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주민들의 눈물 "앞으로 어찌 살지 막막허요"
입력 2014.02.04 09:15
수정 2014.02.04 09:53
기름띠 확산으로 양식장 주민 피해 심각…펜션․회집도 발길 끊겨
"냄새 땜시 주거불겄네. 앞으로 어찌 살지 막막허요."
전남 여수 앞바다는 주민들의 눈물로 젖어 있었다. 3일 원유 유출 사고가 난 전남 여수 앞바다에서 주민과 공무원들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방제 작업에 나섰지만, 기름띠가 확산되는 등 피해는 커지고 있다. 주민들은 지난 1995년 씨프린스호 원유 유출 사고를 떠올리며 “앞으로 생업이 막막하다”고 울먹였다.
사고 발생 해역의 바지락과 해조류를 수확했던 마을공동어장이 기름으로 뒤덮였고, 미역과 파래, 톳 등을 채취하던 갯가 바위틈과 자갈밭도 검은 기름띠로 얼룩졌다. 여기에 두통과 어지러움 등 건강 이상을 호소하는 주민들까지 나오고 있다.
김민철 신덕마을 피해 대책위 국장은 “주민들이 빨리 기름을 제거해야한다는 마음에 마스크나 고무장갑도 착용하지 않고, 기름을 닦아내는 작업을 하다가 토하고 쓰러지는 분들도 있다”며 “일부 주민들이 호흡곤란으로 응급실에 실려 가는 등 몸에 이상을 호소하고 있어서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 국장은 “신덕 지역에는 바지락 양식장이 있고, 전복, 해삼, 뭐 미역, 톳 등 온갖 해산물이 다 있는데, 이번 기름 유출로 주민들은 꿈도 희망도 빼앗겨 버린 것 같다”고 했다.
숙박업 요식업 주민들 "우린 피해보상에서 밀리는 것 아니여" 불안
특히 2차 피해가 예상되는 인근 지역 숙박업, 요식업계 종사자들은 “우리는 피해 보상에서 밀리는 것 아니냐”며 불안감을 나타내고 있다.
오동도 인근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김 모씨는 “방 8개 중에 이번 주말예약이 3건에 불과하다”며 “평소 주말예약은 일주일 전부터 꽉 차는데, 절반에도 못 미친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펜션을 운영하는 김 모씨도 “이번주 예약이 다 취소되고 1건만 남았다. 남아 있는 손님도 다시 생각해보겠다고 한다”며 “어민들만 보상해 줄 것이 아니라 우리들도 대책을 세워줘야 한다”고 말했다.
돌산읍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김 모씨는 “설 연휴 끝나고 ‘손님들이 많이 오겠구나’하고 기대했는데, 또 다시 악재가 덮쳤다”며 “예전에도 (씨프린스호 기름유출사건 당시) 완전히 망하는 가게를 살려놓았더니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며 울먹였다.
그는 “피해보상이 이뤄지더라도 실제 피해 규모에 부족하기 때문에 전혀 현실적이지 못하다. 언론에서 도와달라”고도 했다.
더욱이 이번 사고 과정에서 해경과 업체 측의 부실한 대응이 드러나면서 주민들의 화를 키웠다. 사고 발생 이후 해경의 초동대처에 문제점이 드러났고, 해당 업체는 송유관 속 비우기 작업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여수 주민과 해경 및 공무원 등은 이날 피해지역 해안가에서 기름을 제거하는 작업을 하며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이날 정부차원의 합동대책반을 구성해 법률 지원과 협상 중재 등 지원활동을 펼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여수해양항만청에서 주민 대표와 원유사 GS칼텍스 등이 참석하는 피해대책협의회 회의를 열고 보상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한편 이번 사고는 지난달 31일 여수시 낙포동 원유2부두에서 싱가포르 선적 배가 접안하려다 GS칼텍스 소유 송유관 3개를 파손해 일어났다. 해경은 “164㎘가량의 원유가 바다로 흘러들어갔다”고 밝혔다. 해수부는 해안을 덮은 폐유를 제거하는 작업은 1∼2주 가량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