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진당, 천안함 유가족 가슴에 또다시 대못 박다
입력 2014.03.27 14:17
수정 2014.03.27 14:22
<기자수첩>북 책임 말 안하면서 조의 표명하라니...
천안함 폭침 4주기를 맞은 26일 오전 자유총연맹이 서울역 광장에서 천안함 46위 용사 추모제에 앞서 마련한 46용사 분향소에 자유총연맹 글로벌리더연합 소속 대학생들이 헌화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는 천안함 폭침 4주기를 앞둔 지난 23일 기자회견을 갖고 “남북관계 회복의 난제였던 금강산 사건, 연평도 사건, 천안함 사건에서 희생된 모든 이에 대한 북 당국의 조의 표명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통진당이 그동안 천안함 폭침에 대해 단 한번도 북한 책임을 언급하지 않았던 점을 떠올리면 상당히 이례적인 발언이었다. 한발 더 나아가 26일 천안함 용사 4주기 추모행사에 통진당이 참석하겠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비록 추모행사 당일 이 대표는 ‘개인일정’을 이유로 참석을 하지 않았지만 대신 오병윤 원내대표가 참석했다. 통진당 인사들이 천안함 용사 추모식에 참석한 것은 처음이다.
놀라움도 잠시 뿐이었다. 오 원내대표가 유가족들로부터 행사장 입장을 저지당한 것이다.
유가족들은 “천안함 피격사건에 대한 통진당의 당론을 확정하기 전까지는 행사에 참석할 수 없다”며 “들어가고 싶다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이에 오 원내대표는 “당장 당론을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유가족께서 원하지 않으면 돌아가겠다”고 말한 뒤 행사장을 떠났다.
잠시 뒤에는 홍성규 대변인이 국회 브리핑을 통해 천안함 폭침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천안함 사건이 발생된 지 오늘로 4주기를 맞는다”며 “안타깝게 희생된 46인의 장병들과 98 금양호 선원들의 명복을 빈다. 여전히 깊은 슬픔 속에 계실 유가족들께도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말했다.
천안함 용사와 유가족에 대한 언급은 딱 이 두 문장이 전부였다. 이후에는 남북 분단에 따른 아픔과 서해바다를 평화의 바다로 만들자는 주장이 주를 이뤘다.
그러면서 “여전히 수많은 난관들이 산재해있다. 그러나 통진당은 오직 평화와 통일을 향한 한 길을 우리 국민들과 함께 의연하게 걷겠다”고만 덧붙였다.
홍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아직까지 해명이 안 된 부분이 있기 때문에, 통진당은 어떤 결론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다”면서 “다만, 정치권을 넘어서 학계나 과학기술계에서도 제기됐던 의혹들에 대해서는 해명이 될 필요가 있다는 게 통진당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통진당은 천안함 폭침을 두고 단 한번도 북한의 책임을 언급한 적이 없다. 심지어는 교통사고를 표방하듯 단순히 ‘사건’이라고만 표현하고 있다. 지난 23일부터 4주기 당일까지 한 발언을 뜯어봐도 ‘폭침’이라는 단어는 사용되지 않았다. 그 이전도 물론이다.
천안함 폭침으로 인해 바다 속으로 사라졌던 46명 용사의 영정 앞에 유가족들은 오열했다. 국민들도 분노와 슬픔에 잠겨야 했다. 특히 천안함 폭침은 북한의 소행이라는 정부 발표를 불신하고, 오히려 음모론을 제기한 일부 시민단체와 정치권 인사들의 발언은 유가족들과 국민들을 더욱 비통하게 만들었다.
유가족들은 4년이 지난 아직도 흐르는 눈물을 멈추지 못하고 있다. 그런 유가족들 앞에서 통진당은 ‘천안함 폭침은 북한의 소행’이라는 말 한마디는 물론 아직까지 ‘폭침’이라는 단어 하나조차 인정하지 않고 있다.
통진당이 왜 추모행사에 참석했는지 그 의도는 알 수가 없다. 단순히 선거용일 수도 있다. 하지만 말 한마디를 통해 그 사람의 의도를 파악할 수는 있다. 천안함 폭침에 대한 일말의 진정성도 없는 통진당이 추모행사에 참석한 것은 말 그대로 ‘보여주기식’으로 밖에 해석될 수밖에 없다.
이는 천안함 유족들을 두 번 죽이는 일일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의 가슴에 다시 분노의 불씨를 지피는 행동임을 통진당은 깨달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