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드라마가 남긴 여운 "대통령은..."
입력 2014.05.06 09:48
수정 2014.05.06 09:50
대통령과 경호관의 이야기 '쓰리데이즈'
배우들 호연 속 정의, 희망 메시지 전달
"돈이 아닌 정의를 위해 사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런 사람들을 희망이라고 합니다."
SBS 수목극 '쓰리데이즈'가 말하고자 했던 것은 '정의'와 '희망'이었다. 마지막회에서는 숱한 어려움과 절망 속에서도 원칙과 소신을 지키며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절대악'으로 대표됐던 재신그룹 김도진 회장(최원영)은 죽음을 맞이했고 그를 도왔던 주변 인물들도 벌을 받았다.
무능력했던 이동휘 대통령(손현주)은 그의 곁을 끝까지 지켰던 한태경 경호관(박유천)의 도움으로 국민을 위해 일하는 대통령으로 돌아가게 됐다.
이날 드라마의 주제는 특검팀의 한 검사가 김도진의 주변 인물을 조사한 장면에서 드러났다. 주변 인물들은 "정의, 사명감이 무엇을 할 수 있죠? 집 한 채도 마련하지 못하는 그런 정의 나한테는 필요 없었다"라며 자신의 죄를 합리화했다. 또 "김도진 회장이 죽었다고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하시죠? 세상은 여전히 돈이 지배하고 있고 앞으로 그럴 것"이라고 비관했다.
하지만 검사는 "누가 됐든 잡을 거다. 그러다 내가 지친다 해도 또 누군가가 내 빈자리를 지킬 거다. 돈이 아니라 정의를 위해 사는 사람이 아직 많다. 그런 사람을 희망이라고 부른다"라고 드라마가 지닌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지난 3월 '별에서 온 그대'의 후광 속에 야심차게 출발한 '쓰리데이즈'는 저격 위험에 처한 대통령(손현주)과 그를 지키려고 고군분투하는 청와대 엘리트 경호관(박유천)의 이야기를 그렸다. 화려한 제작진과 출연진은 이 드라마의 강점이었다. '싸인'과 '유령' 등 선굵은 추리물에서 두각을 보인 김은희 작가가 집필했고 '뿌리 깊은 나무'의 신경수 PD가 연출했다.
또 1년 10개월의 기획기간에다 100억원이 넘는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이다. 한류스타 박유천과 연기파 배우 손현주가 출연한다는 점은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정치 스릴러물이라는 장르도 마니아층을 만들어낼 수 있는 요소였다.
뚜껑을 열어보니 멜로가 거의 등장하지 않을 정도로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3일 72시간 4320분'이라는 한정된 시간을 배경으로 일어나는 사건을 다루다보니 긴박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장르물이라는 특성상 많은 시청자들을 흡수하진 못했다. 평균 시청률이 11%대에 머물며 경쟁작인 KBS2 '감격시대: 투신의 탄생'에 밀리기도 했다.'100억 대작'이라는 타이틀을 감안하면 아쉬운 기록이다.
그럼에도 8회까지 광고가 완판 되는 좋은 성과를 거뒀고 방영 전에 '별에서 온 그대'를 넘어서는 최고가에 중국에 수출되기도 했다. 시청률이 낮을 수밖에 없는 스릴러물의 한계를 지녔지만 미드 같은 장르물을 좋아하는 젋은 시청자층에게는 호평을 받았다. 이 덕분에 '감격시대: 투신의 탄생'이 종영한 후에는 수목극 왕좌로 우뚝 올라섰다.
우려됐던 '연기돌' 박유천의 연기는 무난했다는 평이다. 연기와 액션신을 동시에 소화해야 했던 경호관 역은 박유천에게 큰 도전이었다. 초반에 발음이 부정확하는 지적도 있었지만 손현주라는 대선배를 비롯해 중견 배우들과 조화를 이루며 점차 캐릭터에 적응해가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 드라마를 통해 박유천은 '성균관 스캔들', 옥탑방 왕세자', '보고싶다'에 이은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채우게 됐다.
박유천 외에 1~2회에 강렬한 존재감을 뽐냈던 장현성이라는 배우의 재발견도 큰 수확이다. 장현성은 극 초반 반전을 선사하며 시청자들의 심장을 '쫄깃'하게 만들었다. 소이현, 박하선 등도 제 몫을 다하며 극의 흐름을 도왔다.
대통령 역의 손현주는 초반 사건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무능한 캐릭터였다.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자신의 과오를 뉘우치며 국민을 우선시하는 '진짜 대통령'으로 거듭났다. 마지막회에서 그는 "경호관은 대통령을 지키는 사람이라고 했죠. 대통령은 국민을 지키는 사람이다. 국민이 위기에 빠졌는데 나혼자 살겠다고 도망칠 수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날 정신들게 한 건 경호관들이었다. 그 사람들을 위해 내가 어디에 있건 열심히 살겠다. 내가 그 사람들에게 해줄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다. 날 지켜준 것처럼 당신의 신념처럼 싸워나가라. 나도 부끄럽지 않게 내 자리에서 싸워 나가겠다"며 묵직한 메시지를 던졌다.
희망과 위로의 메시지는 이어졌다. 이날 방송말미에 제작진은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해 "그동안 드라마 일정으로 세월호의 아픔을 함께 하지 못했습니다. 이제부터 시청자로 돌아가 그 슬픔과 고통을 같이 나누겠습니다. 성원을 보내주신 시청자 여러분, 사랑합니다. 그리고 유가족 여러분, 힘내십시오"라고 말했다. 슬픔에 빠진 시청자들에게 건네는 따뜻한 말 한 마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