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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나, 이젠 뼛속까지 엘파바…더 완벽해진 ‘위키드’

이한철 기자
입력 2014.01.20 16:02
수정 2014.01.22 04:42

개막 후 두 달째, 무르익은 완성도..관객 열기 여전

박혜나, 관객 분위기 간파하는 여유·관록 돋보여

뮤지컬 ‘위키드’ 중 한 장면. ⓒ 데일리안 박정천 객원기자

제작진의 선택도 관객들의 선택도 탁월했다. 그를 선택한 제작진의 결정은 말하자면 ‘신의 한수’였고, 관객들의 믿음과 투자는 전율과 감동의 결실로 이어졌다.

‘깜짝 캐스팅’이라는 평가 속에 뮤지컬 ‘위키드’ 무대에 오른지 두 달째에 접어든 엘파바 박혜나(32)의 이야기다.

‘달콤한 나의 도시’ ‘파리의 연인’ ‘심야식당’ 등 주로 중소형 뮤지컬의 주역을 맡아온 박혜나는 대작 뮤지컬에만 익숙한 관객들에겐 낯선 인물이었다. 최근 몇 년간 한국 뮤지컬의 ‘여왕’ 자리를 꿰찬 옥주현과 더블 캐스팅인 만큼, 그 빛에 가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이젠 모두 옛말이 됐다. 박혜나는 개막 후 두 달여가 지난 지금, 뼛속까지 엘파바로 거듭났고, 그 자체로 찬란하게 빛나는 뮤지컬계 별로 우뚝 섰다.

개막 초반 미흡한 점이 없었던 건 아니다. 가창력과 연기 모두 훌륭했지만, 여유가 없었다. 배우 어깨에 힘이 들어가면 관객들은 쉽게 눈치 채기 마련. 결과적으로 배우와 관객 사이의 교감에 작은 불협화음이 생겼다. 실제로 웃어야 할 장면에 관객들이 웃지 않아 어색한 기운이 공연장을 휘감기도 했다.

하지만 두 달여가 흘러 다시 본 박혜나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여유는 물론이고 노련미까지 더해지면서 객석 분위기를 자유자재로 쥐고 흔들었다. 함께 연기하는 배우들과의 호흡, 그리고 객석 분위기를 이끄는 힘이 탁월했다.

연기력도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더욱 섬세하고 깊어진 감정 선은 관객들의 눈물샘을 더욱 강하게 자극했다. 강력한 직구가 있어야 변화구의 위력이 배가되듯이 1막의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하는 ‘디파잉 그래비티(Defying Gravity)’의 폭발력도 더 강해졌다.

비로소 한국형 ‘위키드’가 완성 단계에 접어든 셈이다. 개막 초반부터 극찬을 받았던 김보경의 연기도 압권이다. 특히 듀엣곡 ‘포 굿(for good)’ 장면에서의 두 배우는, 연기자가 아닌 엘파봐와 글린다 그 자체였다. 박혜나는 김보경, 옥주현은 정선아와 유독 잘 어울리는 것은 이번 공연의 특징이기도 하다.

전 세계 흥행기록을 차례로 갈아 치운 ‘위키드’의 무대와 음악은 명성 그대로다. 객석 앞까지 덮고 있는 무대장치, 특히 11.4m의 거대 ‘타임 드래곤’의 존재에선 범접할 수 없는 위압감이 느껴질 정도다. 여기에 중독성 강한 음악과 ‘오즈의 마법사’를 유쾌하게 뒤집은 매력적인 스토리, 아름다운 색감이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한국 공연의 관건은 결국 배우들의 연기였다. 그런 점에서 제 몫을 톡톡히 해주고 있는 엘파바 옥주현과 박혜나, 글린다 정선아와 김보경은 기립박수가 아깝지 않다. 다만 일부 조연배우들의 불안정한 연기와 가창력은 여전히 옥에 티로 남아 있다.

매력적인 바람둥이 왕자로 엘파바와 사랑을 이어가는 인물 ‘피에로’는 이지훈과 조상웅, 마법사 오즈는 남경주와 이상준이 담당한다. 이밖에 김영주(모리블 학장), 김동현(보크), 이예은(네사 로즈) 등이 출연한다.

한편, ‘위키드’는 그레고리 맥과이어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2003년 10월 브로드웨이 초연 이래 전 세계 13개국 100여개 도시에서 32억 달러(한화 약 3조 4000억원)의 매출과 3900만 관객을 돌파했다. 2012년 오리지널 내한공연으로 첫 선을 보인데 이어 라이선스 버전으로 서울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 중이다.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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