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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의 "무자비 보복" 단순한 협박이 아니다?

김수정 기자
입력 2013.12.23 08:31
수정 2013.12.24 11:26

천안함 연평도 도발 때도 경고성 폭언 잇따라

전문가들 "북 국방위 생존위해 과도한 충성"

북한 노동신문이 최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 대한 충성을 다짐하는 노래, 시, 선전화(포스터) 등을 잇달아 소개하고 있다. 노동신문 21일자 1면에는 김 제1위원장의 얼굴 사진과 함께 최고지도자와 주민의 혼연일체를 강조하는 가요 '그이 없인 못살아'가 실렸다.ⓒ연합뉴스
북한이 19일 국방위원회 명의로 청와대를 겨냥, “예고없이 남한을 타격하겠다”는 협박성 전화통지문(전통문)을 발송한 배경에는 박근혜정부 1주년에 맞춰 우리 사회 내 불안감을 조성하려는 노림수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말 도발은 현 정부 출범 이후에도 끊임없이 나왔지만 이처럼 전통문 형식으로 청와대에 직접 협박성 메시지를 전달한 것은 처음이다. 특히 이산가족 상봉 무산 이후 남북관계가 경직되고, 최근 장성택 처형 사태로 대내외적인 불안요소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북한이 이 같은 태도를 보인 점은 주목할 만하다.

여기에 북한은 남북관계가 최고조로 냉각됐던 지난 2010년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사건 전 국방위 명의로 된 성명을 통해 경고한 뒤 실제로 격침한 바 있어 이번 북한의 도발 메시지 역시 제2, 제3의 연평도·천안함 사태의 전초전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흘러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안보 전문가는 “북한이 전통문을 보낸 이유는 크게 3가지 측면에서 해석될 수 있다”며 “장성택 처형이후 북 국방위가 자신들의 생존권을 보장받고자 김정은에 대한 과도한 충성심을 표현하려던 과정에서 대남 위협 제스처를 했을 가능성과 (장성택 처형에 대한) 우리 정부의 비판적인 입장 발표에 김정은이 우발적으로 지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는 이어 “그러나 무엇보다 현재 북한은 김정은 체제 이후 마치 엑셀만 밝고 가는 고장난 자동차처럼 통제가 안 되는 상황이다”며 “장성택 처형과정에서도 드러났듯이 대남도발도 상식 이하의 급작스런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다.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전망했다.

그는 그러면서 “현 정세는 연평도 도발 이전 수준과 유사하다”며 “특히 북한은 과거 다른 도발에는 어떠한 사전 위협도 없었던 반면, 천안함·연평도 도발은 사전에 경고했다”며 정부의 철저한 대비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실제로 북한은 앞서 2010년 1월 “북한의 핵공격 징후가 포착되면 바로 타격해야 한다”는 김태영 전 국방장관의 발언에 강하게 반발, 북한 군 총참모부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선제타격론을 노골적인 선전포고로 간주해 단호한 군사적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공표한 이후 3월에도 군 최고사령부가 직접 나서 “전투동원태세 명령을 하달했다”고 위협했다.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3월 26일 천안함이 공격을 받아 침몰, 승조원 46명은 희생되는 대참사가 벌어졌다. 연평도 포격 도발도 이와 유사한 과정을 거쳤다.

같은 해 북한은 또 우리 정부가 천안함 피격 사건 이후 대북 심리전 재개 방침을 밝히자 “확성기 등을 조준사격하겠다”고 위협하고 총참모부 명의로 “반공화국 심리전 수단을 청산하기 위한 전면적 군사 타격행동에 진입할 것”이라고 협박한 뒤 11월 23일 연평도를 포격했다.

