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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다, 개인정보 유출돼서" 하지만 대책없다

윤정선 기자
입력 2014.03.10 16:32
수정 2014.03.10 18:39

<개인정보유출 재발방지 종합대책>피해자 보상 관련 제도에 대해선 원론적 대답 되풀이

한 달 만에 징벌적 손해배상제 1%→3% 상향… 탁상행정 표본

정부는 10일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미래창조과학부, 안전행정부, 방송통신위원회, 금융감독원 합동으로 금융 분야 개인정보 유출 재발방지 종합 대책을 발표했다. ⓒ데일리안

"피해는 없었지만 피해보상은 없다?"

정부가 카드사 고객정보 유출 이후 두 달 만에 종합 대책을 내놓았지만 정보 유출 피해자에 대한 보상이 빠져있어 '빈껍데기 대책'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징벌적 손해배상이나 배상명령제와 같은 피해자 구제 관련 내용에 대해선 '논의 중이다'며 기존 대답을 되풀이하는 수준에 그쳤다.

정부는 10일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미래창조과학부, 안전행정부, 방송통신위원회, 금융감독원 합동으로 금융 분야 개인정보 유출 재발방지 종합 대책을 발표했다.

이날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징벌적 손해배상제, 배상명령제, 집단소송제를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기존 법체계와 상충하는 부분이 있어 관련 부처와 협의를 하고 있다"고 말을 흐렸다.

1억여건이 넘는 카드사 고객정보 유출이 확인된 지 두 달이 지났음에도 피해자 구제에는 법체계를 언급하며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것이다. 종합 대책이라고 하지만 정부의 '징계'만 있지 피해자 '보상'에 대해선 한발 치도 나아가지 못했다.

민법 393조는 손해배상 범위에 대해 '통상의 손해를 그 한도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면, 손해를 입은 만큼 보상하도록 하는 법체계가 흔들린다는 게 정부의 견해다.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과잉 입법'이라는 주장이다.

대신 정부는 신용정보법 개정을 통해 금융회사에 '징벌적 과징금'을 추징한다는 계획이다. 불법으로 고객정보를 활용할 경우 금융회사에 사실상 한도 없이 벌금(관련 매출액의 3%)을 물린다는 내용이다.

10일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징벌적 손해배상제, 배상명령제, 집단소송제를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기존 법체계와 상충하는 부분이 있어 관련 부처와 협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달 18일 현 부총리가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의원들 질의에 답변하고 있는 모습.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사실 여기에도 금융당국의 졸속행정이 여과 없이 드러난다. 지난 1월 말 금융당국은 불법으로 고객정보를 활용해 수익을 창출하면 관련 매출액의 1%까지 과징금을 물린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여기에는 사실상 한도가 없다며 초강력 제재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불과 한 달 만에 1%는 3%로 늘어났다. 초강력 제재라고 소개했던 징벌적 과징금을 3배나 더 늘린 셈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난 2월 국회 논의 과정에서 징벌적 과징금의 근거를 두고 있는 정보통신망법이 1%에서 3%로 조정됐다"며 "이를 맞추는 과정에서 3%로 늘어난 것"이라고 논란을 일축했다.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이라고 스스로 인정한 꼴이다.

결과적으로 금융당국이 금융회사의 법 위반 행위를 확인해도 피해자는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민사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이번 정보 유출 사태처럼 피해 사실이나 규모가 명확하지 않다면 배상받기도 어렵다. 또 피해액이 소액이거나 정신적 피해 같은 피해액 산정에 어려움이 있는 경우 소송을 제기하지 않기 일쑤다.

반면 금융회사는 고객정보 유출 사실이 확인되면 금융회사는 법에 따라 벌금을 물어야 한다. 피해자 보상과는 전혀 무관하다.

정부가 '벌금'은 징벌적으로 물릴 수 있지만 '보상'은 안 된다는 건 누가 봐도 이중 잣대다. 결국, 피해자 보상 관련 제도 도입을 미루는 본질적인 이유는 법체계가 아니라 정부의 의지 부족 문제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국장은 "법체계와 모순된다는 건 핑계일 뿐"이라며 "종합 대책에 어떻게 보상을 하겠다는 내용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다 빠져있다. 이번 종합 대책은 기존 내용을 짜깁기한 수준"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예방 차원에서도 보상안이 마련돼야 한다"며 "징벌적 손해배상은 미온적으로 답변으로 대충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고 꼬집었다.

한편 정부는 정보유출로 발생한 피해자 금전적 손해에 대해선 금감원 분쟁 조정 절차를 이용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피해자가 직접 피해 사실을 증명하고, 스스로 구제에 나서라는 얘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강 국장은 "현재 스미싱이나 보이스피싱 등으로 발생한 피해는 금융소비자가 다 책임지고 있다"며 "만약 유출된 금융정보가 범죄에 활용된 사실이 확인되면, 금융회사는 이를 일정액 또는 전부를 보상해야 한다는 내용을 하루빨리 법제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정선 기자 (wowjot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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