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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카드 만드세요. 삼성카드는 어떠세요?"

윤정선 기자
입력 2014.05.02 09:13
수정 2014.05.02 13:48

카드모집인 '코드' 있어도 여러 카드사 모집 활동 벌여

효율수당 때문에 리베이트 줘서라도 과도한 모집 경쟁

2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카드모집인은 자신이 속한 카드사의 신용카드만 발급해줄 수 있다. 또 연회비에 10%를 초과하는 금품을 고객에게 제공하면 안 된다. 하지만 카드모집인 사이에선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불법 카드모집 활동을 벌이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한 40대 여성이 길을 걷던 직장인 A씨(28, 남)에게 다가왔다. "현대카드 있나요, 하나 만드시지요" 여성은 A씨에게 연회비 4만원인 현대카드를 만들면 현금 10만원을 송금해주겠다고 약속했다. A씨의 반응이 시큰둥하자 이 여성은 삼성카드 소지여부를 묻고서 "없으면 하나 만들라"며 부탁했다. 대뜸 연회비도 면제해줄 수 있다고 제시했다.

카드모집인을 첨병으로 카드사의 불법 모집이 여전히 활개치고 있다. 카드사 간 과도한 모집 경쟁을 막기 위해 카드모집인에게 '코드'를 부여하고, 연회비의 일정 금액 이상을 회원에게 제공할 수 없도록 규제했지만 이를 비웃듯 불법 모집은 사그라들지 않는 실정이다.

2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카드모집인은 자신이 속한 카드사의 신용카드만 발급해줄 수 있다. 또 연회비에 10%를 초과하는 금품을 고객에게 제공하면 안 된다.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을 보면 카드모집인은 카드사를 위해 신용카드 발급계약의 체결을 중개하는 자를 말한다. 대형마트나 백화점, 놀이공원 등에서 카드발급을 권유하는 사람이 카드모집인에 해당한다. 일부 카드모집인은 직장인이 많은 장소를 돌아다니며 카드모집 활동을 한다.

카드모집인은 한 사람당 하나의 코드(여신금융협회 등록번호)를 갖는다. 코드를 부여하는 이유는 모집인이 한 카드사의 카드만 발급하게 하기 위해서다. 모집인이 여러 카드사의 신용카드를 중개할 수 있게 되면 무분별하게 카드를 발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모집인이 A카드사에서 카드신청자의 카드발급이 거절되면, B카드사에 요청하고, 그마저 안될 경우 C카드사에도 찔러보는 식으로 무분별한 발급을 하다보면 카드 발급질서를 교란할 수 있다. 또 카드사 입장에선 다른 카드사로 고객이 빼앗길 것을 우려해 발급기준을 완화하는 등 악순환이 쌓이게 되면 건전성이 나빠질 가능성도 크다.

하지만 일선 카드모집인은 코드에 아랑곳하지 않고 여러 카드사의 카드를 발급하고 있다. 고객정보를 카드모집인끼리 교환하는 방법으로 여러 카드사의 발급 업무를 중개하고 있다.

고객의 요청에 따라 모집인들간 서로 품앗이를 하듯 카드발급 커넥션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일명, 종카(종합카드)로 불린다. 서로 다른 코드를 갖고 있는 모집인을 거느리며 불법영업을 운영하는 조직이나 활동을 일컫는다. 무분별한 카드발급을 막기 위한 코드가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

한 카드 모집인은 "다른 카드를 발급해달라고 요청화는 경우 아는 동생의 코드로 발급받으면 된다"고 말했다.

카드모집인 사이에선 리베이트 관행도 만연하다. 여전법상 신규회원 모집 과정에서 카드모집인은 회원에게 금품을 연회비 10% 넘어서 줄 수 없다. 카드사 간 과도한 경품 제공으로 고객 유치 경쟁이 과열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모집인은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연회비보다 더 많은 금액을 상품권이나 현금으로 회원 주머니에 찔러주고 있었다.

특이한 점은 리베이트 대부분 모집인 주머니에서 빠져나간다는 것이다. 이는 모집인이 받는 급여체계와 무관하지 않다.

카드모집인 급여는 '발급수당'과 '효율수당'으로 나뉜다. 발급수당은 말 그대로 신규카드를 발급했을 때 받는 돈이다. 효율수당은 신규회원이 4개월간 사용한 금액의 일정부분을 모집인에게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급여에서 발급수당과 효율수당이 차지하는 비율은 보통 3대7정도다. 이번달 카드사로부터 받는 급여가 100만원이라면 30만원은 발급수당이고 70만원은 효율수당이라는 얘기다.

결국, 모집인은 효율수당을 고려해 자신의 돈으로 리베이트를 줘서라도 신규회원을 모집한다. 과도한 카드모집 활동이 벌어지고 있는 원인이다.

금융감독당국도 카드 불법모집이 성행하고 있는 사실을 파악하고 있지만 잘 드러나지 않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타인의 명의를 빌리거나 모집 신청서를 요청하면 코드번호가 나오기 때문에 모집한 사람이 누구인지 역추적하는 방식으로 단속한다"며 "사법권이 없는 탓에 강제 단속할 수 없어서 정황이 포착되면 잡아내는 식"이라고 답했다.

카드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모집인의 리베이트는 카드사에서도 하지 못하도록 교육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수많은 모집인이 불법적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것을 모두 막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윤정선 기자 (wowjot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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