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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달간 1300분’ 기성용 혹사논란…홍명보호 악재?

김윤일 기자
입력 2014.01.02 15:02
수정 2014.01.02 15:09

11월 이후 선덜랜드 일정 사실상 풀타임 소화

휴식 없는 혹사 계속될 경우 대표팀 경기력 영향

11월 이후 사실상 휴식을 얻고 있지 못하는 기성용. ⓒ 연합뉴스

선덜랜드의 주축 미드필더로 완전히 자리 잡은 기성용(25)이 월드컵을 불과 6개월 앞둔 가운데 혹사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기성용은 2일(이하 한국시각) 스타디움 오브 라이트서 열린 ‘2013-14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20라운드 아스톤 빌라와의 홈경기에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소화했다. 팀은 0-1 패했지만 기성용은 이날 경기서도 동점골을 위해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뛰어야 했다.

기성용은 지난해까지 스완지시티에 몸담다 올 시즌 선덜랜드로 전격 임대 이적했다. 시즌이 시작되고 한 달이나 지나서야 이적 첫 경기(9월 15일 아스날전)를 치른 기성용은 이후 팀에 완벽히 녹아들며 확실한 제 자리를 잡았다.

시즌 초반에는 일정이 다소 여유롭고 대표팀 A매치 데이도 있어 체력적으로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달력이 지난해 11월로 넘어간 뒤부터는 그야말로 몸 상태가 걱정될 정도의 강행군이 이어지고 있다.

일단 기성용은 11월 첫 경기였던 헐 시티와의 리그 경기에 결장했다. 그리고는 선덜랜드가 치른 12경기 모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선수가 팀으로부터 신뢰를 얻어 많은 경기에 나서는 것은 축복이자 팬들에게도 기쁜 일이다. 하지만 문제는 선덜랜드의 일정이 빡빡하게 이어지고 있는데다가 대표팀 일정까지 오롯이 소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월드컵을 앞둔 홍명보호에 예기치 못한 치명타가 될 수 있다. 기성용은 SNS 파문을 딛고 지난해 10월, 홍명보호에 극적으로 합류했다. 그가 합류한 대표팀은 양질의 패스와 유기적인 플레이가 가능한 팀으로 거듭났다. 결국 브라질행 비행기에 가장 먼저 오를 선수가 기성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러나 자칫 큰 부상이라도 당한다면 대표팀의 손해가 이만 저만이 아니게 된다. 물론 부상이 아니더라도 기성용에게 가장 우려가 되는 점은 체력 소진이다.

기성용은 11월 7일 사우스햄턴과의 컵 대회에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소화했고, 나흘 뒤 맨시티전 90분을 뛰었다. 이후 휴식을 취할 새도 없이 곧바로 귀국해 스위스와의 대표팀 일정을 소화했고, 다시 UAE 두바이로 날아가 러시아와 평가전을 벌였다.

팀에 복귀한 기성용은 다시 신발 끈을 고쳐 매야 했다. 두바이에서 건너온 지 4일 만에 스토크시티전을 치렀고, 12월 15일 웨스트햄전까지 5경기 연속 풀타임을 뛰었다. 잉글랜드 무대 데뷔골을 터뜨렸던 첼시와의 컵대회(후반 17분 교체 투입)가 그나마 쉴 수 있던 일정이었다.

11월 이후 기성용 출장 일지. ⓒ 데일리안 스포츠

12월 말이 되며 박싱데이가 찾아왔고, 어김없이 기성용은 선발로 나서 경기가 끝날 때까지 뛰고 있다. 11월 이후 선덜랜드가 치른 13경기 중 기성용은 12경기에 출전했고, 이 가운데 교체 출전은 단 1경기에 불과하다. 물론 대표팀 2경기까지 포함하면 두 달간 14경기서 1298분을 그라운드에서 보내고 있는 셈이다.

선덜랜드의 다른 선수들과 비교해도 기성용의 혹사는 너무할 정도다. 현재 선덜랜드서 가장 많은 경기에 출전한 선수는 존 오셰이로 리그 16경기를 전부 풀타임 소화하다 최근 부상으로 제외된 상태다. 하지만 오셰이는 수비수이기 때문에 많은 활동량을 필요로 하는 기성용과의 직접적인 비교가 어렵다.

미드필더들 가운데 기성용보다 많은 경기에 나선 선수는 3명. 이 중 엠마누엘레 자케리니는 기성용처럼 이탈리아 대표팀 일정도 소화하고 있지만 11월 이후 풀타임을 소화한 횟수는 고작 4차례에 그친다.

또한 잭 콜백은 잉글랜드 대표팀 멤버가 아닌데다 12월 이후 1번의 결장과 5번의 교체 명령을 받았고, 세바스티안 라르손 역시 박싱데이 기간 휴식을 제공받고 있다.

선덜랜드가 기성용을 계속 기용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팀이 최하위에 머물고 있어 공수 조율 능력이 탁월한 기성용의 존재가 절실하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 첼시와의 컵대회 때 적장인 조제 무리뉴 감독은 “공격의 시발점인 기성용을 압박해야 한다”고 직접적으로 지목한 바 있다.

또한 기성용은 선덜랜드의 정식 선수가 아니다. 아무래도 완전 이적 신분이 아니기 때문에 빌려 쓰는 구단 입장에서는 말 그대로 ‘본전을 뽑자’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 실제로 프리미어리그를 비롯한 유럽 각 리그에서는 임대된 주전급 선수들을 지나치게 혹사시키는 경우가 허다하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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