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권 재검토' 북핵 위협에 초점 맞춰야한다
입력 2014.04.28 11:14
수정 2017.10.16 10:49
<칼럼>한미 연합지휘체제 불확실성 조기 해소 필요
이와 별개로 한국군 자주성 강화 노력은 지속되어야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과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2014년 4월 25일 청와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북한 핵문제에 대한 단호한 공동대응 방침을 천명하면서, 2015년 12월 1일로 예정된 전시 작전통제권 전환의 시기와 조건을 재검토한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두 대통령은 양국의 실무진들에게 적절한 시기와 조건을 건의하도록 지침을 주었다. 이로써 수년 동안 논란이 되어온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다른 말로 하면 한미연합사령부(ROK-US Combined Forces Command) 해체에 관한 사항이 일단락된 셈이다.
한미 연합지휘체제에 대한 불확실성 조기 해소 필요
두 대통령의 지침을 수명하여 한미 양국 국방당국은 언제까지 현 체제를 유지하고, 어떤 조건과 시기가 되면 변화를 모색할 것인지를 가능한 이른 시일 내에 결정하기를 바란다. 10월의 연례안보협의회의(SCM)까지 기다리거나 세부적 협의에 지나치게 시간을 보내는 대신에 조기에 일단락 짓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점점 위중해짐에도 한미연합지휘제체가 흔들리는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곤란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10개 정도의 핵무기를 개발한 것으로 판단될 뿐만 아니라 미사일에 탑재하여 공격할 정도로 소형화 경량화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최근에는 도발적인 언사로 남북관계를 경색시킬 뿐만 아니라 미사일 발사, 포병사격, 무인기 침투 등의 도발을 수시로 자행하고 있다. 더욱 고도화된 핵실험 및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시험도 예고하고 있어 한반도가 언제 예상하지 못한 긴장상태로 빠질지 알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고, 도발 시 단호하게 대응해야할 주체인 한미연합사의 위상이 불확실하다면, 한미 양국의 대응이 일사불란해지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북한이 오판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상당수의 국민들은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는 한국군이 이양한 하나의 권한만 환수하는 것으로 가볍게 생각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1978년부터 한미 양국군의 군대를 통제하여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고 있는 한미연합사라는 지휘부를 해체하는 심각한 사안이다. 1994년 평시 작전통제권에 이어 이번에 전시 작전통제권까지 전환해 버리면 한미연합사는 존립의 근거가 없어져서 해체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위협이 현재와 같이 심각한 상황이라면 없는 사령부도 만들어야할 상황인데, 존재하고 있는 양국의 통합된 사령부를 해체한다는 것은 너무나 안일한 생각이다. 위기의 상황에서 유사시 양국군 활동에 관한 컨트롤 타워를 없애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한국의 입장에서 한미연합사를 해체하는 것은 북한의 핵무기 위협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 상태를 감수하겠다는 위험한 선택일 수밖에 없다. 현재 상태에서 북한이 핵미사일로 공격하겠다고 위협할 경우 한국은 확실한 방어책이 없는 상태이고, 따라서 미국의 핵전력을 이용한 응징보복으로 위협할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이것이 바로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나 핵우산(nuclear umbrella)의 개념으로서 미국이 한국을 대신하여 대규모 핵전력으로 보복할 것이라는 점을 과시함으로써 북한으로 하여금 핵공격과 같은 무모한 방안을 생각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 경우 중요한 것은 실제 그러한 최악의 상황이 되었을 때 미국이 약속대로 핵보복을 할 것이냐는 신뢰성이다. 이것은 누구도 확신할 수 없지만, 한미연합사가 존재할 경우에는 그 사령관인 미군대장이 핵전쟁을 포함한 모든 전쟁억제와 승리보장의 책임을 부여받은 상태이기 때문에 자국의 핵전력을 적극적으로 요청할 것이고, 북한도 이것을 알기 때문에 함부로 도발하기 어렵다.
