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된 ‘모나리자’ 김연아…주홍글씨 소트니코바
입력 2014.02.23 14:58
수정 2014.03.05 09:29
김연아, 궁극의 예술품 남기고 제2의 인생 시작
소트니코바, 특혜 수혜자 낙인..피겨 역사 오점
'피겨퀸’ 김연아(24)의 작품들은 레오나르도 다빈치(1452-1519)가 남긴 걸작 ‘모나리자’와 비견될 만하다.
‘레미제라블’ ‘거쉰’ 등 김연아가 은반 위에 그린 작품들은 그야말로 궁극의 예술품이었다.
김연아는 2014 소치 동계올림픽을 끝으로 스케이트를 벗는다. 그런데 러시아가 김연아 은퇴 작품에 흠집을 남겨 전 세계 피겨 팬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러시아는 김연아가 혼을 담아 남긴 작품 ‘어릿광대를 보내주오(쇼트프로그램)’와 ‘아디오스 노니노(프리스케이팅)’ 그림 옆에 소트니코바(18)의 아직은 설익은 그림을 함께 올렸다.
심판 셰브코프체바(러시아 피겨연맹 회장 부인)를 비롯한 친 러시아 유럽 심판진의 팔은 안으로 굽다 못해 꺾었다. 채점 발표 직후 김연아가 기막힌 폭소를 터뜨린 이유 중 하나로 보인다.
김연아의 유일한 실수는 ‘러시아 전국체전’에 초대 손님으로 출전한 것이다. 양심을 져버린 심판이 김연아 작품을 엉터리 숫자로 매겼다. 그마저도 도매금으로 넘겼기에 한국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 피겨 실세와 전·현직 선수들마저 발끈했다.
'올림픽 2연패’ 카타리나 비트는 독일 국영방송 ARD에 출연해 말까지 더듬으며 “이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화가 치민다. 오~맙소사”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차분한 해설로 유명한 카타리나가 감정을 폭발하자, 독일 진행자가 진정해달라고 부탁했다. 독일 국영방송은 급히 화면을 전환해야 했다.
전 일본 피겨스타 안도 미키(26·은퇴) 또한 SNS를 통해 김연아에게 위로의 말을 건넸다. “김연아, 당신은 영원한 챔피언이다. 고맙고 사랑한다. 동시대 함께 스케이트 탄 사실이 영광이고 자랑스럽다”라고 경의를 표했다.
카타리나의 원초적 발끈도 심장에 와 닿지만, 안도 미키의 위로도 진실하게 다가온다. 안도 미키 역시 김연아와 함께 ‘제2의 인생’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현재 안도 미키는 미혼모다. 지난해 “출산했다”고 고백하자, 일본 언론은 "국가대표 상비군이 사생활도 관리 못 한다”며 안도 미키를 날카롭게 비판했다. 하지만 안도 미키는 굴하지 않고 “마이웨이"를 외쳤다. "피겨가 나를 이끌었지만 한 명의 엄마로서 결론을 내렸다. 아이를 살리고 싶었다”며 담대한 홀로서기를 선언했다.
그런 안도 미키에게 김연아는 희망이자 자극제이자 귀감이었다. 특히, 김연아가 소치 올림픽을 앞두고 “현역 마지막 무대, 나 자신에게 집중하겠다”고 말하자, 안도 미키는 김연아의 열연에 감정이입이 됐다. SNS을 통해 "울면서 봤다. 김연아가 또 나에게 용기를 심어줬다"고 감사의 말을 전했다.
김연아는 스케이트를 벗었다. 비록 올림픽 2연패는 달성하지 못했지만, 안도 미키의 표현처럼 김연아는 모든 이에게 영감을 준 불멸의 챔피언이다. 제2의 삶을 앞둔 김연아의 마이웨이가 기대되는 이유다.
한편, ‘북미 피겨 실세들’에게 미운 털이 제대로 박힌 소트니코바의 미래는 불투명해졌다. 이미 ‘제2의 사라 휴즈(은퇴)’이자 피겨 역사의 오점으로 주홍글씨가 새겨졌다. 소트니코바가 주홍글씨에서 벗어나려면 앞으로 보여줘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다. 갈라쇼부터 다시 시작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