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물거품’ 리버풀…뒤바뀐 이스탄불의 기적
입력 2014.05.06 09:06
수정 2014.05.07 10:03
크리스탈 팰리스 맞아 종료 10분 남겨두고 3실점
9년 전 챔피언스리그 결승 기적, 입장 뒤바뀌어
크리스탈 팰리스전 무승부로 사실상 우승이 물 건너간 리버풀. ⓒ 게티이미지
그야말로 통한의 10분에 한 시즌 농사를 망친 리버풀이다.
리버풀은 6일(이하 한국시간) 셀허스트 파크서 열린 ‘2013-14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크리스탈 팰리스와 원정경기서 3-3으로 비겼다.
이로써 승점 1을 보탠 리버풀은 25승 6무 6패(승점 81)째를 기록,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 승점 80)를 제치고 리그 단독 선두로 복귀했다. 하지만 시한부 선두 등극일 뿐이다. 1경기 덜 치른 맨시티가 아스톤 빌라와의 홈경기서 최소 비기기만 해도 다시 순위가 바뀌기 때문이다.
올 시즌 비약적인 상승세를 이뤄왔던 리버풀은 24년만의 리그 우승을 이루는 듯 보였다. 58골을 합작한 루이스 수아레즈와 다니엘 스터리지 조합은 매 경기 상대 수비진의 붕괴를 야기했고, 덕분에 프리미어리그 한 시즌 최다골인 103골(2009-10시즌 첼시)에 4골 차로 근접했다.
‘주장’ 스티븐 제라드 역시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데뷔 후 줄곧 리버풀에서만 몸담았던 그는 팀의 오랜 숙원인 ‘프리미어리그 출범 후 첫 우승’이라는 감격을 눈앞에 뒀다. 그러나 첼시전 0-2 패배와 이번 크리스탈 팰리스전 무승부로 인해 빈손으로 시즌을 마감해야할 위기에 놓였다.
특히 이번 크리스탈 팰리스전은 브랜든 로저스 감독 입장에서 영원히 기억에 남을 경기일수도 있다. 경기 전 리버풀은 맨시티에 골득실차 9골이 뒤져있었다. 만약 양 팀이 잔여경기를 모두 승리한다면 골득실로 우승 여부를 따져야 했기에, 리버풀 입장에서는 당연히 다득점을 노려야 했다. 그리고 이 같은 전략은 결과적으로 독이 되고 말았다.
이날 리버풀은 압도적인 볼 점유율을 기록하며 크리스탈 팰리스를 몰아붙였다. 전반 18분 조 앨런의 헤딩골을 시작으로 후반 8분과 10분, 스터리지와 수아레즈의 추가골이 터지며 3-0으로 달아났다.
이후 로저스 감독은 패착이 되는 실수를 저지르고 만다. 득점에 욕심을 부린 리버풀은 후반 33분, 라힘 스털링을 빼는 대신 필리페 쿠티뉴를 투입해 공격의 고삐를 당겼다. 그리고 1분 뒤 크리스탈 팰리스의 만회골이 터졌고, 다시 2분이 채 안 된 시점에서 또 골이 나왔다.
이제는 다득점보다 승점 3을 지켜야할 기로에 놓인 리버풀이었다. 하지만 로저스 감독은 수비를 강화하는 대신 미드필더 빅터 모제스를 투입했고, 수비 라인까지 끌어올려 공격을 지시했다. 결국 리버풀은 후반 43분, 통한의 동점골을 얻어맞았다. 이 모든 게 불과 10분 만에 일어난 일이라 선수들과 감독 모두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리버풀은 지난 2004-05시즌 이른바 ‘이스탄불의 기적’을 일구며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당시 리버풀은 당대 최강으로 일컬어지던 AC 밀란을 상대로 전반에만 3골을 얻어맞아 준우승에 그치는 듯 보였다. 하지만 후반 종료 20분을 남겨둔 상황, 제라드의 골을 시작으로 거짓말 같은 동점을 이뤘다. 이후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빅이어를 들어 올리는 기적을 완성했다.
그로부터 9년 뒤, 이번에는 이스탄불이 아닌 런던에서 똑같은 경기를 펼친 리버풀이다. 물론 입장은 뒤바뀌었다. 리그 우승을 위한 실낱같은 희망은 10분 만에 절망으로 돌변하고 말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