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전국 양상’ 프로농구 MVP의 자격
입력 2014.03.06 08:28
수정 2014.03.06 08:35
예년에 비해 확실한 1인자 없어
꾸준한 KT 조성민, 역설적인 팀 프리미엄?
'2013-14 KB국민카드 프로농구' 정규시즌이 어느덧 막바지로 향하고 있다.
끝나지 않은 순위경쟁 만큼이나 초미의 관심을 모으는 것이 바로 최고의 선수를 가리는 MVP 경쟁이다.
예년에 비해 확실한 1인자는 없지만 유력 후보들이 난립하는 춘추전국 양상이다. 서울 SK의 김선형, 부산 KT의 조성민, 창원 LG의 문태종, 울산 모비스의 양동근, 문태영 등이 MVP에 도전할 만한 후보로 분류된다. 후보가 많다보니 변수도 그만큼 다양해졌다.
개인성적은 조성민이 가장 눈에 띈다. 조성민은 평균 14.7점으로 국내 선수 득점 1위(전체 8위)를 기록 중이며 시즌 내내 꾸준한 슈팅 적중률, 클러치타임에서 강한 인상을 남겼다. KT가 팀 리바운드 꼴찌에 그쳐 슈터에게는 가장 불리한 조건이라는 것도 역설적으로 조성민의 꾸준함을 더 돋보이게 한다.
하지만 팀 성적이 상위권과 격차가 큰 5위에 머물고 있다는 게 아쉽다. 2008-09시즌 주희정이 소속팀의 플레이오프 탈락에도 MVP에 선정된 전례가 있지만, 당시는 상위권팀에 돋보이는 개인성적을 올린 선수가 없었고, 주희정 활약이 독보적이라 큰 이견이 없었다. 그러나 올 시즌 조성민의 성적이 다른 상위권팀 후보들을 압도할 정도는 아니다.
MVP 조건에는 팀 성적 프리미엄을 무시할 수 없다. 올 시즌 정규리그 우승판도가 모비스와 LG 대결로 압축됨에 따라 최종순위가 MVP 향방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모비스 문태영과 LG 문태종은 친형제다. 귀화선수와 형제의 MVP 경쟁은 모두 프로농구 사상 최초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올해 39세인 문태종이 MVP를 수상할 경우, KBL 역대 최고령 MVP가 될 수도 있다.
정통슈터인 조성민과 문태종은 2003년 김병철 이후 11년 만에 슈터 출신 MVP 수상을 노린다. 역대 KBL 사상 슈터가 MVP를 수상한 것은 김병철 한 명 뿐이다. 문태영은 스몰포워드지만 플레이스타일상 슈터라기보다는 스윙맨에 더 가깝다.
하지만 조성민에 비해 문태종과 문태영 모두 좋은 팀동료들과 함께 뛰다보니 MVP를 노리기에는 개인 성적이 다소 아쉽다. LG는 외국인 선수들과 신인왕 후보 김종규의 역할이 적지 않고, 모비스는 문태영 외에도 양동근이라는 또다른 MVP 후보가 있어 분산된다.
유일한 가드 후보인 SK 김선형은 2006-07시즌 양동근에 이어 7시즌 만에 2년 연속 정규리그 MVP에 도전한다. 최근 SK가 정규시즌 2연패에 밀려나면서 팀 성적 프리미엄은 다소 줄어들었다. 기록상의 개인성적은 지난 시즌과 대체로 비슷하지만 임팩트 면에서는 MVP 시즌에 못 미친다는 평가다.
그러나 상위권 후보들의 장단점이 대체로 엇비슷한 만큼, 팀 성적과 개인성적 모두 고르게 꾸준함을 유지한 김선형이 반사이익을 누릴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