반면에 한미연합사가 해체되어버려 한미 양국이 각자의 군대만을 통제한다면, 유사시 한국 합참의장이 미국의 핵전력 지원을 요청할 것인데, 이 경우 미국이 자국의 사령관이 요청할 때와 동일한 비중과 급박성으로 반응할 지는 의문이다. 그리고 북한도 미국의 대응의지가 약할 것으로 오판하여 더욱 호전적으로 변모할 수 있다. 북한의 핵무기 위협이라는 미증유(未曾有)의 위기 상황에서 전시 작전통제권을 환수하여 한미연합사를 해체하는 것은 민족의 생존 자체를 담보로 한 너무나 위험한 선택일 수 있다.
한미 국방당국은 더 이상의 지체없이 이 문제를 신속하면서도 협조적으로 일단락 지음으로써 한미연합대비태세에 관한 불확실성을 조기에 해소하고, 핵위협을 비롯한 북한의 도발에 한미 양국이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데 모든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세부합의를 지체함으로써 북한에게 오판의 여지를 제공해서는 곤란하다.
작전통제권은 주권 침해가 아니다
차제에 작전통제권의 환수와 한미연합사 해체를 요구해온 지금까지의 인식이 타당하냐에 관해서도 이성에 근거하여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미군이 사령관인 한미연합사령부가 한국군을 작전통제하는 현 체제가 주권의 침해라고 생각하여 변화를 요구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실제에 있어서 한미연합사는 미군의 사령부가 아니다. 한국군과 미군이 50 : 50의 비중으로 편성되어 있는 한미 “연합”(combined: 타국 군대끼리 함께할 때 사용하는 용어이다)의 사령부이다.
한미 양국군이 한미 양국군으로 구성된 사령부의 통제를 받는 것으로, 이것이 주권침해라면 앞으로 한국은 어떠한 연합작전은 수행할 수 없다. A와 B회사가 두 회사의 활동을 효과적으로 조율하기 위하여 합작으로 ‘통제본부’를 만들었다고 하여 A나 B 회사의 경영권이 그 통제본부로 넘어가지 않는 것과 같다. 필요할 활동만 서로 조율하면 되는 것이다.
다만, 미군이 그 사령부의 사령관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인데, 이것은 유사시 미군의 증원을 확실하게 보장하기 위하여 한국이 선택한 사항일 뿐이다. 미군이 사령관을 계속하는 것이 불편하다고 하여 연합사 자체를 해체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정말 그렇다면 한국군 대장을 사령관으로 하거나 미군과 한국군이 교대로 사령관직을 역임하자고 제안해야 할 것이다.
일반 국민들에게는 생소할 수도 있지만 작전통제권(Operational Control Authority)은 목표에 대한 노력의 통일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로서, 타국의 군대끼리는 물론, 자국의 육해공군끼리나 대부대끼리의 작전에서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지휘관계의 형태이다. 각 부대들의 노력이 한 방향으로 결집되지 않을까봐 컨트롤 타워를 지정하고, 그 컨트롤 타워가 임무수행과 관련해서만 관련된 부대들의 활동에 지침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단일지휘의 원칙’(Principle of the Unity of Command)으로 전쟁원칙에도 포함되어 있듯이 군사작전의 승리에는 누구든 한 사람이 최종적인 결정을 내리는 것이 필수적이라서 도입한 조치로 이것을 주권의 침해로 보는 것은 지나치게 과장된 해석이다.
작전통제권을 수단으로 한 단일지휘는 한국군과 미군 간에만 존재하는 특이한 관계도 아니다. 제2차 세계대전, 한국전쟁, 베트남과 이라크 전쟁 등에서 보편적으로 적용되었고, 지금도 어떤 형태도른 연합작전이 전개되면 대부분 이 작전통제를 적용한다. 서부유럽의 방위를 책임지고 있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도 유사시 미군 유럽사령관이 ‘유럽 최고동맹사령관’(SACEUR: Supreme Allied Commander, Europe)이 되어 회원국에서 제공하는 모든 부대들을 작전통제하여 군사작전을 준비하거나 수행하도록 되어 있다. 그리고 NATO 국가들은 이 체제를 주권침해로 인식하여 변화를 요구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냉전이 종식되었음에도 NATO는 확대되고 있다. 실제로 현재의 한미연합사는 이 NATO를 참고하여 만든 것이다.
