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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 떠넘기는 사이…하늘에선 신용카드 '무법천지'

윤정선 기자
입력 2014.04.09 13:51
수정 2014.04.09 17:39

카드사·항공사 보완책 마련하기보다 책임 전가

금융감독원, '무승인 결제' 취약점이라며 손 놓고 있어

9일 서울지방경찰청과 카드업계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7일 항공기 내에서 사용이 정지된 신용카드로 면세품을 살 수 있다는 허점을 이용해 1억8000만원 상당의 면세품을 팔아치운 일당 12명을 검거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항공기에서 사용 정지된 신용카드로 면세품을 구입할 수 있지만 이에 대한 어떠한 보완대책이나 제재없이 수년째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방치 속에 범죄자들이 이를 노린 범죄가 끊이지 않는데도 카드사와 항공사, 금융감독원은 보완책을 마련하기는 보다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거나 "어쩔 수 없다"며 손 놓고 있어 제3의 범죄 가능성 우려가 높다.

9일 서울지방경찰청과 카드업계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7일 항공기 내에서 사용 정지된 신용카드로 면세품을 살 수 있다는 허점을 이용해 1억8000만원 상당의 면세품을 팔아치운 일당 12명을 검거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 건은 무승인 결제를 악용한 범죄"라며 "이들 일당은 항공권 가격이 낮은 일본, 홍콩 왕복하면서 사용정지된 신용카드로 면세품을 구입했다"고 말했다.

무승인 결제는 카드사 전산을 이용할 수 없는 특수한 환경에서 사용하는 결제방식이다. 통신이 연결되지 않은 단말기에 결제정보를 수집한 후 카드사 승인은 통신이 연결될 때 한꺼번에 받는다. 항공기에서 신용카드로 면세품을 살 때 모두 무승인 결제로 처리한다.

일반 가맹점과 달리 항공기에서 무승인 결제가 가능한 이유는 카드 소지자의 신분을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항공기 탑승자는 여권을 통해 신분확인을 한다"며 "신분이 확실한 만큼 카드 범죄 가능성도 적어 무승인 결제를 허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무승인 결제는 카드사에 실시간으로 승인을 받지 않기 때문에 범죄의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 이번 적발된 범죄는 새로운 유형이 아니다. 10년 전인 지난 2004년에도 똑같은 수법의 범죄가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이들은 카드빚을 갚지 못해 사용이 정지된 자신의 신용카드를 항공기에서 버젓이 사용했다. 그 과정에서 항공사는 문제 카드가 정지된 카드인지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여기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국내 대형 항공사 모두 포함돼 있다.

문제 항공사는 사용이 정지된 신용카드를 결제 과정에서 알아채지 못한 이유로 카드사가 정보를 제때, 제대로 제공하지 않아서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항공사 관계자는 "카드사에서 제공한 리스트로 정지된 카드를 가려낸다"며 "이를 걸러내지 못한 건 카드사 책임이다. 카드사가 피해액을 변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항공사 관계자도 "항공기에서 사용하는 단말기에 카드사가 제공하는 데이터를 바로 업데이트한다"면서 "정지된 신용카드를 걸러내지 못했다는 건 카드사가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아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카드사 책임론을 내세운 항공사 주장에 카드사는 당혹스러우면서도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이는 항공사와 카드사 간 '갑을관계'가 형성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사가 정지된 카드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항공사의 주장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항공사가 단말기에 업데이트하지 않고선 책임을 카드사에 떠넘기는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그는 "하지만 카드사에게 항공사는 대형 가맹점이자 고객이기 때문에 피해금액을 항공사에 물리기도 난처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은 무승인 결제가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이를 해결할 마땅한 대안도 없다고 말했다. 또 피해금액에 대한 책임은 가맹점인 항공사에 있다는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무승인 결제는 카드 사용시점에서 정상적인 카드인지 확인할 수 없다"며 "카드사가 항공사와 무승인 거래 결제를 끊지 않는 한 이 같은 범죄는 막기 어렵다"고 대답했다.

아울러 무승인 결제 범죄로 생긴 금전적 피해는 카드사가 아닌 항공사의 몫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무승인 결제는 가맹점(항공사)이 부정사용 위험 끌어안고서라도 카드결제를 받겠다는 것"이라며 "항공사와 카드사는 갑을관계다 보니 카드사가 금전적 피해까지 떠안는 것 같다"고 직언했다.

윤정선 기자 (wowjot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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