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정치' 몰두하던 김정은에 로드먼 악재 되나
입력 2014.01.09 16:02
수정 2014.01.09 16:12
CNN 앵커 '케네스 배 석방' 질문하자 북한 두둔 발언
존 매케인 "로드먼은 백치" 미국내 비난 여론 속출
미국 프로농구(NBA) 출신 선수 데니스 로드먼이 전직 NBA 선수들을 이끌고 북한을 방문 중인 가운데 일행 일부가 9일 베이징으로 돌아왔다. 전직 NBA 선수 에릭 플로이드로 추정되는 한 남성이 얼굴을 가린채 베이징 서우두(首都) 공항을 빠져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방북 중인 전 미 프로농구(NBA)선수 데니스 로드먼(53)이 8일 김정은 생일을 기념해 북미 친선 농구대회를 성사, 생일 축하노래까지 부르며 친분을 과시한 가운데 이를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여론은 싸늘한 상황이다.
로드먼은 이날 행사 전 가진 CNN 시사프로인 ‘뉴데이’(New Day)와의 인터뷰에서 앵커가 북한에 억류 중인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의 석방을 요청할 생각이 있는지 묻자 되레 화를 내며 “케네스 배가 무슨 일을 했는지 알고 있느냐”고 말하는 등 북한의 처사를 두둔하는 태도를 보여 논란을 자초했다.
특히 그는 자신의 행보를 두고 “이것은 세계를 위한 위대한 생각이다. 사람들은 항상 내가 하는 것을 무시한다. 이는 이상한 일”이라며 이번 방북의 의미를 높이 평가했지만 미국은 물론 국제사회 여론은 대체로 로드먼의 행보에 비난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그동안 국제사회에서 고립될 때마다 ‘유화적인 이미지’ 구축전략의 일환으로 외부 유명 인사들을 초청, 관계 개선에 물꼬를 텄지만 이번 로드먼 방북은 김정은의 자충수가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대북소식통은 “통상 북한은 대외적인 이미지 개선 정책으로 외부 유명 인사를 초청해 왔다”며 “특히 집권 이후 외국 정상과의 만남이 전무한 김정은이 외부 홍보용으로 로드먼을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이어 “가령, 북한의 입장에서 보면 로드먼은 국제사회에서 악동 이미지가 강한데 자신들은 그런 사람까지도 포용해준다는 이미지를 부각하고자 했을 것”이라며 “로드먼이 계속해서 ‘친구 관계’를 운운하지만 김정은에게는 대외홍보용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대북 소식통도 “그동안 북한은 핵개발과는 별개로 국제사회와 평화적으로 대화하겠다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여왔다”며 “이것도 그런 ‘이중 전략’의 전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로드먼과 김정은 사이에 실제 어떤 얘기들이 오갔을지는 모르겠지만 대부분 사전에 북한이 로드먼에게 대외적인 발언 수위에 대해 조율 통보를 했을 것”이라며 “이번 로드먼의 발언도 이미 양측에서 논의된 틀 안에서 나왔을 것”이라고 전했다.
즉, 이번 로드먼의 돌발 언행도 북한의 사전 조율 하에 이뤄졌을 가능성은 높지만 다소 지나칠 정도로 북한을 두둔한 로드먼의 태도가 자칫 북한에게도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장용석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9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김정은이 지도자로서 자신의 생일에 인민들을 위한 행사 대신 개인적 취향으로 농구행사를 연 것은 ‘독재자의 전형’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가뜩이나 국제사회가 최근 장성택 처형으로 인해 북한의 반인권적 행태를 비판하는 상황에서 적절하지 않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장 선임연구원은 이어 “김정은은 체육 강성을 위해 화합을 주장하지만 사실 이것은 일부 계층을 위한 것이지 인민을 위한 것이 아니다”며 “이 자체만으로도 비판적 목소리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면서 “특히 미국 입장에서도 북한이 핵문제에 대한 양보가 없는 상황에서 로드먼의 방북을 계기로 자칫 경색됐던 관계가 완화되는 인상을 줄 수도 있어 이를 경계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로드먼의 방북을 두고 미국 내 비난 여론이 속출하고 있다.
미국 공화당 존 매케인(애리조나) 상원의원은 8일(현지시각) 로드먼을 ‘백치’라며 강력 비난했다.
공화당 대통령 후보를 지낸 매케인 의원은 이날 CNN 방송의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로드먼은 아무래도 백치(idiot)인 것 같다”며 “자신이 아주 야만적이고 무모한 애송이의 선전도구가 된다는 걸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지능이 낮은 사람”이라고 꼬집었다.
같은 날 케네스 배의 여동생 테리 정은 CNN방송 ‘앤더스 쿠퍼 360’과의 인터뷰를 통해 “정말 화가 난다. 사람 목숨이 걸린 문제”라며 울분을 토했다.
그는 “로드먼이 김정은 위원장과의 개인적인 친분을 활용해 케네스 배의 문제를 논의하는 것을 꺼리는데 화가 난다”면서 앞서 로드먼이 CNN 앵커의 질문인 케네스 배의 석방을 도울 생각이 없는지에 대해 도리어 북한을 두둔한 행동에 대해서도 “로드먼은 외교관이 아니다. 스스로 그렇게 말했다시피 그는 오빠를 재단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