한국을 꺾고 승점을 획득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조르쥐 감독은 16년 전에도 비슷한 발언을 했다. 1998 월드컵 한국과의 조별리그 3차전을 앞두고 “한국은 위협적인 팀이 아니다. 반드시 이기고 16강 간다”고 호언장담했다. 그러나 결과는 1-1 무승부. 종료 휘슬이 울리자, 조르쥐 감독은 선수들보다 먼저 대기실로 들어갔다. 벨기에는 당시 탈락이 확정됐던 한국을 2점차 이상으로 잡으면 16강에 진출할 수 있었다.
당시 조르쥐 감독이 지휘하는 벨기에는 황금세대의 마지막 월드컵이기도 했다. 엔조 시포를 비롯해 뤽 닐리스, 빌모츠 등이 팀을 이끌었다. 그러나 일찌감치 탈락한 한국의 ‘유종의 미’ 전략에 자존감을 구겼다. 한국 수비수 홍명보와 이임생, 김태영, 이상헌 등은 뤽 닐리스와 음펜자의 소나기 슈팅을 온몸으로 막았다.
특히, 이임생은 이마가 찢어져 지혈이 필요한 상황 속에서도 “대충 감아!경기장에 빨리 들어가야 한다”고 고함쳤다. 강인한 승부근성이었다. 김태영과 이상헌도 무릎관절이 너덜너덜한 상황에서도 한 발 더 뛰었다. 홍명보도 상대의 슈팅을 머리로 들이대 막았다. 이 같은 정신력과 투혼은 한국축구의 근간이자 태극전사 DNA다.
벨기에전에서 한국에 제2의 이임생, 제2의 김태영이 나타날지도 모른다. 벨기에 폭격기 루카쿠의 미사일을 온 몸으로 저지할 한국 수비진이 있다. 정신력과 투혼은 한국축구의 DNA다. 연습경기 승리에 도취돼 “한국은 월드컵에서 벨기에를 건드리지도 못할 것”이라고 장담한 조르쥐 감독은 1998프랑스월드컵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https://cdnimage.dailian.co.kr/news/icon/logo_no_icon.p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