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회' vs '사랑과 전쟁', 뭐가 다를까
입력 2014.04.09 08:29
수정 2014.04.10 09:44
불륜 막장 코드, 현실 vs 비현실 '갑론을박'
여전히 불륜미화-조장 논란 속 아슬 줄타기
막장이다. 아니다. 픽션이나 논픽션이다. 첫방송 부터 ‘갑론을박’이다. 월, 화요일 밤만 지나면 온라인이 시끌시끌하다. 불륜을 조장한다느니, 불륜을 미화시켰다느니 댓글 속 대부분이 ‘부정적 반응’이지만 시청률은 지상파를 위협하고 있다.
JTBC ‘밀회’ 무엇이 문제일까. 첫 회를 본 남자들의 반응은 “그저 불편”이었다.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 했던가. 그동안 드라마 속 남자들의 ‘바람‘과는 달리, 억대 연봉의 잘 나가던 마누라가 20살이 어린 청년과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이 불쾌감을 줬던 탓이다. 더욱이 너무나 아름답고 애절한 연출 탓에 ‘불륜 미화’까지 조장하는 ‘나쁜 드라마’로 치부되고 있다.
특히 극의 중반부로 치닫으면서 남편 박혁권이 이들의 불륜을 알게 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남편들의 마음은 더 불편하기 짝이 없다. 천재 제자가 필요한 상황에서 자신의 아내와 바람난 놈을 그저 모른 척 해야 하는 상황이 좀처럼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더욱이 아내 역시 버리기는 아깝다.
반면 여자들은 대부분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비현실적 대리만족” 등을 꼽으며 작품으로만 바라보는 분위기다. 8일 방송분에서 묘한 베드신이 언급됐지만 그런 불륜 코드에도 분명한 건 KBS ‘사랑과 전쟁’과는 사뭇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왜 ‘밀회’에만 관대한 것일까.
‘사랑과 전쟁’의 경우, 이혼을 했거나 이혼조정, 혹시 법정 다툼 중인 부부들의 이야기들을 드라마화한 작품이다. 그러다 보니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야기거나 높은 공감대를 이끌어내며 오랜 기간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밀회’의 경우, 그저 또 다른 불륜작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우세하다. 다만 자극적인 불륜이라기 보다는 ‘음악’ ‘피아노’라는 공감대를 형성한 40대 커리어우먼과 20대 천재 피아니스트의 아슬아슬 줄타기가 과거 ‘불륜’과는 다른 작품이라는 의견이다. 결국 비현실적 이야기로, 그저 ‘남의 멜로’로 대리만족에 그친다는 설명이다.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는 시청자들은 불륜 미화, 불륜 조장을 꼽지만 대부분의 여성 시청자들은 ‘이들의 멜로처럼’을 꿈꾸거나 그런 것이 아닌, 그저 동화 속 이야기로 치부하며 그저 ‘비타민 같은’ 재미에만 집중한다. 아슬아슬 줄타기나, 묘한 대사로만 이뤄진 베드신, 야한 침대 속 이야기 보다 더 관능적인 피아노 합주에 감탄을 보낸다.
하지만 불륜극임에는 틀림없다. 그렇기에 대다수의 시청자들은 믿고 보는 김희애 카드를 꼽는다. 때문에 만약 인지도가 낮은 배우나 연기력이 바탕이 되지 않는 여배우가 오혜원 역을 맡았다면 그저 ‘사랑과 전쟁’에도 미치지 못하는 ‘삼류 불륜작’으로 치부됐을 것이라는 웃지못할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그만큼 어찌 보면 ‘밀회’의 불륜 조장 논란 역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이유는 김희애나 유아인, 박혁권 김혜은 등 연기파 배우들의 선을 넘지 않는 연기가 바탕이 됐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앞으로 논란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오혜원 역의 김희애가 본격적으로 이선재 유아인에 대한 속마음을 드러내며 위험한 관계를 본격화 하고 나섰다.
‘20살을 뛰어 넘는 충격 스캔들‘로 안방극장을 들썩이게 하고 있는 가운데 단순히 불륜을 넘어 상류층의 꼬집기, 겉과 속이 다른 커리어우먼의 비틀기, 그리고 베드신이 아닌 ’피아노 스킨십‘이라는 다소 차별화한 코드로 막장극과 불륜극의 아슬아슬 경계를 넘나들고 있는 ’밀회‘.
안판석 PD는 제작발표회에서 "20대 청년과 40대 여성이 사랑에 빠진다면 사회는 가만두지 않는다"라면서 "하지만 오점 없이 살아온 오혜원은 결국 이선재라는 순수한 청년과의 위험한 사랑을 통해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다. 어영부영 나이를 먹고 적당히 살아가는 우리들은 두 사람의 사랑을 통해 '나는 어떤 사람인가'라는 질문을 하며 스스로를 반성하고 되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획의도를 전했다.
과연 나이 마흔 넘은 유부녀와 반항아 20살 청년의 파격 멜로가 우려대로 ‘위험한 장난질’에 그칠 지, 아니면 기획의도 대로 누군가에게는 삶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질 지 그 행보에 따라 '사랑과 전쟁'이 될 수도, 또 하나의 웰메이드로 평가받을 수도 있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