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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는 규제완화 아닌 집단논리때문"

김소정 기자
입력 2014.06.09 11:28
수정 2014.06.09 11:55

<인터뷰>현진권 자유경제원장 "대중교통 불안 규제 비롯"

“교과서에서 사라져가는 ‘자유’ 안 가르치면 미래 불투명”

현진권 자유경제원 원장.ⓒ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우리 사회 곳곳에서 또 다른 대형사고의 가능성이 드러나는 것은 결국 누적된 비정상의 결과가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더이상 인재사고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아래로부터 각 직업영역의 직업윤리가 강조되고 국민 각자의 도덕성 회복이 필요하지만, 위로부터는 정부권력을 줄여나가야 한다."

진도 앞바다에서 발생한 비극적인 여객선 침몰 사건을 계기로 일각에서 규제개혁을 비판하는 주장도 나왔지만 현진권 자유경제원 원장은 “세월호 사건이야말로 정부가 경제에 개입해 만들어낸 각종 규제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했다.

현 원장은 “최근 동시다발적으로 제기된 대중교통의 불안은 가격규제에서 나오는 것”이라면서 “특히 민간 영역에서 규제를 가하면 가장 먼저 투자 ‘0’가 되는 것은 안전 분야이고,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또 다른 규제가 가해지면서 결국 정부개입을 불러오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규제 완화를 비판하는 쪽에서는 공공성을 강조하지만 이런 구조라면 개인의 능력개발과 경쟁의식은 사라지고, 집단논리만 존재하게 되는 것으로 가령 ‘국민철도’나 ‘국민의료’도 그들만의 철밥통을 굳건하게 만들어내서 결국 공급자들이 경쟁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길을 막게 된다”는 것이다.

현 원장은 “더 신랄하게 말하자면, 사실 ‘공익’은 인간의 본능이 아니다. 공무원의 입장에서는 촘촘하게 만들어놓은 규제망으로 각종 과징금을 걷어내고, 퇴직한 이후에는 규제를 목적으로 설치해놓은 산하 기관에 들어갈 수 있다”면서 “이런 악순환에서 벗어나려면 ‘작은 정부’가 필요하다. 정부는 국민들의 재산권과 안보만 보장해주면 될 뿐 특정산업 보호 등에서는 손을 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측면에서 현 원장은 “세월호 사건으로 우리 사회에 던져진 과제를 푸는 일은 결국 자유주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해답을 찾는 것과 일맥상통하다고 본다”고 했다. 그는 “박근혜정부가 규제혁신에 칼을 빼든 것은 아주 잘 한 일이며, 이번 세월호 참사 때문에 주춤거릴 이유도 없다”면서 “규제혁신은 우리 사회를 진정한 자유주의로 나아가게 하는 길이자, 거의 선진국 문턱까지 도달한 상황에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고 강조했다.

그는 또 “규제혁신이 왜 필요하냐고 묻는다면, 지금 우리 수준에서 더 이상 경제발전을 모색할 여지가 없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며 “우리는 그동안 압축성장을 해온 덕에 60년대만 해도 연 10% 성장은 쉬웠지만 최근 2~3% 성장률을 올리기도 쉽지 않다. 더구나 나라마다 시장이 다 개방돼서 무한경쟁 시대에 돌입한 지금 자유주의 정공법으로 돌파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진권 자유경제원 원장.ⓒ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성’보다 ‘감성’에 맞춘 정책은 국민에 득 안된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왜 ‘자유주의 = 이기주의’로 통용되고 있을까. 현 원장은 "이런 상황은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라 지난 10년 이상 좌파 세력이 노력해온 결과”라고 지적했다.

“우리는 시장경제를 통해 단군 이래 최고로 부강해졌다. 그럼에 불구하고 일각에서 근대화를 통해 뿌리 내린 시장경제를 스스로 부인하면서 ‘신자유주의’라는 말을 만들어내 자유주의를 폄하하고 있다. 이들이 만들어낸 ‘신자유주의’란 말이 성공을 거둔 셈이다. 자본주의와 시장경제를 폄하하기 위해서 ‘시장실패’라는 말도 만들어냈다. 하지만 분명 지난 역사에서 ‘시장성공’이 없었냐 하면 결코 그렇지 않다. 결국 사실을 왜곡시키고 있는 것이다.”

현 원장은 또 “지금 우리 사회에서 ‘경제민주화’라는 허깨비를 앞세워 민간의 경제자유를 억압하는 세력이 있다. 공정, 균형, 형평, 공공성 등 경제활성화를 저해하는 감성적 용어들로 경제민주화를 포장해서 경제자유를 억압하는 분위기를 이끌어 갔다”면서 “박 대통령이 경제민주화의 흐름 속에서 규제혁신을 들고 나온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고, 우리 경제에 큰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규제혁신은 자유주의 이념을 뿌리내리게 하는 데 대표 과제이며, 경제활성화를 이루려면 규제혁신으로 기업가 정신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현 원장은 “이번 정부는 철도 민영화로 첫 타격을 맞은 일이 있지만 ‘민영화는 나쁜 것, 공공성은 좋은 것’이라는 이분법은 불행을 불러올 것”이라면서 “한국은 유독 선진국에 비해 공공 부문이 비즈니스를 담당하는 게 옳다는 여론이 강하지만 더 이상 이성보다 감성에 맞춘 정책 추진은 국민에게 득이 되지 않는다”라고 경계했다.

