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여당에 '약속 파기' 운운하면서 본인은?
입력 2014.01.21 11:30
수정 2014.01.21 11:42
"기초선거 공천 폐지 공약 지켜라" 날선 비판
정작 새정추 입장은 "아직 결정된 바 없다"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정당공천제를 유지하려는 새누리당에 대해 연일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다만 자신들이 앞장서 정당공천제를 폐지하고, 국민과 약속을 지키겠다는 단호한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안 의원은 지난 19일 기자회견을 통해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는 폐지와 유지에 따른 각각의 장단점이 있다. 그러나 지방자치의 중앙정치 예속문제를 먼저 개혁하라는 것이 국민의 뜻이었다”면서 “대선주자들이 모두 약속했고, 이제는 실천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이어 “그러나 불행하게도 유력 대선주자들의 공통적인 공약사항이 무력화되고 있다. 특히 집권당이 된 새누리당의 입장번복은 스스로의 자기부정이고 정치의 훼손”이라면서 “(정당공천 폐지 여부는) 국민에게 한 약속은 지켜야한다는 정치의 기본에 관한 문제라는 점을 강조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새누리당이 “기초의회 선거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는 새누리당의 노력을 정치훼손으로 몰고 가는 것은 우리의 본뜻을 왜곡한 것으로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하자 안 의원의 창당 조직인 새정치추진위원회는 논평을 통해 “본질을 호도하고 억지 주장을 펴고 있는 데 대해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새정추는 “새누리당 스스로 말 바꾸기를 하고 있으면서 기초선거 공천 폐지를 전제로 단계적 제도개선을 언급한 안 의원에게 말 바꾸기라고 뒤집어씌우는 것은 도둑이 제 발 저린 격”이라며 “새누리당은 지금이라도 국민의 요구를 겸허히 수용해 공약을 이행하기 위한 가시적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안 의원 측은 국민과 약속을 들먹이며 새누리당을 비판하기만 할 뿐, 자신들이 약속을 지키는 문제에 있어서는 소극적이라는 지적이다.
윤여준 새정추 의장 등은 이미 서울시장을 비롯한 광역단체장 선거에 후보를 내겠다는 뜻을 밝힌 상황이다. 6월 지방선거 전에 신당이 만들어지지 않을 경우 공천이란 말은 성립하지 않지만, 새정추가 창당 준비 기구인 점을 감안할 때 후보를 내는 것은 내천, 혹은 사실상의 공천 행위로 볼 수 있다.
문제는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선거다. 안 의원 측은 창당 시점과 관계없이 새정추를 통해 기초선거에 후보를 낼 수 있다. 그러나 안 의원 측은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를 주장하면서도 자신들이 기초선거에 후보를 낼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다.
안 의원 측과 같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민주당은 정치개혁특위에서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를 추진하고 있는 데 반해, 안 의원 측은 아무 실천도 없이 ‘남 욕’만 하는 모습이다.
안 의원 측은 6월 지방선거 전까지 정당공천제가 폐지되지 않을 경우, 혹은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공천을 할 경우 후보를 내놓을 것이냐는 질문에도 “국민과 약속을 지켜야 한다”,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 “가정을 전제로 입장을 정할 수는 없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금태섭 새정추 대변인은 20일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우리는 아직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일단 공약이 지켜져야 한다는 입장”이라면서 “저쪽에서 공약을 깰 가능성이 있을 때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는 부분까지는 아직 논의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이 같은 상황에 가장 답답한 쪽은 입장을 밝히고도 욕을 먹어야 하는 새누리당이다. 안 의원 측이 ‘무(無)공천’을 선언하는 등 뚜렷한 움직임을 취한 상황이라면 비판도 납득할 만하지만, 자신들의 향후 행보와 관련해선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으면서 ‘국민과 약속’, ‘공약 파기’만 운운하고 있기 때문.
새누리당의 한 중앙당직자는 “작년에 송호창 의원은 공천제를 폐지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얘기했다. 결국 그쪽도 말을 바꾼 것인데, 민주당은 처음부터 끝까지 말은 안 바꿨다”면서 “공약을 수정하는 것이 우리 기득권, 공천권을 내려놓겠다는 것인데, 꿍꿍이로 몰고 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당직자는 이어 “정당공천제가 유지된다면 아마 안 의원 측도 공천을 하리라고 본다”면서 “지금은 약속을 지키라고 하지만 우리 쪽에서 당원투표 방식으로 상향식 공천을 하겠다고 나오면 그쪽도 후보를 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게 나올 가능성이 95% 이상이라 본다”고 내다봤다.
당내 한 초선의원은 “지방선거 공천제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헌법학자나 전문가들이 지적한 위헌 소지 등은 검토하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얘기하는 부분은 무책임한 것”이라면서 “정말 많은 고민이 필요한 부분을 인기영합주의로 접근하는 행동은 기성 정치인의 악습을 답습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그는 “우리한테 약속 지키라고 하면서 안 의원 쪽은 아직 정당도 아니지 않느냐”면서 “차라리 당을 만들거나 무공천을 선언한 상황이었다면 그런 비판이 납득이라도 될 텐데, 겉멋만 들어서 인기영합주의로 흐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