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박주영…판이한 타개 행보
입력 2014.01.03 09:18
수정 2014.01.03 09:35
기성용, 미운오리새끼 취급..돌파구 마련해 경기력으로 입증
박주영, 여전히 아스날 머물며 팬들 상식에 닿지 않는 행보
매일같이 치열한 경쟁과 승부의 세계 속에 있는 선수들에게 위기는 언제든 찾아올 수 있다.
부상이나 주전경쟁, 팀 성적, 때로는 경기장 안팎에서의 구설도 여기에 포함된다. 같은 재능을 지녔어도 훌륭한 선수와 평범한 선수의 가치는 이러한 위기를 어떻게, 얼마만큼 빨리 극복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불과 6개월 전만해도 기성용은 '미운 오리새끼' 취급을 받았다. SNS 파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고, 하극상과 트러블메이커 이미지로 굳어졌다. 일각에서는 기성용의 대표팀 퇴출과 중징계까지 거론할 만큼 상황이 심각했다. 설상가상, 소속팀 스완지시티에서는 주전경쟁에서 밀려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하지만 기성용은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했다. 선덜랜드로의 임대이적을 통해 생존의 돌파구를 마련했고, 이제는 어엿한 에이스급으로 부상했다. SNS 파문이후 국가대표팀 소집에 앞서 공개사과를 통해 머리도 숙였다.
물론 여전히 기성용의 늦은 사과와 진정성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도 많다. 하지만 적어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뉘우치는 태도와 그라운드에서 가치를 입증한 경기력만큼은 그를 싫어했던 이들에게도 인정받기에 부족함이 없다.
기성용 행보를 바라보며 비교되는 또 하나의 이슈메이커는 바로 박주영이다.
기성용이 그야말로 폭풍과도 같은 6개월을 보냈다면, 박주영의 방황은 벌써 3년째 현재진행형이다. 전 소속팀 AS모나코의 2부리그 강등과 아스날 이적에서부터 시작된 악순환의 고리는 병역연기와 2012 런던올림픽 무임승차논란, 그리고 다시 아스날에서의 장기간 전력 외 신세로 이어지며 촉망받던 박주영의 축구인생을 나락으로 끌어당겼다.
짧은 방황에 이어 어느덧 탈출구가 보이는 기성용에 비해 박주영은 여전히 출구 없는 미로에 갇혀있는 모습이다. 아쉬운 점은 기성용과 달리 여전히 눈앞의 위기를 타개할 의지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2012년 셀타비고 임대도 초라한 실패로 돌아갔고, 올 시즌도 아스날에서 고작 컵대회 1경기 교체출전에 그치는 등 굴욕에 가까운 행보를 그리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위건으로의 긴급 임대제안이 무산되는 해프닝도 있었다. 벵거 감독은 이미 공공연하게 박주영에게 기회를 주기 어렵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선수는 그라운드에서 자신의 가치를 입증해야한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아스날에 입단한 2011년 이후 박주영의 행보는 가치 있는 도전이 되지 못했다. 제대로 출전기회도 잡지 못하다보니 공격수 부재로 오랜 시간 애를 먹었던 한국 축구대표팀도 박주영이 필요할 때 발탁할 수 없었다. 국가대표급 선수라면 이런 상황에 위기의식과 책임감을 느끼고 돌파구를 마련해야했지만 박주영은 여전히 팬들의 상식에 닿지 못했다.
박주영이 축구선수로서 최소한의 자존감이 있거나, 월드컵과 대표팀에 대한 의지가 남아있다면 기성용 행보를 본받을 필요가 있다. 1월의 겨울이적시장은 박주영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다. 박주영이 ‘2014 브라질월드컵’에 가야겠다는 의지가 없다면, 계약기간이 만료될 때까지 아스날에 잔류해도 무방하다.
박주영이 지금부터 새로운 소속팀을 찾아 경기감각을 끌어올린다 해도 김신욱, 손흥민, 이근호등과의 주전경쟁에서 우위를 점한다고 장담하기 힘들다. 분명한 것은 여기서 어떤 변화의 계기를 만들지 못한다면 박주영에게는 아스날도, 월드컵도 아무 것도 남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