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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헤게모니’ 김연아 줄 바에 차라리?

박상현 객원기자
입력 2014.02.21 12:34 수정 2014.02.21 14:36

러시아 측 관계자 셋에 비리로 자격정지 전력 인사 포함

유럽의 피겨 헤게모니와 푸틴 정치적 이용 이해관계 분석

[김연아 은메달]심판진 구성이 문제가 많은데도 사전에 이의가 나오지 않았던 것은 역시 유럽의 암묵적인 담합이 있기 때문이 아니냐는 추론이 가능하다. ⓒ 연합뉴스

이쯤 되면 짠 것을 넘어 조작이다.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의 심판진부터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소치 스캔들'로 번질 기세다.

USA 투데이와 뉴욕 타임즈는 21일(한국시각)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2014 소치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심판진에 비리 인사와 함께 러시아측 관계자가 3명이나 포함됐다고 폭로했다.

9명 심판관 가운데 한 명인 알라 세코프초바와 기술 컨트롤러 알렉산더 라커닉, 비디오 판정관 알렉산더 쿠즈네초프 등 셋이 러시아 관계자다.

라커닉은 러시아 피겨연맹 부회장이다. 직책만으로도 문제가 되는데 지난 2002 솔트레이크 시티 올림픽 당시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의 기술위원장으로 활약한 경력이 있다. 아이스댄스 부문 스캔들 파문이 일어났던 대회의 기술위원장이라면 의심을 받기에도 충분하다.

또 쿠즈네초프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스캔들을 인정하고 제이미 살레-데이비드 펠티에 조에게 공동 금메달을 수여했을 당시 공개적으로 이를 비판하고 불만을 터뜨렸던 인물이다.

더 가관인 것은 세코프초바는 러시아 피겨연맹의 발렌틴 피세프 사무총장 부인이다. 이쯤 되면 올림픽이 아니라 러시아 국내대회라고 해도 좋을 정도다.

여기에 비리로 자격정지를 당한 전력이 있는 심판까지 있다.

우크라이나 출신의 유리 발코프는 지난 1998 나가노올림픽 당시 판정조작에 관련됐던 인물. 발코프는 당시 아이스댄싱 종목에서 판정 담합을 시도하는 녹음파일이 캐나다 심판 장 센프트에 의해 공개되면서 1년 자격정지를 받은 심판인 것으로 알려졌다.

심판진 구성이 이처럼 문제가 많은데도 사전에 아무런 이의가 나오지 않았던 것은 역시 유럽의 암묵적인 담합이 있기 때문이 아니냐는 추론이 가능하다.

만약 김연아가 여자 싱글 금메달을 가져갔을 경우, 피겨계의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유럽에 최악의 시나리오가 된다. 하뉴 유즈르(일본)가 남자 싱글 금메달을 가져갔기 때문에 변방이라고 여겨지는 아시아에 남녀 싱글 금메달을 모두 내주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소냐 헤니(노르웨이)와 카타리나 비트(독일) 등 유럽 선수만 갖고 있는 여자 싱글 올림픽 2연패 기록을 아시아에, 그것도 '피겨 불모지'인 한국에 내준다는 것 역시 유럽으로서는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또 1994년 릴리함메르 대회에서 옥사나 바이울(우크라이나)이 금메달을 딴 이후 그동안 4차례 열렸던 올림픽에서 모두 비유럽 선수가 가져갔기 때문에 이번에도 김연아가 금메달을 가져갔다면 자존심에 크나큰 상처가 될 수도 있었다.

이런 유럽의 위기의식으로 인한 암묵적인 '김연아 떨어뜨리기'와 함께 이번 동계올림픽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의 이해관계가 딱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밖에 볼 수 없다.

해외 언론이 공개적으로 이번 판정에 의문을 제기하고 비판을 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IOC와 ISU의 대응에 관심이 모아진다.

박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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