따라서 만약 북한이 이번 위협 이후 실제로 북한이 제2,제3의 천안함·연평도 도발을 감행한다면 김정일 위원장의 생일(2월16일)을 기점으로 내년 2월 중에 일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흘러나온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해 4월 김일성 주석 100회 생일과 같은 해 12월 김정일 사망 1주기를 앞두고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며 도발을 감행한 바 있다. 여기에 3월초 한미 연합군사훈련인 ‘키 리졸브’가 시작되는 점도 2월 도발설을 간과할 수 없는 요인이다.

북한으로서는 미군 전력이 투입돼 북한에 대한 감시와 정찰이 강화되기 이전에 도발을 감행해야 한다는 셈도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번 북한의 위협이 곧바로 제2, 제3의 천안함·연평도 사태로 드러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 경우 유엔의 대북 제재로 이어지고 국제사회의 여론을 악화시킬 수 있을뿐더러 북한 내부적으로도 통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이 같은 국지전까지 할 여력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북한의 협박이 그 형식과 보낸 시기에 있어서 앞서 두 가지 사례와 적잖이 유사하다는 의견을 내비치며 만에 있을 북의 도발의 철저한 대비를 요구하고 나섰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당분간 북한은 장성택 처형 이후 부각됐던 민생문제에 올인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즉각적인 실제 도발은 하지 못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민생고가 끝내 해결되지 않으면 또다시 위협을 가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우려했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도 “천안함 사태의 핵심 지휘관이던 북한의 김영철 경찰총국장 등이 김정일 추도대회에도 안 나온 점도 주시해야 한다”며 “이들이 막후에서 제2의 천안함을 연출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더욱이 북한은 유일 체제유지를 위해 계속해서 긴장국면이 필요한 만큼 기습적인 도발 위협을 언제든 시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 국지도발 가능성은 적지만 한국사회 계속 흔들 것”

이 밖에도 일각에서는 북한의 도발이 내년 초 있을 박근혜정부 1주년과 지방선거 등 우리 사회 내 굵직한 정치이벤트를 노린 심리전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즉, 큰 정치 이슈마다 이 같은 도발을 통해 우리 국민들의 불안감을 조성, 정부와 여권의 입지를 흔들려는 의도도 내제됐다는 것이다.

김석우 21세기국가발전연구원장은 22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이번 전통문 메시지는 국지전 등 군사 충돌까지는 아니지만 한국에 대한 북한의 심리전적인 저강도 도발”이라며 “북한은 내년에 있을 새 정부 취임 1주년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계속해서 이 같은 도발을 통해 한국사회를 불안정하게 만들고자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원장은 또 “여기에 아직도 우리 사회 곳곳에 존재하는 종북세력에도 일종의 한국사회 혼란을 위해 방향을 제시한 면도 있을 것”이라며 “이럴 때일수록 정부는 우리 사회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그런 면에서 조금의 틈을 보여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의 말대로 정부도 북한의 전통문 협박 직후인 20일 “우리 군은 북한의 도발에 강력히 응징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며 “현재 대비태세도 강화돼 있다”고 강력히 대응한 바 있다.

아울러 최근 정부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설화를 결정한 데 이어 20일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NSC 상임위원장을 겸직하도록 하고 기구도를 발표하는 등 발 빠른 대응을 보인 건 북한의 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차원이다. 북한 정세가 불투명해진 만큼 모든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외교안보 컨트롤 타워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로도 분석된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현재 정부차원에서 (북한의 도발가능성과 관련)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비하고 있다”며 “모든 부처와도 긴밀하게 협의 조율 중이다”고 전했다.

한편, 북한은 19일 전화통지문을 보내 "서울시내 한 복판에서 우리의 최고존엄에 대한 특대형 도발을 반복한다면 우리의 가차없는 보복행동이 예고 없이 무자비하게 가해질 것"이라고 협박했다.

이 통지문은 김정은이 제1위원장을 맡고 있는 북한 국방위원회의 정책국 서기실 명의로 청와대 국가안보실 앞으로 발송됐다.

김수정 기자 (hoho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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