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약속' 대기업 외압설 왜?
입력 2014.02.05 00:32
수정 2014.02.05 08:54
배급사 측 "6일 개봉 앞두고 상영관 축소"
외압설 제기에 극장 측 "사실무근" 반박
한국영화 돌풍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때 아닌 외압설이 제기돼 영화계 초비상이 걸렸다. 또 하나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이 높은 예매율에도 상영관 확보에 차질을 빗고 있는 상황이 연출되면서 그 배경으로 '대기업 외압설'이 제기된 것.
4일 배급사 OAL(올)은 “대형 멀티플렉스 상영관들의 눈치보기와 저조한 스크린수에도 불구, 동시기 개봉작 중 예매율 1위라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며 의미심장한 입장을 밝혔다.
배급사 OAL에 따르면, 이날 현재 롯데시네마는 전국적으로 7개 극장에서 개봉하겠다는 입장을 공식 표명했다. 서울 1개, 인천 1개, 일산 1개, 부산 1개, 대구 1개, 포항 1개, 청주 1개 극장이 롯데시네마가 전국 96개 상영관 중 ‘또 하나의 약속’에 배정한 전체 극장이라는 것.
특히 “여기에는 대전광역시, 광주광역시, 울산광역시를 포함해 전주, 수원, 안양, 부천, 분당, 천안, 강원도 전체 지역 및 제주 전체지역까지 모두 빠져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면서 “대기업체인 멀티플렉스가 아닌 개인극장들이 전국적으로 약 20개의 극장을 배정한 것에 비하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며 외압설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대목이다”고 주장했다.
CGV와 메가박스는 현재 수십여 개의 스크린을 놓고 배급사와 논의 중이라는 입장이다. CGV는 45개관, 메가박스는 30~40개관을 고려하고 있어 '또 하나의 약속'은 전국 80여개관에서 상영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배급사는 "당초 300개 상영관 개봉을 목표로 했으나 100개관도 확보하지 못했다"며 "6일 개봉 영화 중 예매율 1위를 기록하고 있고 관객 평점이 9.8~9.9(10점 만점)으로 높은데도 복합상영관에서 적은 스크린을 배정한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개봉 비용 12억 원에 포털사이트 검색순위 1위, 동영상 조회수 1위, 예매사이트 차트 1위, 개봉작 영화예매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영화에 대한 믿기 힘든 현실"이라며 아쉬운 뜻을 전했다.
이에 대해 롯데시네마 측은 "외압설은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이와 관련 극장사이트와 온라인을 통해 ‘또 하나의 약속’ 단체관람 및 상영관 문의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봉 이후에 라도 예매율을 통해 지역 상영관을 확보하자는 관객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겨울 왕국'이나 '수상한 그녀'는 전국적으로 700개~900개 이상의 상영관을 확보하고 있는 상황이며 '남자가 사랑할 때'와 '피끓는 청춘' 역시 400개 이상의 스크린에서 상영된다. 반면 '또 하나의 약속'은 100개도 어려울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연예인들의 자발적인 상영관 확보 역시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방송인 컬투와 배우 이경영 조달환이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을 위해 발 벗고 나선 것.
배급사 올(OAL)에 따르면 6일 개봉하는 ‘또 하나의 약속’을 위해 극장 대관에 나섰다. 컬투는 지난주 라디오방송 '2시 탈출! 컬투쇼'에 배우 박철민이 출연하면서 맺은 인연을 바탕으로 11일 오후 6시 30분 마포구나 서대문구 인근 상영관을 대관할 예정이다. 컬투는 "이런 영화가 만들어진 자체가 기적"이라며 팬들에게 영화를 보여주기로 약속한 바 있다.
배우 조달환 역시 시사회 후 “대한민국 영화에 감사함을 느꼈다"며 개봉일인 6일 오후 8시 서울 강변CGV에서 선착순 300명에게 영화표를 제공하기로 했다. 영화에 노개런티로 출연한 이경영은 제작 당시부터 영화가 개봉되면 지역주민들에게 영화를 쏘겠다고 공언한 바 있으며 10일 오후 8시 경기도 일산 지역에 있는 영화관을 현재 섭외 중이다.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은 반도체 회사에서 일하던 스무 살 딸을 가슴에 묻어야 했던 속초의 택시 기사가 딸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재판에 뛰어드는 내용을 그린 영화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라인에서 일하다 급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은 뒤 지난 2007년 세상을 떠난 고 황유미 씨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박철민, 김규리, 윤유선, 박희정, 유세형, 이경영이 출연한다.
제작에서 개봉까지 100% 크라우드 펀딩(소셜미디어와 인터넷 등 매체를 이용해 자금을 모으는 투자 방식)으로 제작됐다. 지난달 6일 기준 굿펀딩과 제작 두레를 통해 7천564명의 후원금 3억 299만5천원이 모였으며, 100명 이상의 개인 투자자들로 인해 10억5천만 원의 투자금이 마련돼 개봉이 가능했다.
과연 '외압설' '상영관 확보 난항' 등 개봉 전부터 시끌시끌한 논란을 뒤로하고 관객몰이에 성공할 수 있을지 벌써부터 그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