결론적으로 현 원장은 “자유주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규제 조치 등 국가개입이 아니라 기업가 정신을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정통경제학에서는 기업가 정신은 존재하지 않고, 오로지 자본과 노동만 투입되면 어떤 기업도 생산활동을 하는 블랙박스로 간주하지만, 결국 경제발전은 민간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고, 민간의 경제활성화가 경제발전의 핵심인 만큼 민간경제가 활성화되려면 경제자유의 수준이 높아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 "‘민영화’가 나쁜 말이 된 것처럼 ‘규제혁신’이 진영논리가 돼버리면 문제가 커진다. 이 논리를 이겨야 규제혁신이 성공한다"고 강조했다. 현 원장은 “사실 경제민주화라는 말이 공정한 용어처럼 들리지만 이는 결국 ‘대기업 때리기’의 고상한 표현일 뿐”이라면서 “하지만 우리나라에 대기업이라고 할 만한 데가 과연 몇 개나 있냐”고 되물었다.

“삼성, 현대와 같은 대기업을 때리는 것은 결국 빈곤의 평등화를 추구하는 것밖에 안된다”고 일갈하는 현 원장은 “삼성, 현대를 때릴 게 아니라 규제혁신으로 기업가 정신을 되살려서 삼성이나 현대와 같은 기업을 20개, 30개 더 만들어내는 것이 제대로 된 정책”이라고 말했다.

그는 “위정자들이 ‘서민경제’를 내세워서 대기업 때리기를 하면 서민경제는 더욱 어려워진다. 결코 경제는 편 가르기를 해서 해결되지 않는다. 경제를 한몸으로 보고 발전시켜야 모두가 살 수 있다”면서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이나 영국의 대처 수상이 그랬듯이 지금 우리 사회에도 경제민주화니 서민경제니 하는 매력적인 용어를 선점한 좌파 세력에 밀리지 않는 진정한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 원장은 “사실 선진국들의 예를 봐도 한 사람의 훌륭한 정치 지도자가 나서서 나라의 향방을 좌우해왔다. 바로 그 순간에 선진국으로 나아가느냐 혹은 후퇴의 길을 걷느냐 중요한 전환점을 맞았다”면서 “우리가 자유주의를 말하면서 대처 총리나 레이건 대통령을 거론하는 이유는 당시 국가 팽창주의로 가던 국제적 흐름을 거슬러 과감하게 ‘작은정부’로 방향을 틀어 나라를 위기에서 건진 인물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이런 측면에서 지금 세원 확보 얘기만 나오면 법인세를 올리자고 주장하는 좌파 세력의 구호는 과거 20세기 초반에 머물러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사실 우리 사회에 좌파는 30~40년 이상의 역사를 가졌고, 민주화와 믹스된 사상으로 성장해 자리를 잡은 반면에 해방 이후 비로소 들어온 자유주의의 역사는 짧고, 게다가 우리가 노력해서 얻은 것이 아니라 갑자기 주어진 것이라는 점에서 지금이 바로 이 땅에 자유주의가 뿌리를 내릴 수 있을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격동기라고 볼 수 있다”고 평했다.

현진권 자유경제원 원장.ⓒ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교과서에서 사라져가는 ‘자유’ 안 가르치면 미래 불투명”

자유경제원의 새 수장이 된 현 원장은 앞으로 자유경제원을 시장경제와 자유주의 진영의 허브로 재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자유경제원은 전국의 대학을 돌면서 자유주의를 알리는 토크콘서트를 열고 있다. “사상어인 자유주의를 시장경제적으로 표현하면 시장경제주의”라는 기본 논리부터 배우는 학생들에게 전파하기 위해서이다. 현 원장은 “이영훈 박사가 논문에서 밝혔듯이 우리나라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자유’란 말이 없다고 한다. 자유주의를 안 가르치고서는 우리 미래는 불투명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젊은이들에게 자유주의를 전파시키는 것 외에 협동조합과 같은 ‘사랑방’을 만들 계획도 세웠다. 이 사랑방은 경제자유 분석연구 활동을 하는 것으로 연구 결과마다 논문으로 발표할 생각이다. 이렇게 자유경제원은 앞으로 미국의 싱크탱크 헤리티지 재단처럼 우리 사회에서 자유주의를 확산시키는 진원지로서 역할을 다하면서 자유주의 가치에 맞는 정책을 돕는 활동을 전개해나갈 것이다.

현 원장은 “자유주의의 원리에 따르면 우리의 복지정책도 서민경제를 말하지 말고 빈자구제에 집중되어야 한다. 정말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위해 빈곤 복지를 써야지 보편적 보지를 내세우는 것이 문제”라면서 “좌파에서 부자와 가난한 자를 나누는 식으로 사상투쟁적인 논리로 ‘가난한 자’를 이용하기 때문에 정책이 바로 서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 원장은 “지금 ‘정부에 대한 신뢰’라는 말이 유독 많이 거론되지만 사회를 바로 세우려면 ‘개인의 가치’가 더 강조되어야 하고, 이를 위한 시스템이 나와야 한다”면서 “사실 자유보다 더 중요한 것이 생명이고, 생명 존중으로부터 시작된 정치·경제·철학·행정을 근간으로 하는 시스템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현 원장은 “정치도 수요에 따라 공급하는 것이므로 우리 사회에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일찍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영국의 경제학자 하이에크가 ‘무제한적인 민주주의’에 대해 경고한 바대로 지금 우리가 과잉 민주주의를 겪고 있는 현실을 깨달아야 한다”면서 “세월호 문제 역시 다수결의 원리로 풀려고 하면 안되고, 기본 틀을 바로 세우는 상생의 정신을 되살려야 같은 문제를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정 기자 (brigh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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