이 기회에 국민들은 주권의 침해라는 감정적 선동을 비판없이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작전통제권이 어떤 개념이면서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그것이 과연 주권의 침해인지에 관하여 정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리하여 일부 무책임한 선동가들이 우리의 안보를 위태롭게 만드는 것을 허용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한국군의 자주성 강화 노력은 지속되어야 한다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또는 한미연합사 해체가 일단락되더라도 한국군의 자주국방력 강화 노력은 지속되어야 한다. 막강한 미국의 핵억제력 및 전쟁억제력을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인 방편이기는 하지만, 우리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은 우리가 주축이 되어 보호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도 그래왔지만 한국군은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응책을 더욱 서둘러 구비할 필요가 있다. 한국군은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한다는 명백한 징후가 포착될 경우 바로 선제공격격(preemptive strike)할 수 있는 능력을 최단시간 내에 구비해야할 것이고, 상상하기도 끔찍한 상황이지만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이 감행되었을 경우 이를 공중에서 격추할 수 있는 미사일 방어능력을 확충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 외에 북한의 다양한 재래식 위협에 대처함은 물론 주변국 위협에도 대처할 수 있는 역량을 구비해 나가야할 것이다.
동시에 현 한미연합지휘체제를 변화시키지 않으면서 한국군의 자주성을 강화해 나가는 가시적인 노력도 필요하다. 한국군이 보유하고 있는 50%의 영향력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제기하는 국민들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충분한 국방예산이 보장되지 못함으로써 한국군이 필요한 전력을 구비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고, 가급적이면 미군의 입장을 존중하는 태도를 취해온 결과라고 변명할 수는 있다. 그러나 한국군이 노력할 수 있는 부분--예를 들면, 군사전문성의 향상이나 독자적인 교리의 발전 등--에서도 미흡함이 있었을 수 있고, 한미연합지휘치제에서도 지나치게 경직되어 필요한 목소리를 내지 못한 부분도 없지 않다.
예를 들면, 한미연합사를 현재의 형태로 존속시키면서도 유사시(데프콘-3)에 제공하도록 되어 있는 한국군 부대의 목록을 융통성있게 조정하는 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 육군 중에서 몇 개의 예비사단을 한미연합사 작전통제에서 제외시켜 한국군이 독자적으로 운용하도록 할 수도 있고, 해·공군 부대 중에서도 일부를 한미연합사 작전통제에서 제외시킬 수 있도록 융통성을 부여할 수 있다. 1961년 5월 26일 유엔사는 30사단, 33사단, 1공수 특전단 및 5개의 추가 헌병 중대에 대한 작전통제를 해제하여 국가재건최고회의에 이양한 적이 있다. 한미 양국군이 연합으로 작전을 수행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부대는 한미연합사가 작전통제하도록 하되 그렇지 않은 부대는 별도로 두었다가 필요할 때 포함시키면 된다.
이외에도 한국군의 주도성을 강화할 수 있도록 기획참모부장이나 작전참모부장 중 하나를 한국군이 담당하는 방향으로 한미연합사 참모편성을 조정할 수도 있고, 한국군 참모의 규모를 더욱 늘리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 어느 방안을 선택하든 연합억제태세를 약화시키지 않으면서 한국군의 주도성을 강화할 수 있다면 충분한 검토의 가치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국방당국의 올바르고 헌신적인 노력을 기대한다
앞으로 몇 달 동안 한미 양국 국방당국자들은 향후 연합지휘체제의 변화를 위한 조건과 시기를 집중적으로 협의하게 될 것이다. 이 경우 다음과 같은 몇가지 사항을 고려할 것을 제안한다.
첫째, 한미연합지휘체제에 관한 사항만 논의할 것이 아니라 한미동맹 전반에 걸쳐서 더욱 공고화된 체제와 방식을 발전시켜 나가기를 바란다. 이 기회에 한미동맹을 실질적으로 강화함으로써 북한의 핵위협에 대한 단호하면서도 체계적인 대응을 보장하고 이로써 북한에게 한국을 위협하면 할수록 한미동맹은 더욱 강화된다는 사실을 보여줘야 한다. 그들의 핵개발이나 무모한 도발이 한미동맹을 더욱 강화시켰다는 점을 북한이 깨닫도록 함으로써 강경책을 주장해온 북한 인사들이 불리한 위치에 처하도록 만들어야할 것이다.
둘째, 한미연합지휘체제의 변화는 북한 핵문제와 긴밀하게 연계시키지 않을 수 없다. 현재 한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가장 심각한 위협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고, 한국은 현재 그에 대하여 유효한 방어력을 구비하고 있지 못하여 미국의 확장억제나 핵우산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무기 위협이 심각한 형태로 존재하는 한 미군대장에게 핵위협을 포함한 한반도의 전쟁억제와 유사시 승리라는 책임을 부여하고 있는 현재의 한미연합지휘체제를 섣불리 변경해서는 곤란하다. 이와 같이 연결시킬 경우 북한에 핵문제 해결을 압박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셋째, 앞에서 언급한 사항이지만 작전통제권 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정확한 인식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민주주의국가에서는 국민들의 여론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세계 대부분의 국가들이 주권의 침해로 인식하지 않은 것을 한국 국민들만이 주권의 침해로 인식하여 반드시 환수해야한다고 생각하고, 그로 인하여 안보상의 심각한 위험을 감수하는 결정을 내리는 사태가 계속되어서는 곤란하다.
국방당국에서는 작전통제권이 어떤 개념이고, 무엇인지, 한미연합사는 현재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등에 관한 내용을 국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 다수의 국민들에게 한미연합사령부나 미군부대를 견학하는 기회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노력을 통하여 국민들로 하여금 한미연합지휘체제에 관한 정확한 인식을 갖도록 하고, 이에 근거하여 건전한 여론이 형성되도록 지원해야할 것이다.
넷째, 한미연합사령부가 존속하더라도 당연히 독자적인 북한핵 대응태세를 강화해 나가야 한다. 한국 나름대로 북한 핵무기에 대한 정보수집 능력을 강화하고, 위급한 상황에서 선제타격하여 지상에서 파괴할 수 있는 능력을 구비하며, 최악의 상황에서 북한이 핵미사일로 공격하였을 경우에도 공중에서 요격할 수 있는 능력을 구비해야 한다. 심지어 핵폭발의 경우도 상정해보고, 그를 그로부터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대피조치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노력을 통하여 우리 스스로 지킬 수 있을 때 자주권이나 자존심의 손상을 예방 및 회피할 수 있을 것이다.
국가안보는 도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자주’라는 명분은 너무나 매력적인 용어라서 거부하기 어렵다. 그래서 수년 동안 한국에서는 자주를 명분으로 한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및 한미연합사 해체가 국민적인 열망이 되었다. 다만, 그것이 아무런 대가를 치르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수년동안 국론이 분열되었고, 북한에 대한 한미연합대비태세는 동요되었다. 한국군과 미군은 북한 핵무기에 대한 긴밀한 대응책 대신에 한미연합지휘체제의 변화 여부를 논의하는 데 아까운 시간을 보내왔다.
다행히 이번에 한미 양국 대통령이 기존의 결정을 백지화하면서 한미연합지휘체제 변화에 관한 새로운 조건과 시기를 검토할 것을 지시하였다. 이제 국민들은 더 이상 ‘자주’라는 명분에 동요되어서는 곤란하다. 한국이 자주적이지 않으면 이 세계에 어느 나라가 자주적이라는 것인가?
한미연합지휘체제는 국가안보의 방법일 뿐 그로 인하여 자주가 위협받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제는 ‘자주’와 같은 후진적인 주제에서 벗어나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하여 동맹국을 어떻게 활용하고, 동맹국과 어떻게 협력해 나갈 것인가를 토론해야 할 것이다. 국가안보는 도박하거나 시험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 언제나 만전지계(萬全之計)로 접근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과제이다.
글/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